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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WC 결산]③'전술은 생물', 공간 점유-플랫3 활용이 대세


볼 소유 중심에서 공간 점유로, 수비적이라던 플랫3도 효과 톡톡

[이성필기자] 월드컵은 향후 4년의 세계축구 전술적 경향을 확인하는 대회다. 물론 그 전부터 활용했던 전술을 활용하며 새로운 전술을 찾는 무대이기도 하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는 패스에 기반을 둔 스페인의 '티키타카'가 대유행했다. 정확한 패스로 볼을 소유하며 전방으로 향해가 마무리짓는 것이다. 확실한 공격수 없이 제로톱을 활용했는데 그 뒤에는 늘 정교하고 빠른 패스가 있었다.

당연히 이런 전술을 뛰어 넘기 위한 고민이 거듭됐고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서는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발 앞서 공간을 점유하며 상대의 압박에 탈압박으로 대응하는 기조가 들불처럼 번졌다. 여기에 퇴물처럼 여겨졌던 플랫3의 부활은 덤미었다.

체력과 공간 점유 축구의 장점은 우승팀 독일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독일은 늘 상대팀보다 선수 개인별 평균 1km를 더 뛰었다. 그러면서 공간을 선점하며 상대 수비를 무너뜨렸다.

브라질과의 4강전에서 독일은 공간 점유의 정석을 보여줬다. 브라질 수비가 발이 무거운 틈을 타 뒷공간으로 빠져 들어가며 끊임없이 골을 만들어냈다. 당연히 이동거리도 훨씬 많았다.

물론 독일 축구가 진보를 위해 변신을 꾀한 것도 간과할 수 없다. 독일은 과거 투박했던 선굵은 축구에서 벗어나 패스라는 무기를 장착했다. 짧은 패스와 중간 패스의 빈도가 이전과 비교해 70% 가까이 늘어났다. 패스가 제대로 되니 더 많이 움직이면서 이를 받아 최종 슈팅으로 마무리지을 수 있는 것이다.

16강에 머무르기는 했지만 칠레의 축구도 비슷했다. 칠레는 선수들의 기본적인 기술에 적절한 공간을 활용하며 조별리그에서 '디펜딩 챔피언' 스페인을 무너뜨렸다. 상대의 뒷공간으로 빠르게 빠져 들어가면서 볼은 놓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칠레의 전술에 16강 상대 브라질은 애를 먹었고, 1-1로 비긴 끝에 승부차기로 힘겹게 이겼다.

반면, 우승후보로 꼽혔던 브라질은 경쟁 국가들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상대가 촘촘한 밀집수비로 나오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칠레와의 16강전은 물론 콜롬비아와의 8강전에서도 상대의 강한 전방 압박과 패스를 쉽게 차단하지 못했다. 세트피스에서 다비드 루이스의 프리킥이 골문 안으로 정확하게 연결되지 않았다면 4강에 오르지 못할 수도 있었다. 개인기로 상대 수비를 흔들어주는 네이마르가 부재했던 4강과 3-4위전은 브라질에 재앙과 같았다.

공간 싸움의 원리는 수적 우세다. 공간을 점유하기 위해 볼을 소유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움직이며 상대의 힘을 빼는 것이다. 김호 전 축구대표팀 감독은 "4강까지 오른 팀들 중 브라질을 제외하면 항상 다른 팀들보다 더 많이 뛰고 공간을 먼저 선점한 뒤 패스의 강약을 조절하며 골을 넣는 경향이 뚜렷했다"라고 진단했다.

효율적인 축구의 절정은 플랫3다. 이번 대회에서는 칠레, 네덜란드, 코스타리카, 멕시코 등이 퇴물 취급받던 플랫3를 들고 나왔고 나름 성공적인 수확을 거뒀다. 조별리그 내내 플랫4를 활용하던 알제리도 독일과의 16강전에서는 플랫3로 변형하는 유연성을 발휘했다. 상대적으로 약한 팀이 강팀을 이기기 위한 비책이었다.

이들은 수비시에는 좌우 윙백들이 확실하게 내려서서 플랫5 형태로 수비를 했다. 앞선의 두 중앙 미드필더까지 간격을 좁히면서 상대가 볼을 투입할 수 있는 공간을 허락하지 않았다.

상대가 중앙으로 볼을 배급하려고 할 경우에는 플랫3의 가장 중앙에 있는 스위퍼가 뒤로 처져 있다가 순식간에 전진해 올라오면서 패스를 잘라주고, 전방 압박하는 '포어체킹(forechecking)' 역할까지 해준다. 이 역시 강한 체력과 공간 이해가 모두 수반되어야 한다.

특히 코스타리카는 공간 확보와 압박을 플랫3로 제대로 구현했다. 네덜란드가 8강에서 코스타리카를 만나 같은 스타일에 고전하며 승부차기로 어렵게 이긴 것이 이를 반증한다. 아르연 로번이 측면에서 상당한 이동거리를 소화했지만 코스타리카의 몸을 던지는 수비는 로번의 개인기를 무력화시켰다. 김호 전 감독은 "한국에서는 플랫3가 수비적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있는데 전술은 생물이다. 얼마든지 활용하기에 따라서 공격적인 플랫3가 될 수 있다. 남 눈치를 보지 말고 자기들만의 전술 활용 극대화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수비가 흔들리고 경험까지 부족해 쓴맛을 본 한국에게는 상당한 교훈을 준 월드컵이었다. 한국은 벨기에전을 제외한 러시아, 알제리전에서는 체력부터 열세였다. 선수들 이동거리도 생각보다 적었다. 체력이 강점이라던 한국의 막연한 자부심에 큰 충격을 안긴 것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세계축구의 흐름을 좇는다며 기술 축구로 중심이 옮겨가던 한국이 앞으로 어떤 축구를 구사해야 하는지 재차 고민하게 만든 브라질 월드컵이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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