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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물로 가는 자동차' 진짜 가능할까?


경제적·기술적·안정성 모두 불가능…'알루미늄으로 가는 차'로 불러야

[아이뉴스24 한상연 기자] 기름 대신 물을 연료로 달리는 자동차가 개발됐다는 소식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다. 과연 가능한 얘기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말도 안 되는 자동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6일 중국의 자동차기업이 300∼400ℓ의 물을 넣으면 300∼500㎞를 주행할 수 있는 자동차를 개발해 첫 주행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이 나간 이후 신화통신, 인민일보, CCTV 등 관영 매체가 현실성과 진위 여부를 취재하고 나섰다.

물로 가는 자동차 [GS칼텍스]
물로 가는 자동차 [GS칼텍스]

SCMP에 따르면 중국 허난성에 있는 칭넨자동차란 이름의 업체가 물을 동력으로 삼는 차를 만들었다. 칭넨자동차는 물과 알루미늄 분말, 촉매제를 결합해 화학반응을 일으켜 수소를 만들고 이를 동력으로 삼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화학적인 이론만 놓고 보면 그들의 주장이 전혀 터무니 없는 건 아니다. 화학반응식상 2개의 알루미늄 원자와 6개의 물 분자가 결합하면 '2Al(OH)3+3H2+열'이라는 식을 얻게 되는데, 여기서 나오는 수소를 연료로 사용해 자동차를 운행할 수 있다.

다만 화학분야 전문가는 칭녠자동차가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물로 가는 자동차는 어떤 측면에서도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현실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자동차라는 의견이다.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 교수는 "물로 가는 자동차는 아주 간단한 상식을 벗어난 것"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우선 동력을 얻기 위해 사용하는 원료 중 하나인 알루미늄 분말의 경우 휘발유나 경유 등 기존 연료에 비해 가격이 턱없이 비싸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는 것 자체가 현실성이 떨어진다.

팡칭녠 칭녠자동차 회장은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알루미늄 분말 100kg과 물 300~400ℓ를 섞으면 최대 500km를 달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알루미늄 분말의 경우 1kg에 평균 5만원선에 판매된다. 따라서 연료비 5만원으로 5km를 달리는 셈이다. 국내의 경우 현재 자동차에 주유하는 휘발유는 ℓ당 1천500원(유류세 포함), 경유는 ℓ당 1천300원 선이다. 보통 1ℓ의 휘발유나 경유로 10km 내외를 달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용 측면에서의 비교는 무의미하다.

설사 이런 점을 완전히 배제한다고 하더라도 안전성 측면은 더 큰 문제다. 이 교수는 "알루미늄 분말과 물을 섞게 되면 최근 강릉에서 수소 탱크가 폭발했던 것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을 만큼 위험한 발상"이라고 설명했다.

알루미늄 분말은 미사일이나 로켓 추진체의 연료로 사용할 만큼 폭발성이 강한 물질로 알려졌다. 실제 과거 전세계적으로 벌어졌던 알루미늄 분진에 의한 폭발사고의 경우 수많은 인명피해를 입힐 만큼 위험성이 크다.

이처럼 폭발 위험이 크다보니 이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에 많은 비용을 들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엄청난 부담이 발생하게 된다.

에너지 생성 원리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물의 성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못하거나 또는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물로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물은 산화‧환원 등 연소반응이 불가능하다"라며 "물은 가장 안정된 상태이기 때문에 화학적으로든 물리적으로든 얻을 수 있는 에너지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장 안정적인 상태인 물에서 에너지를 추출할 수 없다 보니 알루미늄 분말과 결합해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것이고, 이를 통해 자동차가 주행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런 점들을 고려했을 때 칭녠자동차가 만들었다는 '물로 가는 자동차'는 만들 수 있다고 해도 사실상 '알루미늄으로 가는 자동차'로 표현하는 게 맞다고 결론을 내렸다.

한상연 기자 hhch111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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