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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8년]'아내의 자격'은 종편 드라마계 '넘사벽'일까


[권혜림기자] '아내의 자격'을 넘는 종편 드라마가 등장할 수 있을까.

지난 4월 종영한 JTBC 드라마 '아내의 자격'은 고전을 면치 못하던 종합편성채널이 개국 3개월 만에 맞은 서광과도 같았다. 온갖 우려 속에 선보인 TV조선, JTBC, 채널A, MBN 등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들이 이렇다 할 존재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던 때, '아내의 자격'이라는 드라마의 상징적 성공은 종편을 향한 시청자들의 낯섦을 다소 걷어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지난 2월29일 방송을 시작해 4월19일까지, 총 16부작으로 방영된 '아내의 자격'은 4.419%(AGB닐슨미디어리서치, 수도권유료가구기준)의 종영 시청률을 기록했다. 4%의 벽을 넘으며 종편 개국 이래 최고의 시청률을 찍었다. '아내의 자격'의 성과는 JTBC에 '종편의 구세주'라는 웃지 못할 수식어를 선사하며 시선을 모았다.

◆다시 '아내의 자격'을 말하는 이유

'아내의 자격'을 전후로, JTBC를 비롯한 종편 채널들은 수십 개의 드라마들을 방영하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붙잡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러나 종편 출범 11개월이 지난 지금도 이를 넘어서는 새로운 '종편 구세주급' 드라마의 등장은 요원해 보인다.

채널A는 'K팝 최강 서바이벌' '총각네 야채가게' '굿바이 마눌' '판다양과 고슴도치' 등을 선보였고, TV조선은 개국작 '한반도'와 '고봉실 아줌마 구하기' '지운수대통' 등을 방영했다.

그러나 공중파 드라마 못지 않은 톱배우들을 내세운 이들 드라마는 이렇다 할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한반도'는 100억 대작이라는 스케일과 김정은·황정민 등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했지만 1% 전후의 저조한 시청률로 고전을 맛봐야 했다.

MBN이 개국과 함께 선보인 '뱀파이어 아이돌'은 1%에 가까운 시청률을 얻었다. 초반 종편 프로그램 중 비교적 높은 관심도라는 평도 있었지만 조기종영을 면치 못했다. 한고은·김성수 등이 출연한 '수상한 가족' 역시 마찬가지.

JTBC는 개국 후 '아내의 자격' 외에도 '빠담빠담' '인수대비' '해피엔딩' '청담동 살아요' '친애하는 당신에게' 등을 비롯, 최근 방영을 시작한 '무자식 상팔자'와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를 잇따라 내놓으며 종편 채널 가운데 독보적인 드라마 편성을 자랑했다. 그러나 '아내의 자격'에 비견될 만한 이슈를 생산한 작품은 아직까지 등장하지 않은 상태다.

이를 두고 톱스타의 부재나 스토리라인·완성도의 아쉬움을 이유로 꼽기는 어렵다. 영화 뺨치는 출연진과 스케일을 자랑한 '한반도'의 실패와 연기파 배우 김혜자를 필두로 참신한 에피소드를 선보인 '청담동 살아요'의 다소 아쉬운 종영이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높은 완성도와 유려한 영상미로 호평을 이끈 '빠담빠담'은 차치하더라도 최민수·심혜진·박정철·소유진 등 스타 출연진과 곽영범이라는 걸출한 PD를 앞세운 '해피엔딩' 역시 '아내의 자격'만큼의 이슈를 만들어내진 못했다.

◆종편 한계 뛰어넘은 인기 드라마의 자격

'아내의 자격'의 인기 요인으로는 김희애·이성재·장현성·이태란 등 주연 배우들의 호연과 탄탄한 연출력, 날카로운 시의성을 지닌 소재 등이 꼽혔다. 특히 강남의 사교육 열풍이라는 소재를 때로 공포가 느껴질만큼 지극히 현실적으로 묘사해 감탄을 자아냈다. 완벽주의자로 정평이 난 안판석 PD의 꼼꼼한 연출 역시 격이 다른 만듦새를 이뤄냈다.

3박자를 고루 갖춰 인기를 모았던 '아내의 자격'은 그렇게 종편 드라마계의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의 줄임말로 인터넷 신조어)'이 된 듯하다. 반짝이는 스타진이 군집하거나 참신한 소재로 스토리를 펼친 드라마들은 종종 등장했지만 모든 구색을 갖춰 설득력 짙게 소구에 성공한 드라마는 손에 꼽을 정도.

한 마디로 '아내의 자격'은 되려 공중파 드라마보다 한 수 위의 매력을 자랑해야만 시선을 모을 수 있는 종편 드라마의 숙명을 제대로 체득한 작품이었다.

현재 네 곳의 종편 채널 중 2012년 말, 2013년 상반기 라인업을 가장 구체적으로 확정한 곳은 JTBC다. MBC '하얀 거탑'을 연출한 안판석 PD에 메가폰을 맡긴 '아내의 자격'이 유의미한 성과를 냈듯, 스타 작가와 PD를 과감하게 기용한 새 드라마들이 '종편'의 꼬리표가 무색한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아내의 자격'의 완성도와 시의성을 뒤이을만한 종편 드라마가 수일 내 등장할 수 있을지 시선이 모아진다.

◆종편 4사가 찾는 '드라마의 길'

종편 채널 중 눈에 띄는 히트작들을 내놨던 JTBC의 2012년 하반기 라인업은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유독 화려한 존재감을 자랑한다. 김수현 작가와 정을영 PD 콤비가 나선 홈드라마 '무자식 상팔자'와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을 연출한 김윤철 PD가 투입된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는 출발과 동시에 호평을 얻으며 희망적인 행보를 예고했다. JTBC로서도 '아내의 자격'을 뛰어넘는 히트작 탄생을 기대해볼 만한 상황이다.

JTBC 측은 "내년에도 약 10편의 드라마를 선보일 예정"이라며 "오는 12월경 2013년 드라마 라인업을 일부 공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8월 '친애하는 당신에게' 이후 약 2개월 간 새 드라마 편성이 없었던 JTBC는 지난 10월 말 '무자식 상팔자'와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를 동시에 선보이며 일격을 꾀하고 있다.

임창정·서영희 주연의 '지운수대통' 이후 새 드라마를 선보이지 않은 TV조선의 한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라인업에 대해 "논의 중인 상태"라며 "오는 12월이나 2013년 1월경 2013년 라인업이 차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이어 "종편 채널의 니즈에 맞는 드라마 기획에 시간이 걸린다"며 "지상파 편성을 받지 못한 드라마들 중 작품을 골라 방영을 했는데 우리 채널의 시청층과 맞지 않아 성공 사례가 없었다"고 그간의 부진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종편의 주 시청층인 중장년들에게 맞는 이야기, 종편의 니즈에 맞는 드라마를 기획해서 외주 혹은 공동제작의 방식으로 드라마를 선보이려 한다"며 "사극이 될 수도, 정치물이 될 수도 있다. 장르는 열려 있다"고 말했다. "스타급 프로듀서나 작가, 배우들을 기용하는 것 보다는 예산을 줄이고 철저하게 기획에 참여하는 방식을 택할 것"이라며 "전철을 밟지 않으려고 더욱 조심스럽게 작품을 기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채널A 역시 종편 채널의 니즈에 적합한 새로운 형식의 드라마를 예고했다. 한 관계자는 "오는 연말 개국 1주년을 맞아 11~12월 중 새 드라마의 제작발표회가 열릴 예정"이라며 "새로운 형태의 드라마를 소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종편 드라마들 중 거액이 투자된 대작이 많았지만 개국 초기라 인지도도 낮았고 시행 착오도 있었다"며 "시청층을 분석해 종편의 성격에 맞는 드라마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MBN 측은 "아직 2013년 드라마 제작 예산이 정해지지 않아 구체적인 사항은 결정되지 않았다"며 "여러 후보작들을 가지고 내년 상반기 방영작을 고르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상파 편성이 나지 않은 작품만 보고 있지는 않다"며 "가능한 방법들을 다각도로 살펴보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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