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女의 결혼시장 상품성은? 나이 많을수록 불리


[결혼정보회사 미팅? 그것을 알려주마!](2)

[이혜경기자] 내가 결혼정보회사 회원으로 등록한 것은 지난 2007년 10월말, 서른한 살 싱글의 가을이 저물어 가던 때였다. 결혼에 대한 조급함 같은 것은 없었지만, 그 무렵 나는 일로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많이 지쳐 있었다. 힘들 때 나를 격려해주고 무조건 내 편이 되어 줄 수 있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간절했다.

20대에도 물론 힘든 일은 있었다. 그때는 대개 남자친구가 곁에 있었고, 결혼을 한 친구들도 거의 없었다. 내가 필요할 때 사람을 만나고 싶으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서른한 살의 나는 남자친구가 없었고, 내 친구들은 거의 다 결혼을 해버려서 내가 원할 때 나를 만나러 당장 달려올 형편이 못되었다.

'언제든지 나만을 위해 있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이것이 내가 그 당시 결혼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그리고 그날 퇴근길에 D결혼정보회사에 찾아간 이유였다.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에휴, 결국 주변에서 못 찾고, 결혼정보회사까지 찾아가서 사람을 소개받아야 하나?' 하는 자괴감에서부터, '혹시 나 같은 서민의 딸은 안 받아 주는 거 아냐?' 하는 불안감, 그리고 '가격이 얼마나 비싸려나?' 하는 소심함까지. 온갖 생각이 뒤죽박죽이었다.

버스에서 내려 D사가 있는 건물을 향해 걸어가려니 날이 벌써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건물에 들어서는데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거물급 인사를 만나 인터뷰를 할 때도 느긋하던 나였는데, 이게 웬일이람. '아놔, 심장이 왜 이리 오버야. 정신 차리자!' 떨리는 마음으로 D사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저, 가입 상담을 하러 왔는데요…."

직원의 안내를 받아 상담실에서 기다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늘씬한 미모의 상담 컨설턴트 한 분이 들어왔다. 인사를 나누고 나는 떨리는 마음을 누르고 내 소개를 했다. "저어, 저는 서른 한 살이고요, 가입을 고민 중인데요…."

한 시간 정도 컨설턴트와 상담을 했다. 서비스는 노블(고급형)과 일반(보급형)으로 나뉘어 있었다. 그런데 막연히 생각했던 것과 달리, 두 서비스는 상류층과 서민을 나누는 칸막이가 아니었다. 노블 회원에도 평범한 직장인 남녀가 있고, 일반 회원에도 전문직이 섞여 있다는 것이었다. 가입하는 사람이 원하는 서비스를 선택하는 것이고, 서비스 내용에 따라 가격이 다른 것뿐이었다.

일반형은 일반형 서비스에 가입한 남자(여자)회원 프로필을 1년간 한 달에 몇 개씩 꾸준히 받는 정량제였다. 지금은 물가가 올라서 더 비싸졌겠지만, 당시 일반형의 가격은 100만원대였다. 노블은 기간 제한 없이 고급형에 가입한 남자회원들의 프로필을 받을 수도 있고, 이성(異性) 회원들의 상세 정보를 검색해서 찾아볼 수도 있었다. 노블의 가격은 200만원대였다. 고급형이든 보급형이든 100만원이 넘어가니 어쨌든 적지 않은 비용이었다.

나는 노블에 눈길이 갔다. 남자회원들의 상세한 정보를 검색해 소개받을 수도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상세 정보에는 학력, 직장 등 간단한 정보 외에, 회원이 직접 작성한 자기 소개글과 원하는 배우자상에 대한 글을 볼 수 있다는 것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아무리 많은 남자회원의 프로필을 받아도 나와 안 맞을 것 같은 사람들만 받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겠지. 검색을 열심히 해서 나와 통할 것 같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만난다면, 어쩌면 인연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고객님이 노블 서비스를 이용 하실 경우, 총 4번의 소개가 이뤄집니다." "4번이요? 홈페이지에는 12번으로 나와 있던데요." "그건 20대 기준입니다." "30대라고 해도 저는 30대 초반이잖아요." "죄송합니다. 남성 회원들의 선호도 때문에요. 저희도 어쩔 수 없어요."

헉. 충격이었다. 당시 서른 한 살이었던 나는 스스로를 노처녀라고 생각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나 혼자만의 착각도 아니었다. 주변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나를 노처녀라고 하는 소리도 들어본 적이 없었으니까. 사회 생활하는 여자들이 늘어나면서 여성의 결혼 연령이 높아지는 추세는 지금이나 몇 년 전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결혼정보회사에서 얘기를 들어보니, 결혼 시장에서 나라는 존재는 사회와는 아주 다르게 평가되고 있었다. 결혼 시장의 수많은 여성 후보자 가운데 하나일 뿐이며, 20대가 아니라는 이유로 상품 가치가 떨어지기 시작한 존재였다. 나름 열심히 성실하게 잘 살아왔다고 자부하던 나였는데. 열심히 살다가 지금에 이른 것뿐인데. 결혼 시장에서 '나'라는 상품의 가치를 가늠해보니, 경쟁력은 내 생각과는 확연히 달랐다.

'12번의 소개면 나쁘지 않네' 하는 마음으로 찾아갔던 내 생각과 달리, 30대로 접어들어 가치가 훅 떨어진 내게는 4번의 기회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 당시 정확한 가입 가격은 236만5천원(부가세 포함). 그야말로 건당 60만원짜리 소개팅 아닌가! 이런 럭셔리한 소개팅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건당 60만원짜리 소개팅, 가치는?

겉으로는 태연한 척 했지만 머릿속이 복잡했다. "생각해 보고 연락 드리겠다"는 말을 건네고 주섬주섬 가방을 챙겼다. 일어서려는데, 노련한 컨설턴트가 나를 붙잡았다. 기왕 여기까지 왔으면 어느 정도 마음을 정하고 온 것이 아니냐며, 여러 번 오가면 번거로우니 온 김에 가입을 하고 가는 게 좋지 않겠냐고 말이다.

거의 넘어왔다 싶은 고객이 그냥 가겠다 하니 컨설컨트의 입장에서는 아쉬울 법한 상황이 아닌가. 하긴, 나는 여길 찾아오기 전에 다른 결혼정보회사와 이 회사를 이미 저울질을 해본 후였다. 회원 수가 가장 많다고 하는 회사가 확률상 낫지 않을까 싶어 내심 마음을 정하고 방문한 것이 사실이었다. 이를 테면 확인사살을 하러 온 것이었달까.

하지만 잠시 망설였다. 건당 60만원짜리 소개팅이었으니까. 하지만…. 만약 그 4번의 소개팅에서 인연을 만난다면? 그렇다면 60만원이 어쩌면 비싼 게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나는 망설임을 접었다. 바로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신용카드로 거금 236만5천원을 결제했다. 그렇게 나는 결혼정보회사 소개팅의 세계에 성큼 발을 들여놓았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이혜경 기자

14년째 경제, 산업, 금융 담당 기자로 일하며 세상을 색다르게 보는 훈련을 하고 있다. 30대 초반에 문득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에 한 결혼정보회사 회원에 가입, 매칭 서비스를 1년간 이용했지만 짝을 찾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현재 블로그 '어바웃 어 싱글(About a single)'을 운영하며 같은 처지의 싱글들과 가끔 교감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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