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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과 진흥으로' 한국 게임 희망을 이야기하다


[게임, 생존동력을 찾아라] 인식 개선 통해 재도약 다짐

[류세나, 문영수 기자] 2014년 대한민국의 게임사들은 위기 속 도약을 위해 종횡무진 뛰었다. 안으로는 차기 성장동력을 발굴하고자 노력했고 밖으로는 글로벌 시장 확대와 새로운 시장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고자 달리고 또 달렸다.

메이저 게임업체들과 중소 개발사들이 상생을 화두로 다각적인 협력 작업을 진행된 것도 2014년 게임시장의 특징으로 꼽힌다. 게임사들은 규모에 관계 없이 외산게임에 대항할 경쟁력을 갖추고자 아이디어를 모았고 정부의 게임규제 정책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머리를 맞댔다.

지난 몇 년간 개발해 온 대작 게임들이 마침내 실체를 공개하고 해외에서도 승전보가 타진된 점은 힘겨웠던 2014년을 극복할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는 상태. 때마침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내 게임산업 재도약을 위한 중장기 프로젝트를 가동하겠다고 발표해 게임인들의 얼굴에는 오래간만에 화색이 돌고 있다.

위기를 기회삼아 대한민국 게임은 다시금 희망을 얘기하고 있고 2015년으로 도약하고자 힘찬 날개짓도 시작했다.

◆ 상생만이 살 길…함께 뛰는 게임업계

2014년을 마감하며 게이머들은 즐거운 상상에 빠져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찾아보기 힘들었던 대작 온라인 게임들이 2015년 서비스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로스트아크'를 비롯해 '리니지 이터널', '문명온라인', '메이플스토리2', '서든어택2', '트리오브세이비어', '파이널판타지', '프로젝트 혼' 등 올해 4분기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대작들은 벌써부터 핫이슈다. 다중접속역할수행(MMORPG)부터 슈팅, 오픈월드 방식의 역할수행게임(RPG)까지 장르도 다양해 취향 따라, 입맛 따라 고르는 재미도 쏠쏠할 전망이다.

게임업체들도 대작들의 등장을 반기고 있다. 다소 침체됐던 내수 시장이 다시금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좋은 게임은 회사의 성장동력인 동시에 세계 시장에서 게임한류를 되살릴 불씨이기도 하다.

대작 게임의 출시를 앞두고 게임업계는 그러나 지나친 출혈경쟁과 대작들 속에서 중소 게임들이 묻혀 버리는 풍선효과를 경계하고 있다. 대작들간의 과열 경쟁도 문제지만 그 이면에 우수한 중소 게임들이 빛조차 못 본 채 사라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 중견 게임사 대표는 "온라인게임의 르네상스가 재현된다면 마땅히 환영할 일이나 마케팅 집행 여력이 부족한 회사들로선 기뻐할 수만 없는 상황"이라며 "향후 몇 년간 대작들이 연이어 나온다는 점을 고려할 때 중소 게임들은 테스트와 서비스 시점 등 여러 가지를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견 게임사 관계자는 "대형 게임들 사이에서 게임의 존재감을 드러내려면 막대한 마케팅 자금이 필요한데 중소 개발사는 그럴만한 여력이 없을 경우 몇 년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대형기업이 스타트업 등 작은 회사의 아이디어를 끌어주고 함께 성장해 나가는 상생 노력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같은 약육강식의 시장 논리를 경계하고 기업간의 상생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은 게임업계 종사자들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반짝이는 발상과 기지가 중요시되는 게임 시장에서 중소 개발사들의 아이디어와 개발력을 고사시키는 행위는 게임의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악재라는 점 또한 익히 알고 있는 바다.

게임사들이 지난 2013년을 기점으로 중소게임사 지원을 활발히 하는 이유도 사실은 여기에 있다.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힘과 아이디어를 모아 국내외 게임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자 게임사들은 단순한 개발사와 퍼블리셔의 관계를 넘어 '함께하기' 풍속도를 그려나가고 있다.

넥슨의 '넥슨파트너스센터(NPC)', NHN엔터테인먼트 '&Start 펀드 ', 스마일게이트 '오렌지팜', 네오위즈게임즈의 '네오플라이' 등은 대표적인 상생 협력의 사례다.

넥슨은 성장가능성 있는 게임벤처 및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선릉과 판교 2곳에 '넥슨파트너스센터(NPC)'를 오픈하고 무상으로 개별 사무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입주사가 원할 경우 재무, 법률, 투자 등 기업 운영관리 전반에 대한 자문도 지원한다.

활발한 지원 덕에 NPC 입주사인 엔토스게임즈는 올해 1월 벤처캐피탈 캡스톤파트너스로부터 투자를 유치했고 코쿤게임즈와 블랙비어드도 케이큐브벤처스로부터 투자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NHN엔터테인먼트가 NHN인베스트먼트와의 공동출자해 운용하는 인큐베이팅 시스템 기반 '&Start 펀드'는 일반적 자금 투자를 넘어 역량 있는 개발사가 안정적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초기 지원과 기업운영에 필요한 서비스를 지원한다.

NHN엔터테인먼트 측은 장기적으로 중소개발사와 함께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공사례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이 펀드 운용의 목적이라고 설명한다.

현재까지 트롤게임즈, 지니어스게임스, 버프스톤, 모빌팩토리, 썸에이지, 펀웨이즈, 플레이포게임즈, 로드컴플릿, 엠플러스 등 총 12기업에 투자가 진행됐다.

올해 1월 출범한 스마일게이트의 '오렌지팜' 역시 건전한 창업 생태계 구축과 그들의 열정을 지원하고자 마련됐다. 게임분야 외에도 모든 문화콘텐츠 분야를 지원하고 있다는 점은 오렌지팜의 큰 특징이다. 서울 서초 및 부산지역에 스타트업과 예비창업팀 20여개, 150여명의 수용이 가능한 입주 공간을 마련하고, 청년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서상봉 스마일게이트 인큐베이션 센터장은 "2015년에는 운영 인프라의 확대는 물론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플랫폼으로 도약하고자 노력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서울 시내에 추가적인 센터 구축 검토와 함께 기존 센터를 확장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네오위즈게임즈의 스타트업 발굴지원 투자 프로그램 '네오플라이'에도 모바일게임, 여행, 프로그래밍교육, 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분야의 8개 스타트업이 입주해있다.

'네오플라이'의 가장 큰 성공사례로는 애니팡으로 유명한 선데이토즈가 있다. 이후에도 20여개의 팀과 인연을 맺어 나가고 있다. 입주했던 기업 중 마이리얼트립, 카페인, 원데이원송, 비컨스튜디오, 스파코사, 아이엠컴퍼니 등 55%가 후속 투자를 유치하는 성과를 거뒀다.

남궁훈 전 위메이드 대표가 이끄는 재단법인 게임인재단을 통해 ▲힘내라 게임人상 ▲네이버 한국 투자 힘내라! 게임人 펀드 ▲베타존 서비스 ▲법률 자문 서비스 ▲산학 협력 프로그램 '나의 꿈, 게임인 장학금' 등의 프로젝트도 가동되고 있다.

◆ 정부의 게임진흥책, 글로벌 수준으로 확대돼야

이웃나라 중국을 비롯, 영국과 캐나다 등 많은 나라들이 게임 산업 진흥을 위해 정부가 전폭적인 지원책을 펴고 있다는 점을 예로들며 기업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정부의 강력한 진흥책을 기다려 왔다.

중국은 정부가 직접 나서 외산 게임에 대한 중국 직접진출을 막아 자국 게임시장을 보호하고 반대로 자국 개발사에게는 관련 규제를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게임산업을 육성해왔다. 해외게임에 대해서는 일종의 서비스 허가와 같은 판호를 내주는 규정도 까다롭게 적용해 중국시장에 진출하기 어렵게 했다는 게 게임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영국은 게임산업의 태동기인 1997년 '창조 영국' 정책을 발표하고 게임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게임 개발 비용의 80%까지 세금을 25% 감면해주고, 게임관련 연구개발비(R&D) 지출에 대한 세제 혜택을 225%로 적용하고 있다.

캐나다도 주정부가 나서 게임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캐나다 퀘벡주정부의 경제개발공사인 인베티스먼트 퀘벡은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게임사가 지급하는 급여의 30%를 세금환급 방식으로 지원한다. 게임 내 프랑스어를 지원할 경우에는 최대 7.5%의 감세 혜택이 추가 제공된다.

이같은 지원 덕에 현재 퀘벡에는 유럽의 거대 게임사 유비소프트와 일본 대표 개발사인 스퀘어에닉스를 비롯해 워너브라더스 게임, EA스튜디오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이주해 있다.

독일, 네덜란드, 핀란드 등 기타 국가들도 다양한 세금 감면 혜택을 통해 게임 산업 진행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추세와 비교했을 때에도 밀리지 않는 산업육성안이 필요하다"며 "제아무리 진흥을 외친다 하더라도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국산게임이 갖는 경쟁력이 약화된 만큼 이를 보완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18일 발표한 게임산업진흥 중장기계획은 정부의 지원책을 기다려왔던 게임사들에게는 한 줄기 빛과도 같은 희망으로 인식되고 있다. 물론 제대로 실현될 수 있다는 전제에서다.

정부는 ▲차세대 게임산업 신영역 창출 ▲게임산업 재도약 기반 마련과 더불어 게임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게임인식 제고를 통한 가치의 재발견 등을 약속했다. 게임업계로서는 위기의 끝에 기회가 온 모양새다.

정부는 게임산업 진흥을 위해 오는 2019년까지 세계적 게임사 20개를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10조 원 규모인 국내 게임시장을 13조 원으로 확대하고 수출 규모도 28억 달러에서 40억 달러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를 위해 국고 1천800억 원과 민간 출자 500억 원을 더해 총 2천300억 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표적 한류 수출산업인 게임 수출을 위해서는 일본과 중국에 집중된 현재의 구조를 탈피, 해외 시장 다변화를 추진하고 동남아·중남미 등 신규시장을 발굴과 시장별 진출 전략도 서둘러 마련한다는 전략. 현지화·품질관리·테스트·마케팅의 종합적 지원을 위해서는 모바일서비스 플랫폼을 운영하고 해외 게임전시회 및 플랫폼 전시회에서의 한국 공동관 운영을 확대해 국내 콘텐츠의 해외 홍보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중소기업이 해외진출의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지적한 정보 부족을 해소하고자 해외 주요 수출국가의 정보를 제공하는 한국무역공사의 '글로벌 윈도우'에 정보기술 인프라, 주요 게임 동향, 정보 통신 기술(ICT) 확산 현황 등 게임 산업 해외 진출에 필수적인 정보를 추가할 예정이다.

여기에 기능성게임 제작에 대한 지원도 늘려 사회적 영역에서의 게임의 역할을 확대하고 게임이 가족의 건전한 여가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체감형 아케이드 게임 제작 지원 사업도 확대하며 게임예술·게임 미디어 창작센터·장애인 창작 지원 등 즐기는 게임을 넘어 참여, 공감할 수 있는 게임문화를 정착하겠다고도 했다.

정부가 내놓은 게임산업 진흥안에 대해 김종득 게임개발자연대 대표는 "정부가 오랜만에 내놓은 진흥책에 우선 환영하는 입장"이라며 "또 자문회의를 통해 업계와 함께 논의했던 의견들도 상당부분 반영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정부가 글로벌 경쟁 심화, 다양한 규제이슈 등으로 업계의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는 사실을 뒤늦게라도 알게 된 것 같아 조금은 다행스러운 느낌"이라고 했다.

대형 게임사의 한 관계자는 "문체부의 진흥책에 게임산업 인식을 위한 대국민 활동 계획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며 "각종 지원정책도 중요하지만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는 것 또한 시급히 해결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 수출역군 게임, 인식개선 통한 우수인재 확보도 관건

지난 십여 년간 한국의 온라인게임은 아시아를 넘어 북미, 유럽, 러시아 등 전세계로 뻗어 나갔다. 일등 공신은 당연 우수 게임들이었다. 잘 만든 게임들은 기업의 성장을 견인했고 한국의 기술력을 세계에 알리는 데에도 효자노릇을 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게임산업은 수출 27억1천540만 달러(약 2조9천735억 원), 수입 1억7천223억 달러로 25억달러가 넘는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특히 게임산업 수출액은 K팝으로 대표되는 음악분야 수출액 2억3천500만 달러의 11배, 영화 2천만 달러의 132배 수준이자 한국의 문화콘텐츠 전체 수출액 46억1천151만 달러의 57%를 차지할 만큼 절대적이다.

그 사이 게임중독에 따른 폐해가 부각되며 미운털이 박히기도 했지만 '리니지',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등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게임들의 사례에서 보듯 결국 게임사들의 미래이자 희망은 '게임'이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 제고는 지속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산업에 대한 인식이 곧 우수인재 확보 여부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게임사들은 우수 인재 확보가 어렵고 콘텐츠도 양적·질적 하락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엔씨소프트는 채용 설명회와 더불어 찾아가는 캠퍼스 채용카페 '링크(LINC)'를 열고 예비 구직자들과 편안한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문화재단을 통해 기능성 및 공익용 소프트웨어 개발, 지역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게임에 대한 긍정적 인식 변화를 위해 NC다이노스 야구단도 운영하고 있다.

넥슨은 게임 개발에 필요한 우수한 잠재성과 열정을 지닌 인재들을 조기에 발굴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넥슨개발자컨퍼런스(NDC)'를 통해 학생들이 게임기술 및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와 식견을 넓힐 수 있도록 하고, '넥슨오픈스튜디오(NOS)', '글로벌 게임잼'과 같은 게임개발 대회를 개최하거나 후원하는 등 게임 기술분야 인재 양성을 위한 활동을 다각도로 펼쳐나가고 있다.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는 대표적 사회공헌 프로그램 '위메이드 주니어 스쿨'을 2012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위메이드 주니어 스쿨'은 특성화 고교생 인재발굴과 게임업계 취업을 꿈꾸는 학생들을 위한 대표 산학협력 모델로, 올 상반기에만 1천100여 명의 학생들이 참여했다.

특히 이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회사를 직접 방문, 실제 게임이 만들어 지는 과정을 보고 현업선배들의 조언을 들을 수 있고, 위메이드 임직원이 직접 학교를 찾아 웹 디자인과 국내외 게임산업 전반 등을 주제로 특강을 진행하는 등 취업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어 게임 꿈나무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산업이 국내 콘텐츠분야 중 수출 1위로 꼽히고 있는데 반해 국내 산업규모는 세계적인 게임사들과 비교해 아직 낮은 수준"이라며 "글로벌시장에 한국게임산업의 우수성을 알리고 우리 정부도 인식제고 노력을 함께한다면 우수한 인재들이 게임산업으로 유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세나기자 cream53@inews24.com 문영수 기자 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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