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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테러, "국내 IT 산업도 테러"


 

"미국에 대한 테러는 국내 IT 산업에 대한 테러다."

11일(현지시간) 미국에서 벌어진 사상 초유의 대규모 연쇄 테러가 국내 경

제는 물론 IT 산업에도 적잖은 충격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특히 반도체, 휴대폰, PC 등 미국과 교역 비중이 높은 제조 산업에 큰 영향

을 미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이미 이들 업계는 수출하기로 한

계약분 선적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태며, 대미 부품 의존도도 높아 자칫하

면 생산에까지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테러가 세계 경제의 중심인 미국의 소비를 급격히 위축시켜

연쇄적으로 세계 경기 침체를 가속화하고, 장기화하는 악순환 구조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IT 산업에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실제로 12일 한국은 물론이고 각국의 증시가 거의 공황상태에 빠지는 등 세

계 금융시장이 극도의 혼란 상태에 빠졌으며, 이같은 금융시장 혼란은 IT 실

물경제에도 직격탄을 날릴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물론 각 기업도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이날 오전 긴급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연데 이어 대국민담화를 통해 "미국 경

제가 상상 밖의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이고 그로 인해 우리 경제에 적잖

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차분하고 냉정하게 대응하자"고 독려했다.

또 정보통신부, 산업자원부 등도 대책반을 만들고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

다. 삼성전자 LG전자 삼보컴퓨터 등 대미 수출의 대들보 역할을 하고 있는

주요 기업들도 대책반을 구성했으며, 그외 각 IT 전문업체들도 미국 사업을

다시 점검하는 등 이번 테러 사태의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청은 2만9천여개에 달하는 수출 중소기업중 대미 수출 중소기

업이 전체의 20%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큰 만큼 500억원의 수출금융을 긴급

히 마련, 대미 수출 중소기업에 우선적으로 지원키로 했다.

IT 업계 피해 상황

이번 미국에 대한 테러로 IT 산업이 입은 직접적 피해는 수출 제품 선적 및

부품 조달 지연, 미국 비지니스 공백 등 크게 2가지 형태가 있다. 그러나 향

후 미국의 소비 심리 위축과 이로 인한 세계 경기 침체가 더 문제다.

△ 선적 지연으로 인한 피해

12일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미국 공항 폐쇄로 선적되지 못해 입게되는 손실

은 하루 2천5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반도체(600만 달러), 휴대폰(900만 달러), 컴퓨터 관련 부품(600만 달러)의

타격이 크며 소형 고부가가치 전자제품 부품류도 여기에 해당된다. 대부분

의 피해가 정보통신분야에서 발생한 셈이다. IT 분야 제품의 경우 부피가 작

고 고부가가치여서 항공 수출이 많기 때문이다.

반도체의 경우 하루 370만개(64메가 기준)가 선적되지 못하고 쌓여있는 것

으로 추정되며, 휴대폰의 경우 약 5만개가 묶이는 것으로 추산된다 .

실제로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은 11일과 12일 이틀간 선적을 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약 5천만 달러 가량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비행기로 수출을 하는 반도체와 휴대폰의 11일과 12일 치

물량이 각각 캐나다 밴쿠버 공항과 인천공항에 묶여 있는 상태다. 또 13일

치 물량도 어찌 될 지 아직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수출의존도가 30% 이상인 하이닉스반도체도 가뜩이나 어려운데 비

행기 결항으로 적잖은 손해를 감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LG전자와 현대큐리텔도 11일과 12일에 선적키로

했던 수만대의 CDMA 휴대폰을 인천공항에 적치해놓고 있는 상태다.

7월말 기준으로 CDMA 휴대폰 수출은 미국 지역이 681만7천대, 1조 2천869

억 원으로 1위, 인근 지역인 중남미가 3천215억원으로 2위다.

삼보컴퓨터도 10월에만 30만대의 PC를 미국으로 선적키로 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선적에 차질이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삼보컴퓨터의

경우 특히 전체 수출량의 80% 이상이 미국에 집중돼 있다.

이밖에도 비행기로 미국에 수출하는 모든 정보통신 기기 제조 업체들도 물

류가 막히는 바람에 선적 물량이 이틀째 꽁꽁 묶여 있는 상태다.

이와 반대로 공항 폐쇄로 인해 퀄컴 CDMA 칩 등 정보통신기기 핵심 부품

을 조달하는 데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산업자원부 무역정책과 홍석우 과장은 “수출 제품 선적의 경우 공항

이 폐쇄되는 하루, 이틀 정도 지연되는 것일 뿐 이미 계약한 수출분에 큰 영

향을 미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 상황을 분석하기 위해 대

책반을 중심으로 단체, 업체들이 입체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 미국 비즈니스 공백으로 인한 피해

미국의 비즈니스 공백도 IT 업계에는 큰 피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관계자는 "미국이 단기적으로 항공기 운항

및 선박 운항에 많은 제재를 할 것으로 보여 정상적인 수출입 업무에 지장

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사태가 어느 정도 수습국면에 접어들

때까지는 바이어 및 투자자 등 비즈니스맨의 일정이 지연되면서 상당한 기

간동안 비즈니스 공백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규모 유상증자를 계획하고 있는 LG텔레콤의 경우 미국과의 비즈니스 중

단과 투자심리 악화로 인해 혼선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덕밸리 벤처기업 인터시스는 이번 테러 때문에 오는 20일 계획했던 현지

법인 워싱턴 지사 오픈 일정을 불가피하게 연기한다고 밝혔다.

윤종식 인터시스 사장은 "워싱턴지사 오픈을 위해 당초 13일 출국하려 했으

나 항공기 결항으로 일정을 연기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송문섭 현대큐리텔 사장도 미국 바이어인 오디오박스 등과 수출 상담을 위

해 13일 출국하려 했으나 방미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도 미국 출장 계획을 당분간 유보시켰다.

네트워크 장비 업체인 한아시스템도 "현재 미국 모 업체와 수출 협상을 진

행 중인데 이번 테러로 일정이 연기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도 "미국 텍사스에 현지법인이 있는데 피해는 없었

지만 이번 주로 예정된 본사 인원의 출장 계획이 모두 취소됐다"고 말했다.

미국 시애틀에 지사를 두고 있는 네오캐스트는 최근 자사가 사이트 구축 프

로젝트를 수주한 고객사가 뉴욕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진행 중인 작업을

계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현재 두명의 기술자가 출장

을 가 있는 상태지만, 작업을 중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워싱턴 펜타곤 근처에 지사를 두고 있는 핸디소프트도 “직원 모두 무사

하며, 업무에 별다른 차질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진행 중인 미국 교

통부 교통 행정 민원처리 서비스 솔루션 구축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할 수 있

을지에 대해서는 “규모가 작기 때문에 큰차질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상황

을 지켜봐야 향후 방향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3일부터 오는 15일까지 텍사스주 달라스에서 열릴 예정이던 전자화폐 관

련 전문 전시회인 ‘ETA(Electronic Transactions Association) 2001’이 무기한

연기돼 이를 준비했던 관련 업체에 피해가 예상된다.

또 13일 열릴 예정이었던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보스턴IT지원센터 개소식

과 '한국 IT제품 보스톤 전시회'가 이번 테러 사태로 연기됐다. 이날 행사에

는 정보통신부 관계자를 비롯해 전시업체 대표, 해외 IT 업체 CEO 급 인사,

한인 IT 종사자, 대사관 및 교민회 관계자 등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향후 전망

업계는 이번 테러 쇼크로 인한 악영향이 얼마나 지속될 지, 또 세계 경제에

얼마나 악영향을 끼칠 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도체, 휴대폰, 컴퓨터, 각종 부품 등 IT 제조산업의 경우 이미 수출 중심 산

업으로 전환됐고, 세계 경기에 따라 산업 및 기업의 운명이 갈릴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업계는 선적 지연 등 당장의 피해보다 향후 이

번 테러가 경기에 미칠 영향에 대한 정보수집에 안감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테러 쇼크로 인한 악영향이 예상외로 클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우선 세계 경제의 중심인 뉴욕 맨해튼이 제기능을 하지 못함에 따라 수출대

금 회수나 협상에 차질을 빚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경기 부양을 위

해 몸부림치던 미국이 이번 사태로 장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적잖고 세계

경제도 동반 위축돼 IT 산업의 해외 판로도 제약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이 테러국에 대해 강도 높은 보복을 할 경우 준 전시 분위기가 확

산되고 세계 경제가 공황으로 치닫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국내 IT 산업이 수출 주력 지역으로 삼고 있는 중국 동남아 중남미 지역

에 대한 수출도 타격으로 입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 지역의 경우 우리나라

와 마찬가지로 미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은데 이번 테러로 경기가 침체

되고 자칫하면 극심한 소비 심리 위축을 가져올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는 분석도 제기돼

관심을 끈다.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 수석연구원은 "하나의 사건이 경제의

펀드멘털에 큰 영향을 주기는 힘들다"며 "경기침체가 우려되지만 좀 더 차

분한 자세로 향후 추이를 지켜보며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에서는 미국이 국제무역센터(WTC)를 재건하려면 투자가 진행될

수밖에 없고, IT 장비 산업에 오히려 중기 호재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정부는 관련 협단체 및 업계와 공동으로 대책반을 꾸리고 이번 테러 사

태로 인한 영향을 면밀히 분석한 뒤 대응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IT 분야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와 산업자원부, 중소기업청 등도 각 실국별

로 현황 파악 및 향후 대책을 마련키 위해 대책반을 마련했다.

또 삼성전자, LG전자, 삼보컴퓨터, 현대큐리텔 등 IT 분야 수출 주력기업들

도 사내에 대책반을 구성하고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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