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 '영업정지' 첫날, 통신시장은 '칼바람'

대리점 방문고객 20~30%대 불과···영업정지 추가제재


[강호성, 정은미, 정미하, 백나영기자] 13일 오후 종로에 위치한 SK텔레콤 대리점에서는 '통신사 중 오직 SK텔레콤만 정상영업 중'이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적극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었다. 대리점을 방문하는 고객들도 꽤 있었다. 이 대리점에는 6명의 직원이 4명의 고객 응대에 분주했다.

인근 KT 대리점 유리창에는 영업정지 알림과 사과의 내용이 담긴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SK텔레콤 대리점과 비슷한 규모였지만, 두 명의 직원들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여기서는 인터넷 가입, IPTV결합상품, 기기변경 등에서 혜택을 지원한다는 입간판을 세워두기도 했다. "평소 같으면 많은 고객들이 다녀갈 시간이지만, 방문하는 고객들이 절반이 안되는 것 같다"고 직원들이 말했다.

숙명여대 인근 LG유플러스 대리점. 분위기를 묻자 직원은 "손님도 평소 절반밖에 안오고, 그나마 요금수납이나 초고속인터넷 영업을 위해 출근한 것"이라고 말했다. 개통이나 기변 등을 원하는 고객을 찾기는 어려웠다. 그나마 대리점을 찾아온 손님은 "데이터 쉐어링 문의하러 왔다"고 했다.

신규 영업을 할 수 있는 SK텔레콤 대리점 직원은 문을 열고 들어선 대학생을 향해 "오늘은 보조금이 별로 많지 않으니 연락처를 남기고 가면 연락주겠다"고 유혹했다.

근처의 KT 대리점 직원은 "매출은 영업정지가 한달 가량 지나봐야겠지만 20~30% 정도 줄어들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강남역 인근 KT 매장을 방문한 예비역 군인은 "개통할 수 없으니 영업정지 후 오라"는 권유에 난감해하며 대리점을 나섰다. 이 대리점은 원래 4명이 일하는데 돌아가면서 쉬기로 했다고. 매장에는 2명이 교대로 나온다.

◆대리점, 봄바람 오랬더니 '칼바람'

불법보조금이 들끓던 이동통신 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LG유플러스와 KT의 영업정지를 시작으로 SK텔레콤의 영업정지가 뒤를 잇는데다 통신사들이 추가적으로 영업정지 제재를 맞음에 따라 당분간 이동통신 시장에는 찬바람이 계속될 전망이다.

이날 오후 아이뉴스24가 둘러본 종로, 서울역, 숙대, 강남역 인근의 통신대리점은 통신사 영업정지 제재에 따른 찬바람을 맞고 있었다.

이날부터 LG유플러스는 4월4일까지 영업을 못한다. KT도 4월26일까지 영업이 금지된다. SK텔레콤은 4월5일부터 5월19일까지 영업을 할 수 없다. KT의 영업정지가 끝나는 4월27일부터 5월18일까지는 LG유플러스의 영업이 금지된다.

미래부가 통신사에 제재를 가했지만, 통신사에 주는 영향이 적은 반면 그 불똥이 고객들과 대리점으로 튀고 있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날부터 45일씩 통신사 영업정지가 시작되자 중소유통대리점 관계자들은 정부의 통신사 제재가 영세한 중소대리점(판매점)에게만 피해를 준다며 반발하고 있다.

13일 오후 종로에서 집회를 개최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이종천 이사는 "영업정지로 인해 일반 소규모 판매점에서는 2천만원, 대리점에서는 2억원까지 손해를 본다"면서 "대리점과 판매점의 피해를 막기 위해 통신사들이 단기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을 대출해준다는 식으로 말하지만 실효성이 없으며, 영업정지 대신 고객 요금인하 방식으로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역 인근 판매점 관계자 역시 "통신사들 수익이 조(兆) 단위인데, 천억원대 과징금을 때렸다고 눈이나 깜박하겠나"고 되물으며 "영업정지 당하면 돈은 안나가고 고객이 납부한 요금은 계속 들어온다"고 지적했다.

숙대인근 대리점 관계자는 "통신비를 인하하면 소비자는 좋겠지만, 고객을 유치하고 본사로부터 고객요금의 일부를 받는 구조인 대리점은 이득이 없다"며 정부의 보조금 정책 전반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통신사, 불법싸움에 영업정지 '1 + 1'

미래창조과학부 역시 여론의 과징금 징수 및 영업정지 제재가 실효성이 낮고 대리점이나 고객에만 불편을 가중한다는 지적에 따라 정책변화를 꾀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취재한 대리점에서는 가입을 문의하는 고객도 적었지만, 대리점 방문자들 가운에도 원하는 서비스가 되지 않자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는 이들도 있었다.

미래부는 지난 12일 불법보조금을 통해 이용자를 차별하는 통신사업자에 대해 영업정지나 과징금 대신 통신요금을 감면해 주는 제도 도입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제도개선에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수 있다는 점에서 통신사들의 가입자 지키기 경쟁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영업정지 제재를 받았지만 통신사들은 반복해 불법 보조금 경쟁을 벌이다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추가 영업정지'까지 당했다.

이날 방통위는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에 각각 14일, 7일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두 회사는 미래부로부터 부과받은 45일 영업정지 이후 다시 영업을 할 수 없게 된다.

방통위의 제재가 의결되자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통신시장의 과도한 보조금 경쟁에 대한 책임을 공감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LG유플러스는 "방통위가 시장 영향력이 가장 적은 3위 사업자에 가중처벌을 적용해 가장 긴 기간의 영업정지 결정을 내린 것은 명백한 역차별"이라며 "매우 유감"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통신분야의 전문가는 "SK텔레콤이 점유율 50% 수성에 사활을 걸고, 후발사업자들이 이를 깨기 위해 서로가 무리수를 두며 경쟁하기 때문"이라면서 "보조금 문제는 사상 최대의 영업정지 제재에도 불구하고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는 정책실패의 전형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강호성기자 chaosing@inew24.com정은미기자 lotus@inews24.com 백나영기자 100na@inews24.com

관련기사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