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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12년]프로야구 감독을 말하다③팬들이 감독에 미치는 영향


선동열 감독 사퇴, 김성근 감독 선임에 결정타…팬心 무시할 수 없는 변수

[정명의기자] 대한민국에서 10명밖에 없는 프로야구 감독. 영예로운 자리임과 동시에 상상 이상의 스트레스를 받는 역할이다. 지도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다.

역대 수많은 야구인들이 감독 자리에 올랐다. 그 중에는 장기집권하며 영광스러운 시간을 보낸 감독도, 짧은 기간 단명한 감독도 있었다.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 현역 시절의 화려했던 명성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무명 선수 출신으로 명장 칭호를 얻기도 하는 자리가 바로 감독이다.

야구단이 곧 기업인 넥센 히어로즈가 등장했지만, 한국 프로야구는 대기업이 구단을 운영한다는 특징을 갖는다. 이에 따라 감독 선임도 구단의 모기업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물론, 현장에서의 좋은 평가가 우선이다.

최근에는 감독 선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 하나가 늘었다. 바로 '팬'이다. 프로야구의 존재 이유인 팬들이 감독 선임에 있어서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로 떠오른 것. 이는 몇몇 사례를 통해 잘 드러난다.

먼저 지난 2014년 10월, 선동열 당시 KIA 감독이 팬들의 비난 여론에 부딪혀 사퇴를 결정했다. 그 해 KIA가 부진한 성적을 냈음에도 선 감독은 2년 재계약을 맺었지만, 계약 후 일주일도 안돼 사퇴라는 반전이 벌어졌다.

선 감독의 사퇴에는 팬들의 행동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KIA 팬들은 구단 홈페이지에서 재계약 철회 릴레이를 벌였고, 1인 시위를 하는 팬도 있었다. 결국 선 감독은 "재신임을 받은 후 여러 고민을 했다"며 "물러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고 사령탑에서 스스로 내려왔다.

선 감독이 사임한 2014년 10월25일. 한 쪽에서는 팬들의 노력이 새로운 감독을 만들었다. 한화 이글스가 '야신'으로 불리던 김성근 감독 영입 소식을 발표한 것. 한화 팬들의 서명운동, 한화 그룹 본사 앞 1인 시위 등이 '한화 김성근 감독'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한화의 경우 2년 만에 팬들의 집단행동이 정반대의 양상으로 나타났다. 김성근 감독이 기대와는 달리 2년 간 부진한 성적에 그쳤기 때문. 특히 당초 기대했던 젊은 선수들의 육성 대신 대형 FA 선수들을 줄줄이 영입하고도 성적이 나지 않자 한화의 '팬심'이 완전히 돌아서고 말았다.

이번에는 김성근 감독의 퇴진을 요구하는 한화 팬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성난 팬심은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았다. 대전구장은 물론,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김성근 감독을 향해 '물러나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따라 김성근 감독의 거취는 정규시즌 종료 후 한화의 뜨거운 감자였다. '김 감독이 경질될 것이다', '임기는 채울 것이다' 등 말들도 많았다. 결국 김 감독은 유임이 결정됐지만, 감독 경력의 박종훈 단장 선임으로 예전보다 권한이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팬들이 감독을 두고 목소리를 내는 첫 번째 근거는 성적이다. 선 감독도 김 감독도 성적이 좋지 않아 위기에 몰렸다. 미래에 대한 비전도 팬들이 감독을 평가하는 요소 중 하나지만, 성적이 좋다면 최소한 '퇴진 시위'까지는 벌어지지 않는다.

팬들이 감독에 미치는 영향의 또 하나 예는 올 시즌 양상문 LG 트윈스 감독이다. 지난해 9위에 그쳤던 LG는 올 시즌 역시 전반기까지는 8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그러자 일부 LG 팬들은 경기 중 외야 관중석에서 양 감독을 비난하는 현수막을 내걸며 퇴진을 요구했다. LG 사령탑 부임 후 양 감독이 겪은 가장 힘든 시기였다.

만약 LG가 그대로 하위권에 머물며 시즌을 끝냈다면 양 감독의 거취 또한 불분명했을 터. 그러나 LG는 후반기부터 놀라운 상승세로 순위를 끌어올리며 정규시즌 4위를 차지했다. 젊은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펼쳐 양 감독이 주창한 '리빌딩'에도 힘이 실렸다.

이제 양 감독을 비난하는 LG 팬들은 많지 않다. 오히려 성적과 리빌딩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것에 대한 칭찬이 이어지고 있다. 리빌딩과 성적 두 마리 토끼 중, 감독 자리를 보전해주는 것은 역시 리빌딩보다는 성적이다.

올 시즌 LG의 전반기와 후반기는 선수 기용에 있어 다른 점이 거의 없다. 변함없이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경기를 치렀다. 전반기와 후반기의 성적이 달랐을 뿐이다. 그런 점에서 뚝심있게 자신의 신념을 밀어붙인 양 감독에게는 좋은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

감독들도 팬들을 신경 쓸 수밖에 없다. 많은 감독들은 승리 후 "뜨거운 응원을 보내주신 팬들 덕분"이라고 말하곤 한다. 어느덧 '팬심(心)'은 프로야구를 움직이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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