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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면세점, 관건은 '글로벌 역량'(하)


[유통가 황금알 면세점을 잡아라] 다음달 10일 사업자 결정될 듯

[장유미기자]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 선정이 다음달로 예정된 가운데 후보군들이 막바지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업권 확보를 위한 신경전이 갈수록 과열되면서 서로를 비방하거나 몰래 정관계 로비에 나섰다는 등의 각종 설들도 난무하고 있는 상태다.

이로 인해 관세청도 바짝 긴장하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이번 시내면세점 선정 시 나눠먹기식으로 진행된다면 국내 관광산업 발전에 해를 끼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관세청은 서울 시내 면세점 후보군들의 프레젠테이션(PT)과 질의응답을 이르면 다음달 10일 진행하고 곧바로 점수를 합산, 당일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관세청은 현재 각 기업들이 제출한 서류를 심사한 후 면세점 후보지 등을 중심으로 현장 실사를 진행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를 언제 선정할 것이라는 공문을 받지 않은 상태"라며 "업계에서는 비공식적으로 다음달 10일쯤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PT보다 더 중요한 운명의 '20분'…업체별 질의응답 대처 분주

이번 입찰의 최종 관문인 기업별 PT와 질의응답이 이들의 운명을 가를 변수가 될 수도 있어 각 업체들은 심사위원들의 예상 질문을 뽑아 답변을 마련하는 작업을 서둘러 진행하고 있다.

기업별 PT는 제주 시내면세점을 시작으로 서울 시내 면세점 중소·중견기업군, 서울 시내면세점 대기업군 순으로 진행된다. 대기업의 경우 신세계DF, 현대DF,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SK네트웍스, 이랜드, 롯데면세점, HDC신라면세점이 차례로 PT를 실시한다.

업계는 각 사 대표들이 이번 PT를 맡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세계DF는 성영목 대표, 현대DF는 이동호 대표, 한화갤러리아는 황용득 대표, SK네트웍스는 문종훈 대표, 이랜드면세점은 노종호 대표가 직접 PT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또 HDC신라면세점은 양창훈·한인규 공동 대표 중 한 명이 PT를 진행하고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자리에 참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각 업체별로 PT는 5분정도 진행되지만 질의응답은 최대 20분 할당되며 시간을 초과하면 마이크가 자동으로 꺼진다. 이 때 각 기업들이 경영능력과 사업계획에서 부족한 부분에 대한 보완책 등을 얼마나 잘 답변하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선정 기준은 경영능력(300점), 관리역량(250점)을 비롯해 관광 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150점), 중소기업 제품 판매실적 등 경제·사회 발전 공헌도(150점), 사회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150점) 등이다.

특히 이번 심사에서는 종전과 다른 방식으로 심사위원이 구성되는 점도 눈길을 끈다. 현재는 절반 이상의 민간위원을 포함한 50명 이내의 특허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들 중 10~15명의 인원을 심사위원으로 위촉했다.

그러나 이번 면세점 입찰부터는 다음달 1일 시행되는 '보세판매장 운영에 관한 고시 개정안'에 따라 특별한 인력을 구성하지 않고 심사 3일 전에 총 15명 정도로 심사위원을 선정하고 통보할 방침이다. 또 선정된 심사위원들은 바로 2~3일간 합숙에 들어가 PT에 참석하게 된다.

특허심사위원회 위원장도 기존 통관지원국장에서 관세청 차장이, 부위원장은 통관지원국장이 맡게 된다. 이들은 특허심사의 공정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회의 진행 외 채점권한은 주어지지 않는다.

◆내부 경쟁 격화 속 글로벌 경쟁력 '약화' 우려

서울 시내 면세점을 둘러싼 쟁탈전이 격화되면서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이자 관세청도 이번 사업자 선정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입찰 자체를 두고 일각에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야 할 시점에서 정부가 내부 경쟁만 부추긴 것 같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사업자가 늘수록 경쟁이 심해지면 해외 명품기업과의 가격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며 "이는 사업자만의 문제가 아닌 국가 차원의 경쟁력에서도 뒤처지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 면세시장은 8조3천억 원 규모로 2009년 이후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세계 면세시장의 10%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 1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최근 메르스 여파로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하고 있는데다 일본에 중국 관광객들을 빼앗기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주변국에서는 이미 국가적으로 면세점 사업의 대형화와 집중화에 힘을 쏟으며 국내 면세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하이난 섬에 세계 최대 면세점을 조성해 관광객은 물론 자국민 수요를 잡기 위해 정책까지 바꾸는 등의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태국 역시 나라 전역에 하나의 사업자가 운영하는 방식으로 면세점 사업의 집중화로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고 있고, 대만 정부도 섬 전체를 면세화 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또 일본은 관광 수익을 올려 내수 경제 활성화를 꾀하면서 면세점 확대 등 공격적인 유치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10년 단위로 자동 갱신 됐던 면세점 특허권을 지난해부터 5년마다 특허를 재입찰하는 방식으로 변경해 오히려 내부 경쟁만 부추기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과 달리 대기업 사업자는 추가 갱신이 되지 않아 5년밖에 사업할 수밖에 없어 장기적 관점의 사업 계획을 세우기도 어렵게 됐다.

기존 사업자 역시 신규 특허 확보는 물론 특허가 만료되는 사업장에 대한 방어 전략 마련에 힘을 쏟게 되면서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는데 역량을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재입찰 탈락 시에는 손해도 막심해 해당 업체뿐 아니라 국가 전체적으로도 손해가 크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업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일단 사업권만 확보하면 연간 5천억 원대의 추가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만 가진 사업자를 선정하지 않도록 관세청이 공정하고 객관적인 판단을 해주길 바란다"며 "면세산업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산업인 만큼 사업역량을 철저히 검증하지 못한다면 국내 시장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전미영 서울대 소비학과 연구교수도 "면세점 사업은 이제 국가적인 사업으로, 이번 서울 시내 추가 특허 여부에 따라 관광 산업 발전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중국 관광객 1천만 시대에 대비해 새로운 면세점의 방향을 제시하고 한국 관광의 발전을 선도할 수 있는 사업자를 선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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