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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내는 사업재편…윤곽 보이는 삼성 후계구도


삼성SDI-제일모직 합병, 삼성엔지-건설 합병 등 지배 재편 신호탄?

[박영례, 김현주기자] 삼성이 계열간 사업재편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제일모직의 패션사업을 삼성에버랜드에 양도한데 이어 이번엔 제일모직을 삼성SDI에 흡수합병키로 했다.

앞서 삼성SDS와 SNS 합병, 삼성생명과 삼성물산 등 금융 및 건설 계열 지분 매입에 이은 최근의 삼성테크윈의 반도체 관련 사업 조정 등 최근 몇 달 사이 삼성내 계열간 사업재편은 숨가쁠 정도다.

이는 계열별 흩어진 관련 사업을 묶어 시너지를 극대화 하는 등 이건희 회장이 강조해온 '한계 돌파' 등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향후 삼성가 3세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 등으로 이어질 후계구도 등을 염두한 지분 정리 등의 성격도 있어 보인다. 사업재편이 속도를 내면서 더욱 구체화될 후계구도에도 재계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31일 삼성SDI는 이사회를 열고 신주 발행 및 제일모직 주식 교환을 통해 제일모직을 흡수 합병키로 결의했다고 발표했다. 양사는 오는 5월 30일 주주총회를 거쳐, 이르면 오는 7월 1일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삼성SDI는 이번 제일모직 흡수합병을 통해 연매출 10조원, 자산규모 15조원 규모의 부품 소재 전문기업으로 거듭나게 된다. 이는 지난연말 제일모직의 패션사업을 에버랜드에 양도, 부품소재 전문기업 육성을 위한 후속조치로 풀이된다.

실제로 삼성은 이건희 회장이 의지를 보여온 부품소재 경쟁력 강화 및 육성을 위해 계열간 흩어져 있는 유사 사업분야를 통합, 재편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이와 관련 지난해 IT 소재와 패션사업을 함께 영위해온 제일모직에서 패션사업을 분리, 에버랜드에 이관하고 제일모직은 전자소재 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바 있다. 아울러 독일 OLED업체 노발레드에 총 3천455억원에 인수, 계열사로 편입하기도 했다.

이번에 삼성SDI와 합병됨에 따라 이같은 시너지를 더욱 극대화 할 수 있게 됐다는 게 삼성측 설명이다.

이와 관련 삼성SDI는 전기차용, ESS용 배터리 등 친환경·에너지 사업을 위해 소재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 왔다. 이번 합병을 통해 제일모직의 분리막, 전자재료 등 다양한 소재 전문 역량을 활용할 수 있게 돼 배터리 소재 경쟁력을 발판으로 관련 사업 경쟁력을 크게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SDI는 "합병 시너지를 통해 오는 2020년에는 매출 29조원 이상의 회사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삼성은 이외에도 삼성디스플레이, 삼성테크윈 등 전자 부품 소재 관련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분 투자 및 사업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지난해 10월 유리 기판 등을 생산해온 미국 기업 코닝에 한화 2조4천억원을 투자, 지분 7.4%를 확보, 최대주주에 오르게 된다.

이번 투자로 삼성은 코닝이 보유한 LCD 기판 등 외에 환경, 통신, 생명과학, 특수소재 분야에 확보한 기술을 활용, 소재 분야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됐다. 삼성측은 대신 코닝과의 합작사인 삼성코닝정밀소재 지분 43%를 코닝측에 넘기고, 기존 LCD 기판유리 장기공급계약은 유지키로 함으로써 기판의 안정적인 조달도 함께 꾀했다.

이같은 부품 소재부문의 계열간 사업 재편은 이건희 회장의 '전자부품소재'를 그룹의 캐시카우로 삼겠다는 의지가 십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그동안 "삼성의 미래를 책임질 신수종사업과 소재사업의 경쟁력을 키우는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이의 경쟁력 강화를 주문했다. 이들을 새로운 동력으로 삼성 경영의 화두가 되고 있는 기존 사업의 한계 돌파, 즉 '마하 경영'의 일환으로도 풀이되는 대목이다.

◆이재용-이부진-이서현 3세 후계구도 나왔다?

이같이 최근 삼성그룹의 계열간 사업재편 및 선택과 집중이 가속화 되면서 이재용 부회장을 축으로 한 후계구도가 탄력을 받는 등 이재용-이부진-이서현 등 삼성가 3세로 이어지는 경영승계를 염두 한 사전작업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이번 재편 작업의 중심에는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생명 등 삼성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를 중심으로 급물살을 타는 형국이다.

삼성에버랜드는 앞서 제일모직의 패션사업을 이관받는 대신 기존 건물관리사업은 에스원에, 급식과 식자재 사업은 물적분할 해 '삼성웰스토리(가칭)'를 설립했다.

이에 따라 소재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한 제일모직은 삼성SDI에 합병, 향후 이재용 부회장이 이끌 것으로 예상되는 전자소재분야에 힘을 실어주는 한편, 에버랜드에 이관된 패션사업은 사업 양수도에 맞춰 에버랜드로 자리를 옮긴 이서현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맡게 했다.

향후 삼성의 모태가 됐던 '제일모직'의 사명은 이번 SDI와의 합병 후 에버랜드 패션사업부문에서 계속 사용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물적 분할된 '삼성 웰스토리'는 향후 이부진 사장이 이끌고 있는 호텔신라와 합병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생명,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 지분 25%를 보유한 최대 주주인 이재용 부회장을 축으로 각기 지분 8.37%를 보유한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이 패션과 호텔 및 서비스를 각각 나눠맡는 3각 축 구도가 구체화 되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삼성 지배구조의 또다른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는 삼성생명을 축으로 금융 관련 지분 정리에 나선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 또 삼성전자와 같이 주요 계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한 지분 정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생명은 최근 삼성전기와 삼성물산, 삼성중공업이 보유중인 삼성카드 지분 전량을 매입했다.

이를 통해 삼성생명의 삼성카드 지분율은 28.6%에서 34.41%로 늘었다. 지분 37.45%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삼성전자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커진 것.

아울러 삼성물산도 삼성SDI가 보유중인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5.09% 전량 매입, 지분 7.81%를 보유, 2대 주주로 올라섰다. 1대 주주는 지분 13%를 보유한 제일모직이다.

제일모직은 삼성엔지니어링 외에도 삼성석유화학(21.4%), 삼성정밀화학 (3.2%) 삼성에버랜드(4.0%) 주요 계열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정작 최대주주는 지분 11%를 보유한 국민연금이다. 삼성카드 등 삼성계열 3사 지분율은 이보다 적은 7.15% 수준이다.

이번 삼성SDI와 제일모직 합병으로 제일모직의 불안한 소유구조를 명확히 하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 작업도 본격화 될 것이라는 게 재계 관측이다.

이 경우 제일모직과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엔지니어링 및 삼성물산 등 지분 향방 등도 관전 포인트. 삼성SDI는 삼성물산 지분 7.4% 보유중인 최대주주다. 삼성물산의 지분 변화가 삼성 그룹 지배구조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현재 재계가 관측하는 삼성가 3세 후계구도는 에버랜드를 중심으로 전자와 금융은 이재용 부회장이, 호텔 및 건설, 중화학은 이부진 사장이, 패션 등은 이서현 사장이 나눠맡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영례기자 yo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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