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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유통시장의 변화, 요금제가 보인다


[단통법1년, 서비스 어떠세요?]①단말 경쟁 대신 총 통신비

10월1일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시행된지 1년을 맞는다. 단말기유통법은 보조금을 투명화해 시장의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가계통신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단말기 보조금으로 승부를 보기 힘들어진 이통사들은 데이터 시대의 요금제로 대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과연 지난 1년, 통신시장은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 독자 여러분과 통신시장의 변화와 남은 숙제들을 함께 고민해본다.[편집자주]

[강호성기자] 지난 2014년 2월11일 동대문의 한 이통사 대리점이 기습적으로 백만원에 육박하는 보조금을 제공한다는 정보가 온라인에 퍼졌다. 그러자 이날 새벽 3시부터 보조금을 받기 위해 400미터가 넘는 줄이 생겼다. 네티즌들은 이를 '2.11 대란'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이동전화료가 너무 비싸다' '공짜 단말기가 판을 친다' '마이너스폰이 유통대리점만 배불린다'는 등 혼탁한 이동통신 시장은 어느 하나 제대로 굴러가지 않았다. 단말기 가격에서부터 요금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복불복'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복불복으로 이득을 챙긴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마디로 정상적인 시장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미래부 조사에 따르면 동일 시간대에 같은 대리점에 방문한 손님조차 인터넷 검색을 하고 온 경우 50만원의 지원금을 제공한 반면 잘 모르고 온 '호갱(호구 고객을 지칭)'에겐 15만원의 보조금이 나갔다.

미래부 관계자는 "가격차이가 가장 심하다는 항공권의 경우에도 소비자가 구매시기, 구매처별로 가격정보를 정확히 알고 구매하지만 이동통신 시장만 유독 일부에게만 음성적인 가격차별이 심해 기본적으로 시장에 대한 신뢰가 없었다"고 되돌아봤다.

이동통신사들은 고가의 요금제로 소비자를 유혹했다. 단말기 제조사들은 고가 프리미엄 폰 판매에만 열을 올렸다. 유통점 역시 고가 리베이트를 받는데만 관심을 가졌다. 이통사는 고가 요금제를 싸게 제공하는 것처럼, 단말 제조사는 고가폰에 판매장려금을 더 많이 실었다. 유통점은 리베이트가 많은 고가폰을 더 싸게 제공하는 것처럼 유혹했다. 삼박자가 맞아떨어졌다.

이런 일상의 모습은 지난 2013년 7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소비지출 중 통신비 비중 1위(4.3%)를 차지하는 결과를 낳았다.

◆보조금이 얼마? 알고 받는 시장

정부가 꺼내든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은 가입유형이나 요금제, 거주지역, 나이에 따라 부당하게 차별해 보조금을 주는 것을 금지한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공시기간 내애는 다른 이용자와 차별을 금하지만, 요금제에 따라서는 균등하게 보조금을 차이나게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휴대폰 출고가와 보조금, 판매가를 공시하고 판매하는 모든 단말기에 이통사의 공시관련 정보 및 추가 지원금(공시지원금의 최대 15%까지 제공가능) 정보를 영업장에 게시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이용자들이 보조금이 얼마인지, 단말가격이 얼마인지 충분한 정보를 얻은 뒤 서비스에 가입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꾼 것이다.

휴대폰 가격이 얼마인지, 요금제는 얼마나 들어가는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불필요하게 최고가 단말기에 현혹되거나 요금제에 가입하지 않도록 해보자는 취지다.

특히 새 휴대폰을 구입해 보조금을 받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서비스에 가입하거나 24개월 이상된 단말기로 가입하는 이용자들은 보조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게 규정이 바뀌었다. 이로써 새 단말기를 사지 않더라도 보조금과 유사한 수준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 미래부 관계자는 "요금할인제도의 도입에 따라 소비자는 새 휴대폰을 구매할지, 기존 폰을 쓰면서 요금할인을 받을지 유리한 것을 선택할 수 있다"면서 "쓰던 폰이나 자급폰으로 요금할인을 받는 이용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율을 12에서 20%로 올리자 보조금대신 요금할인을 받는 것이 유리해지는 요금제도 생겼다. 그러자 요금할인을 받는 이용자는 9월 들어 일평균 1만4천명 수준으로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2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안보이던 요금제가 보인다

지난해 10월1일 시행 이후 1년이 지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은 우여곡절이 없지 않지만 곳곳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우선적으로 극소수에게만 돌아가던 단말 보조금이 기기변경에도 유사하게 돌아가게 되면서 기기변경 가입자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보조금이 저가요금제에도 지급되면서 소량이용자들도 보조금에 소외되지 않게 바뀌었다.

LCD TV 가격에 맞먹는 스마트폰을 1년여 만에 바꾸는 이른바 ‘메뚜기족’이 양산되는 것은 이통사와 제조사가 특정 고가 단말기에만 보조금을 제공해왔기 때문. 하지만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 제도 도입 이후 요금제 문의가 늘고 있다는 것은 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살아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구로구 판매점을 운영중인 A씨는 "이제는 고객들이 공시지원금이나 대리점지원금, 판매가격까지 대충 예상하고 오신다"며 "별도로 설명할 것도 없을 정도로 공식적인 가격으로 영업을 하니 실랑이 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고가폰을 싸게 주는 것처럼 유혹할 때 흔히 대리점들은 고가요금제 가입을 요구한다. 그렇게 되면 실제로 필요하지도 않은 요금제에 가입해 데이터나 음성통화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생기고, 결국 통신서비스를 비싸게 이용하는 셈이 된다.

하지만 제도가 바뀌자 지난해 중순(7~9월) 33.9%에 달했던 6만원대 이상 요금제 가입자는 올해 6월 3.8%, 8월 2.9%까지 떨어졌다. 평균요금 가입 수준 역시 4만5천원 이상이던 것이 올 8월 3만9천원대로 낮아졌다.

삼성전자의 갤럭시A7, 갤럭시J5, LG전자의 볼트, G스타일로, TG앤컴퍼니의 루나 등 중저가 단말기 판매비중도 2014년(1~9월)과 비교할 때 21.5에서 34.8%로 늘어났다.

이는 요금제와 단말에 대해 어떤 조합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한지 따져 불필요한 선택을 피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미래부 관계자는 "단말기유통법 시행 이후 60만~70만원대 휴대폰 판매비중은 감소하고 40만원 미만의 판매비중은 증가했다"며 "합리적인 소비패턴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이와 관련, 단말기유통구조법 시행 이후 소비자들이 통신사 선택시 가장 중요한 고려요인이었던 단말기 비용의 영향력이 감소하고 요금제 영향력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연구소는 이같은 변화는 통신 서비스 가입시 고려요인으로 총 통신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데이터요금제, 더 바꿔야

이에 따라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업계에서도 요금제를 통한 가입자 유치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스마트폰 이용자가 절대적으로 늘어나면서 이통사들이 요금제의 근본 틀을 데이터 중심으로 바꾼 것은 기존 단말경쟁 시대의 요금체제로는 더 이상 본원적인 경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말 보조금만으로 경쟁할 때는 하루에 번호이동이 14만건이 넘은 적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요금제나 서비스 경쟁없이 소비자를 유혹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단말기유통법이 유통시장을 바로잡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개선해야 할 사안들도 눈에 띄고 있다.

법테두리 안에서만 보조금 경쟁을 하다보니 상대적으로 보조금이 하향 평준화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적지 않은 이들이 통신사들의 영업이익 증가의 원인을 보조금으로 쓰는 비용이 적기 때문이라고 바라보고 있다.

이통사들은 데이터요금제 도입 이후 6% 가량 통신요금 인하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데이터 시대를 맞아 이용자들의 데이터 소비패턴이 어떻게 바뀔지 알수 없는 상황으로, 더욱 세밀한 데이터요금의 인하 논의도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부 관계자는 "휴대폰을 싸게 사는 것도 필요하지만 총 통신비를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제도를 더욱 보완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호성기자 chaosi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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