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코웨이와 웅진렌탈은 '웅진코웨이'로 시작할 것입니다. 원래 이름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코웨이 인수를 공식화했다. 윤 회장은 29일 서울 종로구 웅진그룹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년 만의 '웅진코웨이' 복귀를 알리면서 코웨이 지분 22.17%를 1조6천850억원에 인수키로 했다.
웅진코웨이는 명실상부한 국내 렌털업체 1위였지만, 모회사인 웅진그룹이 2012년 자금난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웅진코웨이를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매각했다. 이후 웅진그룹은 지난해부터 코웨이를 재인수하겠다는 뜻을 수차례 밝혔고 결국 이날 코웨이 인수를 최종 확정했다.
◆시장 예상과 달리…'전격적' 인수 성사
웅진그룹의 코웨이 인수는 그야말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웅진그룹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코웨이를 인수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지만 코웨이의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 쪽에서 미온적이었다. 시장에서도 웅진보다 덩치가 큰 코웨이를 웅진그룹이 인수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컸다.
웅진그룹은 꾸준히 코웨이 인수를 위한 행동을 취해 왔다. 그룹의 알짜 계열사인 웅진씽크빅을 인수 주체로 내세웠고, 지난 8월에는 스틱인베스트먼트를 재무적 투자자(FI)로 끌어들였다. 다만 이때까지만 해도 MBK파트너스는 여전히 코웨이 인수에 미온적이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해에 이어 지난 9월 2번째 블록딜을 단행해 지분 5%를 시장에 팔기도 했다.
그러나 이달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이달 초 웅진그룹은 MBK파트너스에 구체적인 인수 조건 등을 담은 제안서를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MBK파트너스도 지난주 초부터 본격적으로 매각을 추진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리고 이날 공시를 통해 코웨이 인수 소식을 알렸다. 인수 완료 예정일은 내년 3월 15일이다.
이날 웅진그룹에 따르면 웅진이 이번 코웨이 인수를 위해 부담하는 액수는 전체 1조6천850억원에서 4천억원이다. 스틱인베스트먼트가 5천억원을 투자하고 나머지 금액은 인수금융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다.
안지용 웅진그룹 기조실장은 "스틱 쪽 자금에는 문제가 없고, 그 외 인수자금 조달에도 불확실성은 거의 없다"며 "(MBK파트너스가 블록딜 5%를 하기 전 지분율인) 27.2%를 인수하려고 한국투자증권에서 1조1천억원의 인수금융 투자확약서를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안 실장은 현재 웅진씽크빅도 유상증자를 진행 중이며 이를 통해 1천400억~2천억원을 추가로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격적으로 이뤄진 인수였지만 웅진그룹 측은 갑작스러운 인수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윤석금 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코웨이 인수 자체는 오래 전부터 준비했다"며 "다만 코웨이 쪽에서 갑자기 응해서 성사가 된 것이고 구체적인 사실은 잘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윤 회장은 인수를 상의하는 장소에도 직접 들어가지 않았다고 밝혔다. 안지용 실장은 "그 동안 진정성을 보인 부분에 대해 답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소 적은 인수 지분율…"비주력 계열사 매각할 것"
웅진그룹이 코웨이를 인수했지만 인수 지분율은 22.17%로 결코 높다고 볼 수 없다. 경영권 방어에는 다소 부족할 수 있는 지분율이다. 웅진그룹은 향후 추가 지분 인수를 시사했다. 계열사 매각을 통해 인수자금을 마련한다.
안지용 기조실장은 "앞으로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를 (주)웅진, 웅진씽크빅, 웅진코웨이에 집중하려고 한다"며 "나머지 계열사는 매각을 고려하고 있으며 매각자금을 통해서 지분율을 높일 것이고, 단기간에는 어렵겠지만 경영권 방어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양광 사업을 하고 있는 웅진에너지가 대표적인 매각 대상이다. 올해 말에서 내년 초 사이 매각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웅진플레이도시 역시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부터 MBK파트너스와 진행 중인 블록딜 소송은 취하한다. 지난해 5월 MBK파트너스가 코웨이 지분을 블록딜로 처분하자, 웅진은 우선매수청구권 보유자인 자신들과 협의하지 않았다며 그 해 7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웅진은 우선매수청구권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고 소송을 취하하기로 했다.
이번 인수 계약으로 웅진그룹은 웅진씽크빅과 웅진렌탈의 방판인력 1만3천명, 코웨이 2만명 등 총 3만3천명의 방문판매 인프라를 구축하게 됐다. 웅진은 방판사업 간의 시너지를 창출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계획이다. 웅진그룹의 자산총계도 2조5천억원에서 4조5천억원으로 상승하게 된다.
◆윤석금 "스스로 자만했다…코웨이 인수는 미래의 원동력"
윤 회장은 이날 15분 동안 기자들에게 코웨이 인수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코웨이 인수 이후 그간의 마음고생이 고스란히 드러난 소회였다.
윤 회장은 "웅진코웨이가 IMF 시절 위기에 처했을 때 직접 CEO로 가서 렌털사업을 세계 최초로 시작했다"며 "정수기를 시작으로 렌털사업을 했는데 의외로 매출이 10배나 뛸 정도로 사업이 잘 됐고, 이후 비데, 공기청정기 등으로 렌털 품목을 확대하면서 엄청나게 성장했다"고 회상했다.
윤 회장은 "그룹의 모든 사업들이 잘 되면서 사업을 확장해야겠다는 욕심이 났고, 제가 잘 모르는 건설과 저축은행, 태양광 사업을 인수했는데 정말 큰 어려움을 겪었다"라며 "법정관리를 겪으면서 참 어렵고 힘들다는 것을 절감했다. 지난 일이기는 하지만 다시 한 번 사회에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다"고 유감을 표했다.
윤 회장은 "스스로 자만했다는 생각을 한다"며 "(당시 경험이) 기업인으로서 좋은 교훈이 됐고 앞으로는 한 업종을 키우는 일에 열정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2년 법정관리에 들어간 웅진그룹은 코웨이를 비롯해 웅진식품, 웅진케미칼 등 알짜 계열사들을 모두 매각했고 1년 4개월 만에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윤 회장은 웅진그룹의 사훈인 '또또정신'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사랑만큼 서로 힘을 합치고 직원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투명경영을 해 왔고, 신뢰를 다지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법정관리를 하면서 금융감독원, 검찰 등의 조사를 받았지만 개인비리를 단 한 건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윤 회장은 코웨이 인수를 미래의 커다란 원동력이라고 자평했다. 그는 "코웨이는 참 좋은 회사다. 앞으로 코웨이는 더 큰 꿈을 가지고 서비스·시스템 혁신을 통해 무한정의 성장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며 "이제는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만든 일을 할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다만 이해선 현 코웨이 CEO의 유임 여부 등 구체적인 인사에 대해서는 아직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윤 회장은 "인사는 인수 시점에 구체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윤선훈기자 krel@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