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SM 시세조종 혐의 부인…"평화적으로 진행하라는 취지로 이해"

[아이뉴스24 정유림 기자] SM엔터테인먼트(SM)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시세조종 의혹에 관한 재판에서 카카오 측 변호인은 투자심의위원회(투심위)의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진술 등을 바탕으로 혐의를 재차 부인했다.

29일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양환승)의 심리로 진행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기홍 전 카카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투자심의위원회(투심위)와 관련한 질의에 "투자심의위원회는 참여하는 사람마다 각자의 의견이 있고 합의를 거쳐 안건에 대해 결정한다"며 "창업자가 단독으로 의사를 결정하는 구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은 SM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시세조종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로서 시세조종 계획을 사전에 보고 받아 승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심의위원회(투심위)에는 카카오(본사) 임원을 비롯해 사안에 따라서는 계열사 대표 등이 참석하는 자리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투자심의위원회(투심위) 주요 위원(보드 멤버) 3명 중 1명이기도 했다.

앞서 제출된 증거에 따르면 2023년 1월 30일 투자심의위원회(투심위)에서 김 위원장은 두 회사(카카오-SM)의 기업문화가 합쳐지기 어렵다는 점 등을 들어 SM 인수에 반대하는 취지에서 신중한 입장을 보였던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창업자(김 위원장)가 반대하면 안건 자체가 통과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지 물은 검찰 측 질의에 김 전 CFO는 "창업자(김 위원장)가 아니더라도 다른 위원이 특정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낸다고 하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다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주요 위원 중 1명이었던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가 (특정 사안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면 이후에 다시 논의하는 식"이라고 했다.

창업자(김 위원장)가 일방적으로 지시한다거나 (그러한 지시에 따라) 특정 사안이 결정되는지를 물은 카카오 측 변호인의 질의에 김 전 CFO는 "그렇지 않다"며 "다른 참석자의 의견에 따라 (결정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2023년 2월 15일 투자심의위원회 회의 이후에 배재현 전 투자총괄대표와 강호중 CA협의체 사업전략팀장(전 투자전략실장) 간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말한) 평화적으로 가져오라, 이게 무슨 소리야, 골치 아프다' 등이 언급된 부분과 관련해 김 전 CFO는 "어떻게 하든 평화적으로 진행을 하라는 취지로 이해했다"고 했다.

당시는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가 제기한 가처분 소송(카카오에 대한 SM 신주·전환사채 발행금지)이 진행 중이었다. 배 전 대표와 강 전 실장 간에 있었던 당시 통화는 카카오가 SM을 인수하려는 목적이 외부에 드러나지 않아야 소송에서 유리한 만큼 카카오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저지하는 방식으로 김 위원장이 SM 인수를 지시한 정황이라는 것이 검찰 측 주장이다.

이와 관련 김 전 CFO는 "(당시 투자심의위원회 회의에서) '가져오라'는 언급에 대해서는 기억이 없지만 평화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이야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SM 인수 여부와 별개로 어떤 형태가 되든 과정 자체가 평화롭게 진행됐으면 하는 의도로 이해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카카오 측 변호인이 "지난해 2월 15일 투자심의위원회 회의에서 대외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은밀하게) SM 경영권을 가져오라는 지시가 있었냐"고 물은 데 대해 김 전 CFO는 "없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이날 재판은 김 위원장이 보석 15일 만에 불구속 상태로 첫 재판을 받은 지난 15일 이후 2주 만에 출석한 두 번째 재판이다. 검은색 쓰리피스 정장 차림의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법원에 도착한 뒤 만난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을 유지하며 법정에 들어섰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10분 경부터 오후 6시 경까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서면 자료를 살펴보거나 화면에 띄워진 자료를 보기 위해 자세를 고쳐 앉기도 했다. 다음 공판은 오는 12월 13일로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