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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헛발질'로 사라지는 SW 부지기수


중소 SW기업 40%, 마케팅에 애로…R&D, 경영보다 어려움 겪어

[김국배기자] 중소 소프트웨어(SW) 업체 마케팅 담당자인 ㄱ씨는 회사의 마케팅 업무를 혼자서 도맡고 있다. 대신 콘퍼런스 등에 참여해 마케팅 활동을 할 때는 다른 부서의 도움을 받는다. 그는 "현재 회사의 마케팅 인력은 한 명"이라면서도 "타 부서와 협력은 잘 이뤄지는 편"이라고 말했다.

'마케팅 인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알다시피 국내 환경이 그다지 좋은 상황은 아니니 당장 성과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 마케팅 활동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고 답했다.

다른 SW 업체 마케팅 담당자인 ㄴ씨는 "현재 2~3명 정도의 인력으로 구성된 담당 부서가 마케팅을 맡고 있으나 투자는 전년대비 19% 줄었다"며 "SW는 눈에 보이는 부분이 아니라 마케팅에 어려움이 더 크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사례에서 보듯 국내 SW 기업들이 '마케팅의 늪'에 빠져 있다. 마케팅 전담 인력을 두기보다는 대부분 다른 업무와 마케팅을 조금씩 분담하고 있다. 많은 비용을 투입해 SW를 개발하고 나면 마케팅에는 투자 여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의 '국내 중소 SW 기업 환경 실태조사(2011)' 결과에 따르면 중소 SW 기업의 40%가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10개 회사 중 네 곳은 제품은 만들었으나 어디에 어떻게 팔아야 할 지 모른다는 소리다. R&D(34%)와 경영(26%)은 오히려 그 다음이었다.

중소 SW 기업 마케팅 담당자는 "해외 콘퍼런스 참여만 하더라도 1회 최소 2천만 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되고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과 마케팅 활동을 하려면 그 몇 배의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마케팅 여유 있을 때 하는 것 아냐"

그러나 이같은 현상에 대해 업계에서는 기술 개발과 세일즈(sales)에만 치중하는 사업 풍토가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여유가 있을 때 하는 게 마케팅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내부에서도 마케팅 비용을 인정받기 어렵다. 마케팅 활동을 하기 위한 직접 비용도, 고급 전담 인력을 배정하기 위한 비용도 모두 부담일 뿐이다. 또한 오너가 엔지니어 출신인 경우 마케팅 활동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더 낮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심지어 시장 규모에 대한 분석이나 핵심 고객 선정, 마케팅 인력·비용 등에 대해선 제품을 개발하고 나서야 비로소 고민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엔 좋은 제품을 만들면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인정을 받고 성공할 수 있다는 주관적 믿음도 작용한다.

이파피루스 서정호 부사장은 "극단적으로는 일단 자신들이 만들고 싶은 SW를 만든 후에야 제품을 어떻게 팔아야 할지 고민하는 경우도 종종 봤다"면서 "막상 제품을 팔아야 하는 시점에는 제품 개발비로 자금을 거의 다 소진한 상태"라고 말했다.

엔키아 진원경 이사도 "기업의 세일즈를 해병대가 상륙해 고지를 점령하고 깃발을 꽂는 행위에 비유한다면 마케팅은 함포 사격이나 융단 폭격과 같은 같은 것"이라며 "마케팅이 부족하면 기업이나 제품을 외부에 제대로 알릴 수가 없고 이로 인해 대외 인지도나 기업의 가치 평가가 낮을 수밖에 없다"고 표현했다.

◆마케팅 '헛발질' 사라지는 SW 부지기수…CEO 차원의 고민 필요

제대로 된 마케팅 역량의 부족으로 수요처를 찾지 못한 SW가 그 가치를 잃어버리고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른 바 SW가 사장화되는 경우다. 따라서 적절한 타이밍에 제품에 대한 적확한 정보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현대 마케팅의 정수(精髓)다.

이파피루스 서정호 부사장은 "제대로 된 마케팅 작업이 없다 보니 좋은 제품을 만들고도 고객의 눈과 귀에 닿지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반대로 개발 능력은 우수하나 시장과 고객의 요구보다 자신이 만들고 싶은 제품을 우선하다 시장에서 퇴출되는 경우도 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마케팅의 의미와 이 필요성을 기본적으로 인지하고 그런 시각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벌이는 제품 개발과 판매 활동은 앞으로도 계속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선 기업을 이끄는 최고경영자(CEO)가 마케팅에 대한 필요성과 중요도를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처음부터 마케팅에 대한 투자를 고려해서 인력과 예산을 짜야 하기 때문이다.

SW 일본진출협의체(KJIT) 회장이기도 한 김규동 제이디에프 대표는 "SW 기업의 시작과 끝은 곧 마케팅"이라며 "무형의 재화이기에 브랜드에만 의존하는 SW기업에 있어 마케팅의 중요성은 제품기술·R&D 못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국배기자 verme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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