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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톱]韓, 세계를 호령하다 ④온라인게임


게임산업의 변방에서 온라인게임 종주국으로

한국의 온라인게임 회사들이 세계 게임 시장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PC 기반의 패키지 게임이나 콘솔 게임 위주의 세계 게임 시장에서 인터넷 네트워크 중심의 온라인게임을 성공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작지만 강한 나라의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소프트웨어 분야 경쟁력이 별로 없는 우리나라에서 게임산업의 국위 선양은 독보적이다. 지난해 한국 게임의 해외 수출액은 15억3천200만달러. 문화 콘텐츠 전체 수출액(30억달러)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이미 한국의 온라인게임은 세계 시장에서 '新 한류'를 주도하는 분야다.

신한류를 이끄는 대표적인 업체는 넥슨(대표 서민·강신철)과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다. 두 업체는 1990년대 말부터 '리니지'(엔씨소프트), '바람의 나라'(넥슨) 등의 게임을 통해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의 초석을 닦으며, 국내 게임의 산업화에 큰 기여를 했다.

2000년대 이전까지 외산 게임의 수입·유통 중심이던 국내 게임 시장을 자체제작 게임의 제작 및 수출 중심의 구조로 전환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영향력은 크다고 할 수 있다.

◆엔씨·넥슨, 초기 산업화에 결정적 기여

넥슨은 1997년 내놓은 '바람의 나라'와 국민게임으로 불리는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등 30여종의 게임을 서비스하는 캐주얼 게임의 강자다.

지난해 매출액 7천37억원, 영업익 2천857억원을 달성해 국내 게임회사로는 처음으로 매출 7천억원을 돌파한 유일한 기업이 됐다.

넥슨은 특히 경쟁력 있는 개발사들을 인수합병함으로써 자체 개발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2004년 '메이플스토리' 개발사 위젯, 2005년 넥슨모바일(옛 엔텔리전트), 2006년 '컴뱃암즈' 개발사 두빅엔터테인먼트, 2008년 '던전앤파이터' 개발사 네오플 등 넥슨 성장사는 굵직굵직한 M&A들이 씨줄과 날줄을 형성하고 있다.

넥슨은 2002년 일본 법인을 세운 데 이어 2005년 미국 법인, 2007년 유럽 법인을 설립하는 등 일찍부터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그래서인지 지난해 매출 중 67%를 해외에서 벌어들였을 정도로 넥슨의 영향력은 국내만큼이나 해외에서도 강하다.

넥슨의 대표작인 '메이플스토리'의 회원 수는 국내 1천800만명을 포함해 1억명에 달하며, '카트라이더'는 국내 회원만 1천700만에 육박하는 등 넥슨 게임을 즐기는 회원 수는 세계에서 3억명을 훌쩍 넘는다.

2008년 중국서 서비스를 시작한 '던전앤파이터'는 동시접속자수 220만명이라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세우며 넥슨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효자 게임이다.

또한 유료 PC패키지를 구입해 게임을 즐기는 문화가 대세이던 해외 시장에 무료로 게임을 서비스하고 대신 유료 아이템을 판매해 수익을 벌어들임으로써, 이른바 '부분 유료화' 모델을 국내외 게임 시장에 정착시킨 것도 넥슨의 공이다.

넥슨 이현경 해외사업실장은 "무엇보다 현지 문화에 맞게 콘텐츠를 철저하게 현지화하고 협력사들과 파트너십을 굳건히 맺어가는 것 외에 게임 이용자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과금시스템(무료 기반에 아이템을 판매하는 부분 유료화 방식)을 도입하는 전략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소개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와 '리니지2', '아이온' 등을 잇따라 성공시킨 하드코어 장르의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MMORPG) 명가다. 다작(多作)을 하진 않지만 공들인 대작을 통해 전체 매출 중 절반 가량을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등 국산 온라인게임의 위력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리니지 시리즈는 엔씨소프트라는 이름을 세계 시장에 알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998년 출시된 오리지널 '리니지'로 출시 15개월만에 회원수 100만 돌파, 2001년 매출 1천억원 돌파를 달성한 데 이어 2003년 '리니지2'를 성공시킴으로써, 연속적인 줄거리가 생명인 온라인게임의 속성상, 속편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편견을 깼다.

또 2008년 말 내놓은 '아이온'은 엔씨소프트가 진정한 게임 개발 명가로 질적인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게 도와준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아이온의 성공에 힘입어 엔씨소프트는 2008년 매출 3천466억원에 이어 지난해 연간 최대 매출(연결 기준 6천347억원)을 이뤄냈다.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익, 당기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3%, 367%, 623%씩 증가한 것이다.

특히 대작 게임의 인기를 단순히 오래 지속시키는 데서 그치지 않고 또다른 생명력을 불어넣어 한 단계 도약시키는 능력은 엔씨소프트의 저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일례로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4분기에 사상 최대의 분기 매출(1천974억원)을 달성했는데, 여기에는 비교적 옛날 게임인 리니지 시리즈의 공이 무엇보다 컸다.

당시 리니지의 분기 매출은 직전 분기 대비 2배 가까이 늘고, 전년 동기에 비해서도 73%나 증가하는 기염을 토했다. 단일 게임으로만 누적 매출 1조원 돌파라는 금자탑을 쌓은 것.

리니지가 서비스 시작 10년이 넘은 때에 역대 두번째로 큰 연간 매출을 기록하고, 리니지2 역시 서비스 시작 7년만에 최대 연간 매출을 기록한 데서 엔씨소프트의 근성과 경쟁력을 엿볼 수 있다.

◆틈새시장 노린 성과

이같은 결과에 대해 게임업계는 '온라인게임에 우호적인 환경에서 틈새시장을 적절히 공략한 덕분'이라고 판단한다. 한국에서는 1990년 말부터 잘 발달된 초고속인터넷 인프라 기반을 바탕으로 온라인게임이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나 닌텐도, 소니 등 세계 게임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공룡 기업들이 콘솔 게임 개발에 주력하는 사이, 국내 게임업체들은 '온라인게임'이라는 틈새 시장에서 기회를 노렸고, 미국, 일본, 대만, 중국 등 새로운 것을 원하는 해외 게임 이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실제로 지난해 세계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도 온라인게임 시장은 가장 뚜렷이 성장했다. 넥슨의 미국 법인인 넥슨 아메리카는 미국 비디오게임 시장의 감소세 속에서 올해 1분기에 28%라는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

◇국내 게임시장 수출입 현황과 전망(단위 : 천달러, 출처 : 2009 대한민국 게임백서)

구분 2001년 2002년 2003년 2004년 2005년 2006년 2007년 2008년 2009년(E)
수출액(증감율) 130,470 140,796(7.9%) 172,743(22.7%) 387,692(124.4%) 564,660(45.6%) 671,994(19.0%) 781,004(16.2%) 1,093,865(40.1%) 1,476,718(35.0%)
수입액(증감율) 65,340 160,962(146.3%) 166,454(3.4%) 205,108(23.2%) 232,923(13.6%) 207,556(-10.9%) 389,549(87.7%) 386,920(-0.67%) 348,228(-10.0%)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무엇보다 좁은 내수 시장 규모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

이미 이웃나라 중국의 경우, 2008년 기준 매출로 세계 온라인게임 시장의 23.5%를 차지, 규모면에서는 우리나라(22.5%)를 앞지르기 시작했을 정도다.

국내 온라인게임 산업이 세계적으로는 상당한 영향력을 발위하고 있지만, '종주국'이라는 명예에만 머무르지 않고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인수합병·해외 공략 강화로 위기 뚫는다

온라인게임 시장을 한국 기업들이 개척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후발 주자들이 한국 업체들의 독주를 가만히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일렉트로닉 아츠(EA)나 일본 소니, 캡콤 등 이제껏 온라인게임에 관심이 없던 게임 업체들이 온라인게임의 성장성을 눈여겨보고 뛰어들기 시작했다.

중국의 게임업체들도 한국 게임의 모방, 엄청난 인력과 자본 투자 등을 통해 기술력을 좁히려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특히 중국은 외산 게임을 견제하는 중국 정부의 입김이 강해 한국 업체들에게 더욱 녹록치 않은 시장이 돼 가고 있다.

그러나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 내 상황 변화나 이용자 요구에 실시간으로 대응하고, 서버를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한국의 온라인게임 운영 노하우는 오랜 시간 동안 경험에서 우러나와 축적된 것이기에 쉽게 그 우위를 뺏기진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2008년 국내 게임시장의 세계 시장에서의 비중(매출액 기준, 단위 : 억달러, 출처 2009 대한민국 게임백서)

구분 아케이드게임 PC게임 온라인게임 비디오게임 모바일게임 전체
세계 게임시장 301.00 38.10 108.49 509.56 61.96 1,019.10
국내 게임시장 1.20 0.24 24.42 4.55 2.77 33.18
점유율 0.4% 0.6% 22.5% 0.9% 4.5% 3.3%

이에 대해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인수합병을 통한 본연의 개발 경쟁력 확보와 해외에서의 역량 강화를 통해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각오다.

이미 넥슨은 올해 초부터 MMORPG '군주', '아틀란티카'로 유명한 엔도어즈와 '서든어택'의 개발사인 게임하이를 차례로 사들이면서 몸집을 불렸다.

최근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세계적인 게임쇼 E3에 첫 출전해 하반기 미국 시장에 대표작 게임 3종을 서비스할 계획을 발표하는 등 상당히 공격적인 경영 행보를 보여주고 있어, 게임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엔씨소프트도 개발사 넥스트플레이를 인수해 캐주얼 게임 개발력을 보강한 데 이어, 지난 5월 말에는 아이온 출시 후 최대 규모의 2.0 업데이트를 단행하는 등 기존의 시장 우위를 꾸준히 유지하기 위한 전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블레이드앤소울'이 올해 상반기 비공개 테스트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이에 대한 기대감도 한층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 게임은 내부 평가 결과, 그간 엔씨소프트가 내놓은 작품을 능가할 것으로 기대될 만큼 엔씨소프트가 공을 들이는 작품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온라인게임의 발상지이자 종주국으로 자리잡게 된 것은 초기 시장을 일군 선두 업체들의 시행착오와 도전 정신이 밑거름 역할을 했다"며 "두 맏형들의 성장 전략에 중소 규모 게임 업체들이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김지연기자 hiim2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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