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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진의 사이트리뷰] 과거가 단절된 그 쓸쓸함...골드 뱅크


 

‘2001 골드뱅크여, 안녕!

책상 위 해묵은 서류들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몇 해 전에 읽던 책 한 권을 발견하게 됐다.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과 관련된 사이트들에 관한 책이었다. 마치 학교시절 케케 묵은 교과서를 다시 뒤져보는 양 반가운 마음 새록했다.

책장을 넘기니 이름만으로도 거창한 인터넷 사이트 이름들이 줄줄이다. 국내 사이트란을 펼쳐보니 이젠 눈웃음마저 절로 난다. 다음, 야후, 엠파스, 골드뱅크… 골드뱅크!

골드뱅크의 어제와 오늘

당시만해도 정말이지 부러운 사이트가 아닐 수 없었다. 웹 개발자와 디자이너들이 귀하던 시절 이름만 대면 알 법한 사람들이 모여 있던 바로 그 곳. 광고를 보면 돈을 준다는 기발한 아이디어. 검색엔진 사이트를 제외하고 페이지뷰 1천만을 기록했던 전대미문의 사이트. 그러나 오늘 방문해 본 골드뱅크 사이트, 그곳에는 이젠 인터넷조차 없는 것 같다.

초기의 골드뱅크 사이트는 공동구매와 사이버 경매, 사이버 복권 등 낯 선 이름의 서비스와 다양한 자료방, 동호회, 남녀 미팅을 위한 공간 등으로 가득 차서 호기심에 가슴을 설레게까지 했었다.

그러나 지금의 골드뱅크에서 이들의 자취를 찾을 수 없다. 대신, 메일 서비스 중지와 적립금 반환에 관한 공지만이 방문자를 맞고 있다. 게시판에는 지난 날 빼곡했던 게시물 대신 적립금 환불에 관한 불만의 사연만이 간혹 눈에 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그동안 골드뱅크 사이트 내에는 무수히 많은 비즈니스 모델들이 스쳐 지나갔다. 대부분 국내 최초이거나 확장된 모델들이었다. 당시는 골드뱅크 쯤이라면 전혀 실현 불가능한 모델 같아 보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옥션, 공동구매, 전문몰, 브랜드몰, 커뮤니티, 커머스) 무엇하나 골드뱅크 내에 정착한 서비스도 없었다. 변신을 선언한 골드뱅크가 인터넷 기업의 이미지를 벗고 온·오프라인이 결합된 입찰식 경매 형태의 텐더사업을 중심으로 유통 전문기업이 되려고 한다는 말 뿐.

골드뱅크가 남기고 간 것

연일 언론에서는 올해 결산보고, 10대 뉴스, 핫이슈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승자를 위한 역사 꾸미기가 시작된 것이다.

모 인터넷 업체 사장의 말에 따르면 ‘지난해가 수익보다는 트래픽 규모를 만드는 해였다면 올해는 이 트래픽과 지난해부터 구축해 온 인프라를 바탕으로 광고 이외의 수익모델을 다변화해 수익을 향해 다가간 해’였단다. 그래서였는지 올 한해 인터넷에서도 최대 이슈는 ‘닷컴 유료화’였다.

실제로 유료화 서비스를 단행한 업체들의 노력은 눈부셨다. 외국에서도 그다지 사례가 없었던 유료화이기에 벤치마킹의 대상도 없었지만 각자의 회사가 처한 입장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벤치마킹이라는 것 자체도 의미가 없었던 터였다. 실제로 유료화를 단행한 업체들은 대부분 자기 특성에 맞는 단계별 전략으로 유료화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즉, 유료화 경험이 없기 때문에 해가면서 수정 보완하겠다는 말과 다름이 없다.

하지만 중요했던 것은 유료화를 통해서 업계가 ‘진정 네티즌들을 향한, 네티즌들을 위한 고민’을 시작했다는 점 아닐까 싶다. 다시 말해, 수익 때문에서였다고 하더라도 과연 유료화 단행 이후 네티즌들이 우리를 어떻게 받아들일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점 말이다.

하지만 골드뱅크를 회상해 보면 ‘고민’이라는 말 보다는 ‘아이디어(?)’라는 말이 먼저 떠오르는 것은 왜 일까? 지금에 와서 사람들은 ‘사기성이 짙었다…' 혹은 '쓸데 없는 욕심에 금융까지 손을 대다가 그리 되었다’ 는 등 갖가지 말들을 하곤 한다. 이제 와선 다 부질 없는 말들이겠지만 오늘의 골드뱅크를 보면서 아이디어(?)와 노력의 무게를 재보게 된다. 어느 쪽 무게가 더 나가는지.

2002년! 인터넷에서 골드뱅크는 없다. 뽀얀 먼지를 뒤집어쓴 책 속 한 구절에서 밖에는.

/김교진 웹애널리스트 kgj10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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