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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농구 미래 걱정 유재학 감독 고언, 누가 듣고 있나?


아시안게임 우승 후에도 걱정, "연령별 대표팀 전임 지도자 도입하라"

[이성필기자] 12년 만에 남자농구대표팀에 금메달을 안긴 유재학(51) 감독은 기쁨보다는 미래를 걱정했다.

남자 농구대표팀이 3일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이란과의 결승전에서 79-77로 승리하며 2002 부산 대회 이후 12년 만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의 통산 세 번째 금메달이다.

경기 내용도 나쁘지 않았다. 미국프로농구(NBA)를 경험했던 이란의 장신 센터 하메드 하다디를 깔끔하게 봉쇄했고 투지와 정신력도 빛났다. 선수들의 금메달에 대한 집녑이 코트 위에 그대로 묻어 나왔다.

유재학 감독은 울산 모비스와 대표팀 사령탑을 겸업했다. 프로농구는 오는 11일 2014~2015 시즌 개막을 앞두고 있다. 사실상 유 감독은 지난 시즌 종료 후 모비스를 버리고(?) 대표팀 지휘에 올인하며 스페인 농구월드컵과 인천 아시안게임 준비에 몰두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기쁨은 지난 두 시즌 모비스의 우승보다 훨씬 더 무게감이 컸다. 유 감독은 "모비스의 2연패보다 이번 금메달이 훨씬 더 기쁘다"라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그 정도로 금메달을 목에 걸 기회란 쉽게 오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금메달 획득의 감격도 잠시. 이내 한국 농구의 미래에 대한 유 감독의 고민이 이어졌다. 한국은 지난해 이란과 두 차례 만나 모두 패했다. 2005년 카타르 아시아선수권대회 8강전 승리 이후 단 한 번도 이란을 넘지 못했다. 힘과 기술로 무장한 이란 앞에 한국은 개성을 잃고 매번 무너졌다. 이번 대회 결승전에서 극적으로 이란을 꺾긴 했지만, 투지와 근성으로 일궈낸 것이지 실력으로 이란을 넘어섰다고 할 수는 없었다.

이란과 쌍벽을 이루는 중국도 한국이 넘어야 할 산이며, 두 팀 외에도 필리핀 일본 등의 성장은 유재학 감독의 머리를 아프게 한다. 사실 이번 대회 금메달은 중국이 세대교체 중에 얻은 반사이익이라는 측면도 어느 정도는 있다. 중국은 완전체로 이번 아시안게임에 나서지 못했다. 김주성은 중국 언론이 이번 대회 중국대표팀에 대한 인상을 묻자 "중국이 이번에는 성적을 잘 못냈지만 다음 대회에서는 무섭게 성장해 강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은 아시안게임 직전 출전한 농구월드컵에서는 전패하며 동네북이 됐다. 결과적으로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큰 경험이라는 소득으로 돌아왔지만 세계 무대에서는 최약체에 불과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유 감독도 "몇몇 선수는 농구에 대해 회의감을 가질 정도로 침체된 분위기였다"라며 대회 준비가 너무나 어려웠음을 토로했다.

이는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슈터 조성민(부산KT)은 "월드컵을 다녀 와서 자신감이 정말 많이 떨어졌다. 아시안게임 기간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라며 세계 무대에서의 자기 존재가 너무나 미약했던 것에 마음아파했다.

한국농구에 대책은 없을까, 유 감독은 대표팀 전임 지도자 도입과 연령별 대표팀 감독 선임을 이야기했다. 이는 지난 시즌에도 유 감독이 꾸준히 주장했던 것 중 하나다. 전임 지도자가 있어야 대표팀의 지속적이고 유기적인 관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연령별 감독은 선수 육성을 체계적으로 해 뿌리부터 튼튼하게 하자는 것과 같다. 세계농구의 흐름을 잘 아는 공부하는 지도자가 대표팀의 발전을 이끌어야 된다는 맥락이다.

물론 대표팀 전임지도자 도입 시도가 있기는 했다. 지난 2008년 김남기 감독이 공모를 통해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정됐다. 그러나 오래 가지는 못했다. 프로와의 연계나 보수 등 여러 측면에서 어려움이 많아 시행착오를 겪었다. 타 종목에서 대표팀 전임지도자제가 정착되고 있는 상황에서 농구계는 여전히 시류를 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금메달을 따낸 뒤 대표팀은 시원한 뒷풀이를 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농구협회의 한 원로는 대표팀 전임지도자 도입에 대해 "농구계가 다같이 이야기해 풀어야 할 문제다. 재정 문제 등 여러가지를 고려해야 한다"라며 속시원한 답을 주지 못했다. 농구 발전을 위해 유 감독이 오래 전부터 대안을 제시했는데도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고민만 계속하고 있는 것이 농구계의 현실이다.

유 감독은 이미 대회 전부터 자신의 대표팀 사령탑 연임은 어렵다는 뜻을 수 차례 강조한 바 있다. 모비스로 돌아가는 유 감독의 후임으로 누가 대표팀을 지휘하게 될 지, 앞으로 한국농구는 어떤 길을 걷게 될 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

조이뉴스24 인천=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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