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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쉬운 과학속으로]너 찍혔어!


작년에 거금을 들여서 DSLR 카메라를 하나 샀다. 렌즈도 교환할 수 있어서 다양한 사진도 얻을 수 있고, 파인더에 보이는 모습 그대로 피사체를 촬영하기 때문에 사진감이 훨씬 좋다. 디지털이어서 전에 필름 카메라에서는 감히 하지 못했던, '일단 찍고 보자'도 가능해졌다.

사진은 우리에게 무엇일까? 어떤 사진은 아주 오래되었어도 다시 새로운 감흥을 주기도 한다. 옛날 어머니 사진 같은 것이 그렇다. 어떤 사진은 찍은 그 순간부터 괴로움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찍지마, 나 화장도 안 했어!"라고 말하는 경우도 생긴다. 어쨌든 사람은 백일사진, 돌사진, 결혼사진부터 영정사진까지 평생 수많은 사진을 찍거나 찍히며 살아간다.

앞서 말한 DSLR과 같은 디지털 카메라뿐만 아니라 휴대폰으로도 촬영하는 세상이 되었다. 아마도 사진으로 "본다"는 것이 말로 듣는 것보다 더 '와 닿기' 때문이 아닐까?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란 이런 경우에 쓰면 딱 맞을 것 같다.

어렵다는 과학의 세계에도 “와 닿는” 과학이 있다. 필자는 영상과학(imaging science) 이 그렇다고 말하고 싶다. 복잡한 수식이나 그래프가 아니라 사진으로 먼저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런 영상과학을 구현하는 실험장치 중에서 살아있는 사람의 속까지 촬영할 수 있는 것들이 몇 있는데, X-ray나 CT(Computed Tomography), PET(Positron Emission Tomography) 혹은 MRI가 그렇다. 이런 장치들은 병원 드라마를 통해서라도 자주 들어서 아마도 꽤 익숙할 것 같다.

이 중에서 많이 쪼이면 몸에 해로운 X선을 쓰는 것도 아니고, 어떤 약물을 먹고 그 약물의 신호를 측정하는 것도 아니면서, 아무런 해로움 없이 높은 해상도의 화면을 보여주면서 우리 몸속의 여러 가지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에 도움을 주는 장치가 MRI이다.

MRI는 'Magnetic Resonance Imaging'의 약자로 우리말로 자기공명영상기라고 한다. 원래명칭은 NMRI(Nuclear Magnetic Resonance Imaging)이었으나 병원의 진단장치로 상용화되면서 Nuclear(핵)가 핵무기를 연상시킨다고 하여 'N'을 빼고 MRI가 되었다. MRI는 비교적 센 자석을 이용하는데, 이러한 자기장 때문에 MRI 검사실에 시계, 카드, 인공심박동기 등 금속 물질을 갖고 들어간다면 모두 고장이 난다. 인공심박동기가 고장 나면 큰일 나겠다. 어쟀든 간단하게 MRI 원리를 알아보고자 한다.

인체 내부를 칼로 자르지 않고도 단면 영상을 어떻게 찍을까? 우리 몸의 70%는 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물의 분포를 나타낼 수 있다면, 마치 몸속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실제로 몸의 수분의 분포는 당연히 뼈와 근육에서 다를 뿐 아니라, 정상 세포와 종양 세포에서도 수분의 양의 차이가 난다. 그래서 정상이 아닌 물의 분포는 그 부분에 어떤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MRI는 몸속의 물의 분포를 측정한다. 정확하게는 물을 구성하는 원자 중에 수소, 수소원자의 핵을 관찰하게 된다. 이 수소원자핵은 양전하를 띄고 있으면서 스핀이라는 물리적 운동을 하므로 조그만 자석처럼 생각할 수 있는데, 외부에서 센 자기장을 걸어주면 이 수소핵이 에너지를 흡수하고 내 놓을 수 있다.

마치 어떤 색을 나타내는 물질은 그 보색에 해당하는 빛을 끊임없이 흡수하고 대단히 빨리 다시 그 에너지를 내 높기 때문에 우리가 항상 그 색을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어쨌든 이 수소핵이 흡수하는 에너지, 즉 흡수하는 빛의 파장은 외부의 자기장에 비례하는데, 만약 사람 몸에 자기장의 세기를 기울게 걸어주면, 그 위치에 따라 흡수할 수 있는 빛의 파장도 기울어져서 나타날 것이며, 그 파장이 곧 위치를 나타낼 것이다.

그 위치에서 물의 양이 신호의 크기로 보이므로, 그것이 곧 우리 몸을 촬영한 영상이 된다. 자기장은 우리 몸속을 아무런 제한 없이 자유롭게 통과하므로 몸 속 깊은 곳의 모양도 우리는 알 수가 있는 것이다.

병원에서 MRI 측정을 할 때 환자들이 힘들어하는 것 중에, 움직이지 말라는 요구가 있다. MRI 실험은 짧게는 수초에서 길게는 수분이 걸리는데, 움직이면 같은 부위가 서로 다른 위치, 즉 다른 자기장에서 신호를 주게 되므로 사진이 흔들리게 된다. 따라서 의사의 지시에 따라 촬영할 때에는 몸을 움직이면 안 된다. 그래서 동물 실험할 때는 거의 반드시 마취를 하고 실험을 하는데, 동물은 움직이지 말라는 지시를 못 알아듣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MRI 연구는 가장 기본이 되는 물리학 원리에 입각한 새로운 MR 영상기술의 개발, 영상처리 기술 개발, 특정한 목적의 측정장치 개발, 이들을 기반으로 분자영상, 세포영상, 소동물영상 기술개발 등, 주로 동물 실험도 하고있고, 뇌 기능 연구에 해당하는 f-MRI처럼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도 있다.

현재 다양한 장치를 보유하고 국가적 공동활용을 주도하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오창캠퍼스 자기공명영상팀에는 600 MHz & 800 MHz μ-MRI와 동물용 4.7 T MRI를 보유하고 있으며 2009년 동물용 9.4 T MRI를 설치할 예정이다.

이러한 장치를 활용하여 수행하는 실제 연구의 몇 가지 예를 다음에 소개한다.

"조영제 특이적 영상기술 개발"- 어떤 영상이 보조 화학물질인 조영제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현상을 체계적으로 연구, "골다공증 진단용 RF-coil 개발"-성인병 중의 하나인 골다공증을 정밀하게 판단하기 위한 고감도 진단장치 개발, "암과 염증의 구별과 진단을 위한 조영제와 MR 기술 개발"- 실제 임상에서도 구별이 어려운 암과 염증 세포의 생성물 차이를 특수한 조영물질을 활용하여 구분, "동맥경화 특이적 조영제 개발과 진단활용 영상법 개발"-동맥경화에 적합한 조영제를 개발하여 동맥경화 진단 등 기초기술개발, 기반기술개발 및 활용연구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MR 영상과학의 발전을 위해 KBSI는 노력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어디쯤에서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암! 너 찍혔어!", "뇌! 너 알겠어!"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자기공명연구부 이철현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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