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韓게임]③ 금수저만 우대한 게임의 비극

'핵과금러' 외 모든 이용자 위한 콘텐츠 나와야


[박준영기자] 지난 2014년 국내 한 게임 커뮤니티에 단편 만화가 올라왔다. 자신을 게임 개발자라고 소개한 그는 이 단편 만화를 통해 국내 이용자가 한국 게임을 비판하는 것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내놨다.

그동안 국내 이용자는 ▲게임에 엄청나게 많은 돈을 쓰는 일명 '핵과금러'가 아니면 제대로 게임을 즐기지 못하게 만드는 게임업계의 관행 ▲독창성 없이 잘나가는 게임을 따라 하기 바쁜 낮은 완성도 등을 주로 비판했다.

그런데 이 단편만화를 그린 게임 개발자는 결론적으로 "그렇게 만든 게임에 지갑을 여는 소비자 때문이다"며 한국 게임산업의 문제점에 대한 일정부분의 책임을 이용자들에게 돌렸다. 독창성 있는 게임은 한국 시장에서 절대 흥할 수 없으며, 업체는 생존을 위해 '핵과금러'가 원하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그는 "핵과금러가 아닌 이용자는 없어도 그만"이라며 "우린 전혀 나쁘지 않아. 우리한테는 죄가 없어. 전부 너희(핵과금러)가 이렇게 만든 거지"라며 자신을 정당화함과 동시에 국내 게임을 비판하는 이용자들을 비난했다.

특히 만화의 네 번째 컷은 2년이 지난 지금도 수많은 사람의 뇌리에 남을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해당 장면은 이후 생산자와 소비자의 갈등을 표현할 때 꾸준히 사용되고 있다.

이 만화가 올라온 이후 국내 이용자들은 "하지 말랬으니 이제 다시는 한국 게임 안 한다"며 반발했다. 작년부터 정치권에서 확률에 따라 게임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확률형 아이템' 규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이용자들은 환영의 목소리를 높이며 게임 업계와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게임에 '과금'은 선택이 아닌 필수?

아이지에이웍스에서 조사한 '2015년 구글플레이 게임 총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10만원 이상 게임 콘텐츠 이용에 돈을 쓴 사람은 전체의 1%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사용한 금액은 모바일 게임 매출의 91.1%나 차지했다. 상황이 이 정도임을 감안하면 이윤을 추구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핵과금러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국내 게임은 이것이 너무 지나치다는 평이 많다. 게임을 관통하는 주요 콘텐츠에 과금 요소를 적용하면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는 것이다.

특히 게임사들이 과금한 주요 콘텐츠 요소가 이용자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임 밸런스에 영향을 미치면서 이에 대한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 두 이용자가 대결하는 게임에서 돈을 주고 구입한 무기를 써야 이길 확률이 크다는 얘기다. 이처럼 돈을 많이 내지 않으면 게임을 제대로 즐길 수 없다는 것은 이용자 입장에선 화가 날 수밖에 없다.

이용자들은 또한 확률에 따라 보상을 받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불만도 높다. 확률형 아이템의 경우, 일반 이용자보다 핵과금러들이 더 많이 비판하는 부분이다. 돈을 냈는데도 '확률'이 걸려 있다 보니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달에 100만원 이상 유료 아이템을 구매하며 4년 넘게 모바일 게임을 즐겼다는 한 이용자는 "요즘 게임에서 신규 콘텐츠가 업데이트되면 무조건 구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순위 경쟁에서 절대 이길 수 없으며, 게임의 모든 콘텐츠를 즐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게다가 '확률'에 따라 아이템을 얻는 경우가 많아서 몇 천만원을 써도 (원하는 아이템을) 얻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불만을 표했다.

실제로 각종 게임 관련 커뮤니티에 방문하면 유료 아이템을 구매했지만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다는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캐릭터가 주요 콘텐츠인 역할수행게임(RPG)이나 카드 대전(TCG) 장르를 채택한 게임에서 이러한 광경은 자주 나타난다.

◆핵과금 없이도 잘 나가는 '오버워치'와 'LOL'

그러나 핵과금러에 의존하지 않고 잘 나가는 게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PC방 점유율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블리자드의 '오버워치'와 라이엇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LOL)'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오버워치'와 'LOL'은 게임 내 밸런스에 영향을 미치는 아이템을 전혀 판매하지 않는다. '오버워치'는 패키지만 구매하면 게임을 즐기기 위해 그 이상 돈을 들일 필요가 없으며 'LOL'은 처음부터 돈을 내지 않아도 즐기는 데 지장이 없다.

유료로 판매 중인 아이템은 게임 내에서 얻는 가상 화폐로도 구매할 수 있다. 이처럼 과금에 의존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오버워치'는 발매 3주 만에 전 세계 이용자 수가 1천만을 돌파했으며, 국내에서도 30%가 넘는 PC방 점유율을 확보하며 5주 연속 1위를 달리고 있다.

'LOL'도 지난 2011년 국내 서비스를 진행한 이후 204주간 PC방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시장 조사 기관인 슈퍼데이터 리서치에 따르면 'LOL'은 2015년 한 해 동안 16억 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다면 이렇게 운영되는 두 게임은 과연 어떻게 돈을 버는 것일까.

두 게임을 운영하는 게임사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많은 이용자의 확보'다. 게임이 성공적으로 게임 이용자들에게 안착을 하고 나면, 이후 캐릭터 스킨 등 게임에 큰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이용자가 스스로 지갑을 열게 하는 매력적인 콘텐츠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주요 로직이다.

이용자들이 게임은 즐겁게 즐길 수 있도록 한 후에, 해당 게임과 관련해 일종의 '팬심'을 수익으로 연결하는 방식인 것이다. 이러한 '오버워치'와 'LOL'의 유료 정책은 이용자의 반발을 줄임과 동시에 게임의 인기를 이어가는 원동력이 됐다.

◆핵과금러 외 모든 이용자 끌어안을 때 게임 재미 '업'

게임은 현실에서 만날 수 없는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색다른 콘텐츠다. 특히 현실보다 몇 배 빠르게 '노력한 것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게임의 여러 가지 매력 중 하나다.

그러나 업체가 게임 주요 콘텐츠에 과도한 과금 요소를 적용하면서 현대 사회와 다른 점이 거의 없어졌다. 소위 '금수저'라 불리는 사람과 일반인의 출발점이 다르듯이 게임에서도 핵과금러와 일반 이용자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렇게 핵과금러가 우대받는 구조인 다수의 국내 게임들은 결국 일반 이용자들이 게임에 적응하지 못해 떠나고 소수의 핵과금러만 남고 마는 경우가 많다. '온라인으로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재미'를 강조하는 현대 게임에서 이용자가 적으면 즐길 거리도 줄어든다. 그 결과 남아있던 핵과금러마저 게임에서 흥미를 잃고 떠나면 이용자가 없는 게임은 '서비스 종료'라는 악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꾸준히 수익을 창출하고 게임의 수명을 늘리기 위해서는 1%의 핵과금러뿐 아니라 99%의 일반 이용자도 끌어안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수익도 수익이지만 일반 이용자가 게임에 미치는 영향력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즐기는 사람이 많을수록 이용자의 반응(피드백)을 토대로 게임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으며, 게임 관련 팬아트 및 카툰 등 이용자에 의해 파생되는 다양한 콘텐츠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다.

또한 반드시 사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가 스스로 구매하고 싶어지는 콘텐츠를 개발·서비스해야 침체기에 빠진 국내 게임 업체와 이용자가 상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업이다. '사람이 사람을 부른다'는 말이 있듯이 이용자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국내 게임 업체는 나무만 보고 숲을 외면하고 있는 곳이 많은데, 단기적인 이익 창출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준영기자 sicr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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