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입원 석달…전환기에 선 삼성


비상경영 상황…이재용 리더십 등 역할론 '주목'

[박영례기자] 삼성을 이끌던 이건희 회장의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5월 급성심근경색으로 수술을 받은 뒤 석달째 입원치료 중이다.

현재 상태가 호전돼 일반병실로 옮겨 치료를 받고 있지만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나서기는 어려운 상태. 이른바 삼성 특유의 '시스템 경영'으로 별도의 비상체제 없이 그룹이 운영돼 왔지만 이 회장의 부재가 길어지고, 삼성이 비상경영에 나서면서 말 그대로 삼성은 중대 전환기에 선 형국이다.

◆이 회장 부재 속 삼성은 '비상경영'

이 회장의 입원 치료는 10일로 석달째다. 그 사이 삼성의 현재 상황은 말 그대로 비상상황과 다름없다. 주력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당장 전자 계열 실적이 동반 악화되는 등 그룹 전반으로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영업익이 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9%에 달할 정도로 절대적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전자의 위기는 곧 그룹의 위기와 같다.

더욱이 이번 삼성전자 실적악화의 주범이 된 스마트폰 사업의 부진은 계절적 요인이나 원화강세 등 일시적 현상이기 보다 추세적인 것이라는 점에서 내부의 위기감도 상당하다.

실제로 삼성 스마트폰은 2분기 북미시장 방어에는 성공했지만, 그 외 선진시장인 유럽은 물론, 성장을 이끌고 있는 중국과 인도 등에서는 후발업체에 추월당하는 등 앞으로 이들과의 힘겨운 싸움을 예고했다.

SA 등 시장 조사업체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25.2%로 30%가 깨진 가운데 중국과 인도에서는 샤오미 등 현지 업체에 1위를 내준 상태다. 분기 영업익 7조2천억원을 벌어들이고도 최근 삼성그룹 전반의 비상경영 등 위기감이 고조되는 이유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투자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 하는 한편 비용절감 등 사실상 비상경영에 착수한 상태다. 출장 및 잔업 등 불요불급한 비용부터 줄이고 나섰다. 또 CFO 주관 워크숍과 전략설명회를 잇달아 갖는 등 위기극복 방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강도높은 비용절감책과 함께 위기 대응전략 마련에 부서장급 이상은 휴가와 주말도 반납한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룹 차원에서도 삼성전자와 무선에 집중된 현재의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자 계열에 대한 경영진단 및 소재는 물론 금융, 화학 등 계열간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합병 및 조정 등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여기에 삼성SDS와 제일모직(옛 에버랜드) 상장 등을 앞두고 있어 후계구도와 맞물린 지배구조 개편작업도 본격화 되는 모양새다.

◆후계작업 본격화, 이재용 리더십 ‘주목’

이 회장 부재 속 삼성이 이같은 위기상황에 직면하면서 이재용 부회장을 축으로 한 후계구도 작업이 보다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특히 이 회장의 공백을 메울 이재용 부회장의 리더십이 최근 주목 받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건희 회장은 전형적으로 위기에 강한 리더로 통한다. 특유의 '위기론'으로 조직에 끊임없는 긴장감과 화두를 던지며 삼성전자를 세계 최고의 제조기업으로 키웠다. 특히 지난 2010년 삼성전자가 이른바 애플의 아이폰 쇼크로 휘청일 때 전자 회장으로 복귀, 직접 애플과의 특허전 등 위기돌파를 이끌었다.

3년여를 끌어온 애플과의 전면전은 최근 양측이 미국 외 소송을 끝내기로 하면서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특히 이 과정에서 팀쿡 애플 CEO와 수차례 회동했던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미국 선밸리에서 열린 '앨런앤코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팀 쿡 CEO와 만난 뒤 최근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업계에선 이 출장에서 이 부회장과 팀 쿡 CEO가 이번 사안에 최종 합의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과의 관계 회복은 화웨이나 샤오미 등 중국 업체 대응에 더 집중할 수 있고, 웨어러블이나 사물인터넷 등 차기 시장에서 부품 공급 등 애플과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서 현재의 위기를 돌파할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셈이다.

이 부회장의 리더십이 주목을 받으면서 역할론 등에도 더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이 회장의 경영 공백 등이 길어지면서 현 체제로는 비상상황을 돌파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연말 인사 등 큰 폭의 체제 변화가 불가피 하다는 관측이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의 삼성의 위기론은 선제적인 것이라면 지금은 성장성 둔화 등이 현실화 되면서 실체적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형국"이라며 "지금과 같은 비상경영 상황 속 위기 돌파를 위한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이나 사업구조 재편 등 조직과 인사 등 큰변화가 불가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영례기자 yo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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