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라창현 기자] 10·16 재·보궐선거를 '정권 심판'으로 규정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신경전이 연일 거세지고 있다. 상호 네거티브 공방이 '고발' 조치로 이어졌다. '텃밭 사수·대중정당 확장'이라는 양당의 목표 충돌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혁신당은 2일 주철현 민주당 최고위원을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주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당 후보는 서울 강남 아파트를 포함 전국 각지에 임야와 대지를 보유했으나 정작 '영광'에는 단칸방 하나 보유하지 않았다"고 한 데 대해 법적인 책임을 묻고 나선 것이다. 민주당도 지난달 27일 장현 혁신당 영광군수 후보를 경찰에 고발했다. 장 후보가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민주당 경선이 불공정했다"고 발언한 게 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 심판론'을 외친 양당의 충돌 배경에는 민주당의 '텃밭 사수'와 혁신당의 '대중정당 교두보 확보'라는 각각의 계산이 깔려 있다.
호남지역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텃밭이지만 더 이상 안심할 수 없는 지역이란 게 이미 증명된 상황이다.
지난 4·10총선 당시 민주당의 위성정당이었던 더불어민주연합은 전남지역 비례대표 투표에서 39.38%의 지지를 얻으면서 43.97%를 차지한 조국혁신당에 1위 자리를 내줬다. 더욱이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장현 영광군수 후보가 민주당 후보와 엎치락뒤치락하는 결과가 나오면서 '위기론'이 뒷받침됐다.
이후 민주당은 혁신당을 향해 '이삭줍기·집안싸움·상한물' 등을 언급하며 견제하기 시작했고, 전남에 지역구를 둔 의원 10명 전원이 참여하는 매머드급 캠프를 구성했다. 또 지도부 차원의 총괄지원단을 출범시키면서 텃밭 사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재명 대표도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재보선) 지역 연고자를 모조리 찾아달라"는 호소의 글을 올렸다.
22대 국회 12석을 확보하면서 원내 제3정당 자리를 꿰찬 조국혁신당은 비례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기 위해 이번 선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서왕진 혁신당 의원은 2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오늘로 7개월째 되는 신생정당인데, 경쟁력을 갖춘 대중 정당으로 자기 발전해야 될 목표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다 보니 원내에서 '우군'이라고 평가되던 양당 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신경전 고조로 인한 감정싸움은 물론, 실질적으로 이뤄져야 할 단일화 문제도 건드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양당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이규원 혁신당 대변인은 "혁신당에 대한 비난이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는데, 선거 끝나고 다시는 안 볼 사이처럼 굴지 말자"고 자제를 촉구하는 논평까지 냈다.
앞서 양당은 이번 선거에서 '부산 금정구청장'이 갖는 의미를 '정권 심판'으로 규정하며 원칙적 단일화에 합의했다. 단일화에 성공한다면 여당 텃밭인 부산에서도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하지만 공식선거운동 시작 하루 전인 이날까지도 협상테이블에 앉지 못했다. 양당이 단일화 방식과 시기를 두고 샅바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실무협상에서는 '소통'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당 관계자는 이날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오늘 황명선 민주당 재보선 지원단장과 통화했다"며 "빠른 시일 내에 만나자고 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단일화 1차 시한으로 꼽히는 투표용지 인쇄일인 오는 7일까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불필요한 신경전을 이어가면 양당 모두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부산은 국민의힘 우세 지역이기 때문에 민주당과 혁신당이 후보 단일화를 해야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양당 모두 망하는 것이기 때문에 막판 기싸움을 벌이는 것 아니겠냐"고 분석했다.
/라창현 기자(r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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