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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해주]삼성 앞에서 나약한 법(法)


삼성과 관련된 사건에서 사법부와 검찰이 계속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최근 며칠 사이에 연이어 삼성에 면죄부를 부여해주면서 또 다시 '봐주기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검찰도 비슷한 시기에 삼성SDS와 옛 벤처기업 대표가 7년간 벌인 법적 공방을 종결 처분했다. 삼성SDS 직원이 개인 자격으로 제기한 무고죄 항고 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이다.

법원과 검찰에 각각 계류됐던 두 사건은 삼성이 관련돼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사건 모두 상식 수준에서 접근할 때 비판받을 소지가 많다는 점도 같다.

먼저 삼성 경영권 승계 논란을 살펴보자. 이 사건은 지난 1996년 삼성에버랜드의 전환사채(CB) 발행 건에서 촉발됐다. 헐값 논란이 제기된 CB를 삼성과 관련한 주주들이 포기하자, 에버랜드 측은 이 전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전무에게 배정한 것. 그 덕분에 이 전무는 에버랜드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순환출자 구조로 얽힌 삼성 주요 계열사들을 지배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섰다.

법원은 이 사건 1심과 2심에서 에버랜드 전 사장들에게 배임죄를 적용했다. 하지만 대법원 최종 판결에서 무죄로 바뀌었다.

특히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그 동안의 판례와도 상반된다는 점에서 비판의 소지가 많은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회사 이사회는 신주발행으로 최대한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그간 대법원이 판례를 통해 견지해 온 입장이었다. 대법원은 이번에 삼성 경영권 승계 관련 판결에선 이런 입장을 뒤집고 형식적인 법 논리만 앞세웠다.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린 삼성SDS 건도 비슷한 편이다. 옛 얼라이언스와 삼성SDS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이 사건은 입찰 조건 변경 여부가 핵심이었다. 그 문제를 놓고 당사자인 우리은행과 삼성SDS, 그리고 옛 얼라이언스 측의 진술이 모두 엇갈렸다. 검찰은 2차례 대검찰청까지 가는 조 전 대표의 고소에서 모두 각하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삼성SDS에서 당시 입찰에 참여했던 직원이 그간의 정신적 피해 등을 들어 조 전 대표를 무고죄 혐의로 고소하고 나섰다.

하지만 검찰은 이 건에 대해서도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결국 7년간 엄청난 분쟁이 계속됐고, 그 과정에서 한 업체가 도산됐지만 정작 어느 쪽도 잘못한 곳은 없다는 모호한 처분을 내린 셈이다. 삼성SDS 전 직원의 무고죄 고소 이후 우리금융을 전격 압수수색까지 단행했던 서울동부지방검찰청은 이후 참고인 조사도 없이 수사를 종결했다.

검찰은 이번 건을 종결 처리하면서 구두 진술이 증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구두 진술에만 의존해 법을 집행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결정적 증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특정 사안을 다룰 때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는 검찰이 7년 간 계속된 사건을 '결정적 증거가 없다'고 종결 처리해 버리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가 힘들다.

법은 엄정하고 공정하게 집행되어야만 위엄과 권위가 선다. 그런 점에서 대법원과 검찰의 이번 결정은 아쉬운 점이 많다. 두 사건의 한 쪽 당사자가 삼성이라는 점이 유독 도드라져 보이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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