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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9년]박철우·이선규, 코트를 지배하는 '9'년차 사나이


현대캐피탈에서 시작된 인연, 삼성화재서 또 다시 한솥밥

[류한준기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프로배구 선수들은 프로야구, 프로축구, 프로농구와 견줘 현역으로 활약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편이다. 프로선수 생활을 10년 이상 하는 선수가 다른 종목들과 견줘 많지 않다.

V리그 남녀부 최고참으로 1974년생 동갑내기인 후인정(KEPCO)과 장소연(한국도로공사)이 있지만 10년은커녕 그 반도 채우지 못하고 코트를 떠나는 선수도 흔하다. 그러나 어느덧 선수생활을 보낸 횟수가 9년이 돼 곧 두자릿수로 접어드는 선수가 두 명 있다.

'조이뉴스24'가 창간한 지난 2004년, 프로배구 무대에 이름을 올린 박철우와 이선규(이상 삼성화재)가 그 주인공이다. 둘은 후인정, 장소연과 마찬가지로 프로 출범 이전 실업시절을 경험한 몇 안되는 선수다.

박철우와 이선규는 2004년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으면서 서로 인연을 맺었다. 이선규는 한양대 시절부터 박기원(현 남자배구대표팀 감독) 이종경(경기대 교수) 김상우(성균관대 감독) 등 한국 남자배구 센터 계보를 이을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박철우는 김세진(현 러시앤캐시 감독)의 뒤를 이을 대형 라이트 재목으로 꼽힌 유망 고졸 신인이었다. 둘은 팀 동료로 그렇게 만났다.

하지만 박철우는 2009-10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현대캐피탈의 라이벌 팀 삼성화재로 적을 옮겼다. 그리고 2012-13시즌이 끝난 뒤엔 FA로 삼성화재에서 현대캐피탈로 이적한 리베로 여오현의 보상선수로 이선규가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며 둘은 3년 만에 다시 같은 팀 소속으로 함께 뛰게 됐다.

박철우는 올 시즌 제법 의젓해졌다.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렸고 이제는 아빠가 됐다. 어엿한 가장이 되면서 코트에서 책임감도 어느 때보다 높다. 박철우는 "내가 맡고 있고 해줘야 하는 역할이 뭔지 이제는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삼성화재는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외국인 주포 레오(쿠바)를 중심으로 공격을 전개한다. 하지만 라이트 공격수인 박철우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도 "레오 혼자 공격을 전담하게 되면 팀이 패할 확률이 높다"며 "(박)철우가 제 역할을 못한다면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박철우는 보조 공격수 역할에 머물러선 안된다. 경기당 평균 10점 내외에 공격성공률 40% 언저리 정도를 기록하라고 많은 연봉을 주는 게 아니다. 박철우도 그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삼성화재는 올 시즌 예전과 다른 색깔을 갖고 시즌을 시작했다. 여오현을 비롯해 석진욱(현 러시앤캐시 수석코치) 등 오랜 시간 동안 팀의 수비와 서브 리시브라인을 책임지던 베테랑들이 팀을 떠났다. 대신 이선규를 비롯해 새 얼굴들이 팀으로 왔다.

박철우는 "(이)선규 형은 현대캐피탈 시절부터 함께 뛰어서 호흡에 문제가 없다"며 "(여)오현 형 자리에 이강주 형이 들어왔지만 큰 차이를 못 느끼겠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대로 오프시즌 동안 훈련했다"며 "기존 선수들의 조직력이 단단하기 때문에 큰 걱정은 없다"고 새 시즌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이제는 욕심을 부리지 않기로 했다. 그 동안 주변에서는 많은 일이 일어났다. 한창 상승세를 탔을 때 닥친 기흉, 기량이 과대평가됐다는 아픈 지적, 여자친구였고 지금은 아내가 된 이와 사귀는 동안 받아야했던 여러가지 오해들이 있었다(박철우는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의 둘째 딸이자 농구선수 출신인 신혜인 씨와 결혼했다).

그는 "희노애락이 많이 교차하던 시절이었다"며 지난 일들을 돌아보며 웃었다. 코트에서 과욕을 부렸던 부분은 오히려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졌다. 박철우는 "묵묵하게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이선규도 이번에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으면서 주변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총각 선수였던 그는 얼마전 가정을 꾸렸다. 박철우는 "가장으로는 내가 선규 형보다 선배"라고 우스개 소리를 했다. 이선규는 "삼성화재로 가게 됐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좀 기분이 싱숭생숭했다"며 "현대캐피탈에서 은퇴를 하면서 유니폼을 벗을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이적에 따르는 충격은 잠시였다. 이선규는 "FA 등으로 최근에는 팀을 옮기는 선수들이 많이 늘어난 편이라 괜찮다"며 "실업시절이나 프로 초창기였다면 상처를 꽤 받았을 것 같다"고 웃었다. 프로배구는 최근 팀간 트레이드나 FA 이적이 늘어났지만 아직까지는 다른 프로 종목들에 비해 선수 이동이 활발한 편은 아니다.

이선규는 삼성화재로 오면서 한 가지 목표를 다시 세웠다. 그는 "은퇴하기 전에 꼭 다시 한 번 우승을 차지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대캐피탈 시절 마지막으로 우승을 하고 꽤 시간이 지났다"며 "이번에야말로 다시 한 번 우승을 차지할 때가 됐다고 본다"고 했다.

다른 팀과 견줘 운동량이 많기로 소문난 삼성화재 생활은 어떨까. 이선규는 "팀마다 훈련 방법이 조금씩 차이가 난다"며 "현대캐피탈 때와 견줘 훈련량은 비슷하다. 하지만 세부 방법이 다르다. 잘 안쓰는 근육까지 운동을 해서 그런지 최근에는 근육통을 달고 산다"고 껄껄 웃었다.

이선규는 최근 큰일을 당할 뻔했다. 운전 도중 교통사고가 났다. 안전벨트가 아니었다면 크게 다칠 수 있었다. 신호대기로 정차하고 있던 가운데 뒤따라오던 버스가 이선규가 타고 있던 차를 들이받았다. 이선규는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며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쉰 뒤 팀에 돌아와 정상적으로 훈련을 할 수 있었다"고 아찔했던 순간을 돌이켰다. 그는 "올해와 내년 액땜을 했다고 본다. 그래서 더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박철우와 이선규는 지난 2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2013-14시즌 V리그 개막전인 대한항공과 경기에 각각 선발 라이트와 센터로 출전했다. 이날 삼성화재는 대한항공을 상대로 풀세트 접전 끝에 3-2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박철우는 45점을 올린 레오에 이어 팀내 두 번째로 많은 20점을 기록했고 공격성공률도 64.29%로 높았다. 공격성공률에선 박철우가 레오(63.08%)보다 앞섰다. 이선규도 이날 지태환과 함께 짝을 이뤄 팀의 높이를 책임지며 대한항공 선수들의 공격을 잘 막아냈다. 이선규는 5점에 블로킹 1개를 기록했다. 순탄한 시즌 출발이었다.

이어 6일 열린 삼성화재의 시즌 두 번째 경기인 LIG 손해보험전에서도 박철우는 제몫을 했다. 그는 이날 20점에 공격성공률 61.54%를 기록했다. 공격성공률에선 개막전에 이어 두 경기 연속으로 레오보다 높았다.

이선규도 고희진과 함께 역시 선발센터로 나왔다. 그러나 첫 경기인 대한항공전에 비해서는 활약도가 조금 떨어졌다. 2점에 머물렀고 블로킹을 하나도 기록하지 못했다. 삼성화재는 이날 LIG 손해보험에게 1-3으로 졌다.

조이뉴스24 용인=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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