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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검열'이 던지는 메시지


[사이버 新공안시대-중]디지털시대 적합한 '법-이용자보호' 제도 필요

[정은미기자] "앞으로는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최우선에 두겠습니다. 그동안 안이한 인식과 미숙한 대처로 사용자에게 불안과 혼란을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합니다."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는 지난 13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카카오톡 검열' 논란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했다. 네이버를 견제할 대항마로 주목받는 다음카카오가 검찰의 '사이버 검열' 논란으로 출범부터 휘청거리고 있다.

검찰의 '사이버 검열' 논란은 사실 무분별한 영장청구, 법원의 영장남발을 막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야하지만 '카카오톡 검열'로 비화되며 다음카카오가 불똥을 맞은 모양새가 됐다.

'사이버 검열'의 문제는 영장을 받아와 법적 절차를 따를 수밖에 없는 기업이나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가 "약자인 카카오에 대한 비난을 할 시간이 있으면, 검찰의 공권력 남용을 지적하라"고 말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시민단체 관게자는 "효력이 맞지 않는 영장으로 자료를 요구하고, 이를 엄밀히 따져보지도 않고 제공한 카카오 측 모두 위법적 행위로 이용자들의 프라이버시만 침해한 꼴"이라면서 "무엇보다 영장 청구 및 집행의 남용을 막는 사회적 논의가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위법에 협조, 안일한 대응

그럼에도 '카카오톡 검열' 논란에 대한 다음카카오 측의 대응은 이용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공권력의 감청영장청구에 따른 불가피한 행동(자료제출)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상은 이용자들의 프라이버시 침해에 적극 동조한 동시에 사회적 여론을 피하기에만 급급한 모양새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톡 검열' 논란이 빚어진 것은 지난달 19일 검찰이 사이버 명예훼손을 막기 위해 고소·고발 없이도 적극적인 수사에 착수하고, 실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하면서부터.

'카카오톡 검열' 논란이 확산되면서 이용자들의 불안감이 커져갔지만 다음카카오 측은 "발부된 영장에 따른 공권력 집행에 어떤 대응을 할 수 있는가"라는 식의 소극적 대응을 보였다.

지난 1일, 다음카카오의 출범일에도 이석우·최세훈 공동대표는 "공정한 법 집행이 있을 경우에는 대한민국의 법에 따라 검찰에 협조해야한다. (검찰이) 오라는데 안 갈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발언했다.

뿐만 아니라 감청 관련 질문에 "카카오톡에는 감청설비가 없다"면서 감청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이후 '카카오톡 검열' 논란에 따른 이용자 불신으로 독일 메신저인 텔레그램으로 '사이버 망명'이어지자 다음카카오는 '감청영장'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의 지난 대화내역을 7일 단위로 검찰에 제공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실토했다.

"영장집행에 따른 어쩔 수 없는 결과"라고 항변했던 이석우 대표는 미국변호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압수수색 영장이 아닌 감청영장에도 이용자 대화내용을 제공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고민 없이 공권력 탓만 하고 있었던 셈이다.

지난 8일 다음카카오는 블로그에 사이버 검열 논란과 관련, 공식사과하고 '외양간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카카오톡 메시지 저장기간을 2~3일로 축소하고, 프라이버시 모드를 도입한다는 등의 대응책을 내놨다. 이날 다음카카오는 카톡 공지사항을 통해 "부끄럽고 아프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다음카카오에 대한 불신이 커지자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는 지난 13일 긴급기자회견 형식을 빌려 다시 한 번 이용자들에게 사과했다.

이날 이 대표는 "지난 7일 이후 법원의 감청 영장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받는 것을 각오하겠다는 의사를 내보였다.

사용자 이탈을 막고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얘기였지만, 사실 다음카카오는 감청영장에 응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미 없는' 쇼맨십이라는 지적도 받았다. 이 대표는 뒤이어 16일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법 규정을 엄격하게 해석해 과거방식으로 더 이상 안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감청영장'이 주는 메시지

이번 '카카오톡 검열' 논란은 메신저와 같은 개인별 통신내역이 고스란히 사정기관에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피의자나 감청대상자와 카카오톡을 나눈 불특정 다수가 언제든 프라이버시를 침해당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 것이다.

다음카카오는 '실시간 감청'이 불가능하다면서도 수사기관에 송·수신이 완료된 메시지를 5~7일치씩 모아서 제공해왔다. 방식은 다를지 모르지만 밴드, 네이트온 등 모바일 메신저와 네이버나 네이트 등 포털 업체들은 '영장'에 따라 메일 상대자 이름·날짜·ID 등이 포함된 통신사실확인자료 등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의 영장에 따라 어떤 자료들을 제공하고 있는지 투명하게 밝히는 기업은 없다.

다음카카오는 앞으로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따라 제공한 고객들의 정보를 투명하게 밝히겠다고 말한 것이 첫 번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경실련 관계자는 "다음카카오뿐만 아니라 SNS사업자·통신사·포털 등도 정부기관 등에 제공한 이용자 정보 내역을 이른 시일 내에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이용자들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조치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업계의 노력만으로 이런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법조계와 업계가 함께 프라이버시 침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강구해 가야 한다.

검찰이 공개된 게시글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겠다고 하지만, 모호한 영역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공개된 게시글이라는 것도 구체적으로 구분하다보면 경계선이 모호할 수밖에 없다"면서 "기존 제도로 현재의 사이버공간을 재단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카카오톡 검열 논란을 계기로 '디지털시대에 맞는 법제도의 정비'가 시급한 때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최성진 사무국장은 "현행 법·제도가 인터넷 서비스를 고려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어서 불분명한 부분이 있다"면서 "수사기관의 공익적인 목적과 이용자의 프라이버시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법제도를 보완해야한다"고 말했다.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이메일, 메신저 등의 디지털 정보는 해당 파일을 열어보지 않으면 어떤 내용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압수수색할 때 통째로 가져갈 수 밖에 없다"며 "이는 범죄사실과 무관한 정보까지 포괄적으로 압수하는 결과가 돼 영장주의 위반, 프라이버시에 대한 과도한 침해 등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분별한 정보수집을 제한하고 국민이 개인 정보의 통제권을 민주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은 "감청 대상은 살인, 인신매매, 마약범죄 등 일부 중범죄에 국한하기 때문에 수사 목적의 감청 자체를 사회악으로 치부하는 것은 곤란하다"면서도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정보와 개인식별정보에 대한 구분을 명확하게 하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은미기자 indi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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