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미국이 유럽(EU)과 캐나다, 멕시코산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대해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들 국가 모두 관세 보복에 나설 뜻을 밝히면서 세계 철강시장이 혼돈에 빠지는 모양새다. 국내 철강사는 무역시장의 불안정성을 우려하며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1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EU는 최근 철강 관세 관련 막판 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이에 미국 정부는 지난달 31일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유럽, 캐나다, 멕시코산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대해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를 결정했다.
미국의 발표가 나오자 관련 국가는 일제히 반발하며 보복조치를 취하겠다고 맞불을 놓았다. 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장클로드 융커 위원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EU도 미국 조치에 맞서 똑같은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EU는 미국산 오토바이, 청바지, 버번위스키, 오렌지 등 미국산 제품에 대해 총 28억 유로(약 3조5천200억원)에 이르는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에 대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와 멕시코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캐나다는 166억 캐나다달러(약 13조8천억원)에 해당하는 미국산 철강, 알루미늄 제품에 같은 방식으로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요거트·위스키·커피·맥주 등에도 관세 부과 가능성을 열었다.
멕시코는 철강을 비롯해 돼지고기와 사과·소시지·포도·치즈 등 농축산물도 관세 부과 대상 품목에 대거 포함시켰다. 특히 이들 품목은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공화당 지지자들이 몰려 있는 지역에서 생산되다 보니 오는 11월 미국 의회 중간선거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발 철강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면서 국내 철강업계는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단 우리나라는 유일하게 미국 수출시장에서 관세면제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보니 단편적으로 가격 경쟁력에서 앞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한국 정부는 지난 3월 미국과 협상을 진행,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자동차를 양보하는 대가로 대미 철강 수출에서 무관세 지위를 얻어낸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쟁사 철강 가격이 인상될 경우 그만큼 자국 기업이 가격경쟁력을 갖추는 데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장의 불안정성 확대 등으로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신중론도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까지 미국이 어떠한 방식으로 철강쿼터를 부과할지 구체적으로 나온 것이 없다"면서 "미국이 관세를 도입하면서 정작 미국산 철강가격이 상승하는 등 한치 앞도 예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이 EU 등 주요국에 철강 관세를 부과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뉴욕증시 주요지수가 일제히 하락했다. 31일(미국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 지수는 전장보다 251.94포인트(1.02%) 하락한 24,415.84에 거래를 마쳤다.
이영웅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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