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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공사 '과욕'이 부른 참사…免업계 사업 포기 도미노


임대료 부담 호소에도 조삼모사식 대응만…"업계와 소통 나서야"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라는 최악의 위기를 맞은 면세점 업계가 인천국제공항 사업을 연이어 포기하고 있다. 면세점 업계에서 '갑질 건물주'로 낙인된 인천공항공사가 임대료 운영의 묘를 살리지 못한 게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그랜드면세점은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DF8(전품목) 구역 제4기 면세사업권을 포기했다. 이번 입찰에서 중소·중견기업 사업자의 첫 우선협상자 지위 포기 사례다. 이에 앞서 지난 8일에는 롯데와 신라면세점도 DF4(주류·담배), DF3(주류·담배) 구역 사업권을 포기했다.

◆업계 임대료 조정 요구에…인천공항공사 '조삼모사'식 반응만

업계는 높은 임대료 부담이 이 같은 '연쇄 유찰'로 이어졌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속 업계가 지속적으로 임대료 감면 등의 지원을 요구했지만, '조삼모사'식의 대응만을 내놓은 인천공항공사의 '과욕'이 이 같은 상황을 초래했다는 비판이다.

인천공항 면세사업권의 1년차 임대료는 최소보장금(낙찰 금액)으로 고정돼 있다. 2년차부터는 여객증감율에 연동해 9% 이내에서 조정된다. 전년 대비 여객 수가 늘어나면 임대료가 인상되며, 줄어들면 인하되는 방식이다. 또 이번 입찰의 2차년도 임대료는 2020년 9월~2021년 8월의 여객 수요로 계산된다.

이에 업계는 인천공항공사에 올해 임대료 인하 및 산정방식 변경을 요구해 왔다. 전세계 코로나19 사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 9월 이후에도 정상 영업이 가능할지 알 수 없으며, 여객 수요가 회복될 경우 그 이듬해 임대료가 급증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라는 이유에서다.

인천공항공사의 '과욕'이 면세점 업계의 연쇄 사업 포기로 이어지고 있다. [사진=롯데면세점]
인천공항공사의 '과욕'이 면세점 업계의 연쇄 사업 포기로 이어지고 있다. [사진=롯데면세점]

이 같은 업계의 요청에 대해 인천공항공사는 정부 방침에 따라 3~8월 임대료를 20% 감면해주는 대신, 내년도 임대료 할인을 포기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응답했다.

인천공항공사의 요구에 따르면, 면세점 업계는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공항 이용객이 줄어 자연스럽게 감면될 내년 임대료 효과를 전혀 얻지 못하게 된다. 또 올해 기저효과로 인해 내년 여객 수요가 평년 수준으로만 돌아와도 내후년 임대료는 사실상 9%가 오르게 돼 업계로서는 '2차 피해'를 입게 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천공항공사의 요구는 올해 받을 임대료를 내년에 받겠다는 '조삼모사'와 같은 것"이라며 "업계가 최악의 시기를 겪고 있는데, 인천공항공사 측에서 조금의 양보도 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나오고 있어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인천공항공사 "공정성 문제로 업계 요구 수용 어려워"…업계 "소통부터 나서야"

인천공항공사는 이 같은 업계의 비판에 대해 "입찰 공정성 훼손 및 중도포기사업자·후순위 협상대상자와의 법적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어 업계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이어 "임대료는 입찰 핵심 조건으로, 모든 투찰자에게 공지된 조건에서 결정된 것인 만큼 이를 변경하는 것은 입찰 공정성을 크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해명에 대해 업계는 냉소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공정성보다는 면세점을 통해 얻는 임대료 수익에 대한 인천공항공사의 집착이 문제의 원인이라는 비판이다.

실제 인천공항공사는 면세점 업계로부터 지난 2017년 이후 매년 1조 원이 넘는 임대료 수익을 얻고 있다. 이는 인천공항공사의 지난해 매출액 2조7천690억 원의 3분의 1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또 입찰 공정성에 대해 이야기하기 앞서, 업계와의 소통 부족에 대해 먼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업계는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매출 악화를 우려해 임대료를 매출의 일정 비율로 산정하는 영업요율 산정 방식을 일시적으로 적용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인천공항공사는 여객 수요 진작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이를 묵살한 바 있다.

업계는 인천공항공사가 한 발 물러선 입장을 내놓지 않는 이상 사업 포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사진=신라면세점]
업계는 인천공항공사가 한 발 물러선 입장을 내놓지 않는 이상 사업 포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사진=신라면세점]

이 같은 인천공항공사의 미온적 대응은 지난 1월 있었던 인천공항 제1터미널 면세 사업권 입찰에서 일부 구역이 유찰되는 사태로 이어지기도 했다. 특히 연매출 3천500억 원에 달하는 '노른자' 구역인 DF2(화장품·향수) 구역도 높은 임대료를 이유로 유찰됐다. 이 구역에 대해 인천공항공사가 제시한 1차년도 최소보장금은 1천161억 원 수준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는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임대료 부담을 호소해 왔지만 인천공항공사는 이를 묵살해 왔다"며 사상 초유의 유찰 사태를 겪었음에도 인천공항공사의 임대료에 대한 입장은 단 한 번도 변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는 업계에는 상생을 강조하면서 자신들의 주 수입원만은 지키겠다는 이중적 태도나 다름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롯데·신라·그랜드면세점이 사업을 포기한 DF4(주류·담배)·DF3(주류·담배)·DF8(전품목) 구역은 재입찰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인천공항공사는 코로나19 사태임을 고려해 즉각 재입찰보다는 제반 여건을 충분히 고려해 입찰방안을 재검토 후 재입찰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에 업계는 임대료 인하, 산정방식 변경 등의 요청이 재입찰 방안에 반영되는 것을 먼저 지켜본 후 입찰 참여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 1, 2위 사업자마저 입찰을 포기하는 상황에 인천공항공사가 기존 정책을 유지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며 "최소보장액 인하, 매출연동형 임대료 산정방식 도입 등 업계의 요구가 재입찰안에 충분히 반영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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