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텐 서녕의 세레나데]의문스런 까칠지존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머리를 건들거리며 건들씨가 들어섰다.

규칙적으로 늘 한 잔 걸치시는 분이라 올 때가 된 거 같은데 출현 하시지 않으면 요즘은 별 생각이 든다.

‘가족도 멀리 떨어져 있고 혼자 사는 총각인데 밤새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닐까? 거주하는 아파트 부녀회장이 혼자 산다고 체크는 했던 모양인데 매일 들여다 볼 리는 만무하고 죽을려면 고뿔에 걸려도 죽을 수 있다는데 혹 심한 고뿔에 걸려 ‘악’ 소리 한 번 못 내고 저승사자에게 DHL 요청해야 하는 일이 생긴 건 아닐까??? 요즘은 벌건 대 낮에 들어와 치킨 시켜 먹고 go 치다가 해 질 때 즈음 싸~악 털어서 토껴도 옆집에선 개미 새끼 한 마리 못 보고 사는 게 이웃 이라는데.............’

생각이 여기까지 당도하면 “미령아 ~전화 한 번 드려봐라~. 별고 없으신가.....” 자동이다.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건들씨는 5편에서 주연으로 출현했음을 고지하는 바이다.)

졸로 들어온 예진이도 처음에는 건들씨가 가고 난 후 쪼르르 달려와선 특유의 두 세 돌 지난 여아 목소리를 내며 “사장님! 저.... 저 사람한테 다음부터 인사 안 가면 안돼요? 얼음 갈아주면 왜 갈아 주냐 그러고 재떨이 갈아 주면 니 꺼냐 그러고, 귤도 까 주면 있잖아요? 안 깐 귤 가져오라 그래요~. 이렇게 귀여운 예진일 싫어하나 봐요! 아유~나랑 수준이 너무 안 맞아요! 저 사람 머릿속에 바이러스가 침투했나 봐요! 백신 좀 깔아 드렸으면 좋겠어요!.....” 요즘 애들은 번죽도 좋다.

그런데 근간에는 “사장님! 제가 갈께요! 이젠 제가 이길 자신 있어요! 나이 드신 분인데 봉사 한다고 생각하면 되죠 뭐!” 이게 무슨 부처님 고기 드시는 소린가 했다.

도를 터득 한 건 아닐 테고, 밤 길 기다렸다 한 방 멕여 삼(3)대를 벌벌 떨게 한 것도 아닐텐데 우리가 헌납했던 시간의 백분에 일도 안 되는 짧은 만남 을 가진 예진이가 자청해서 간다 했을 때 우리 모두 “내일부터 예진이 안 나오는 건 아니겠지?” 입을 모았었다.

모르면 용감하다고 참! 가관인 대화가 오갔다. "너! 요즘 주식도 폭락하고 달러도 치솟고 해서 경기도 어려운데, 너는 이 나라가 어찌 될 거 같냐?" 하고 건들씨가 물었다. "그거 내가 그런 거 아닌데요.........?" 큭! 빈 라덴과 조지부시가 만난 거 같다.

하기야 오바마가 가수예요? 라고 묻는 세대들 하고 무슨 질문을 주고받겠다고 끌끌..... 건들씨도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초지일관 지조 있던 꼬투리 잡기도 이젠 슬슬 꽁지 말아야 한다는 걸 수긍 하는지 예전 같으면 벌써 날 불러 제껴 놓고 “쟤! 내 앞에 오지 말게 해요!” 했을텐데 그 소리를 안 하는걸 보니 거기에 치받다가는 똥바가지 뒤집어 쓸 수 있다는 것도 인지 한 듯하다.

격세지감 이라는 말 건들씨 뇌를 장악 했을 것이다. 어쩌다 한 마디 하면 백 마디쯤은 초당 스피치 2배속으로 조잘거리니 이젠 그것마저도 기운 빠져 대꾸 할 힘이 없는지 무거운 머리만 15도 떨어트리고 담배만 벅벅 피워대다 간다. ‘관두자’ 란 말만 남겨놓고..........

한 다섯 대 쯤 차이나는 교육의 괴리를 좁힐 재간은 아직 못 찾았나 부다.

천적이 있긴 있나보다 했었다.

그러고 가서 한 참 만에 오늘 오신 것이다. 낯 빛이 너무 어두워 보여 즐기는 담배를 내밀며 내가 먼저 마주 앉았다. 요즘은 음악 시원찮다고 깍자는 소리도 없고 계산서 디밀었다고 외상도 안한다. 말 시켜도, 안 시켜도 시비도 안 붙고 술이나 달란다.

“어디....편 찮은건 아니죠? 한 참 안 오셔서 뭔 일 있나 걱정 했어요..... 걱정 돼서 전화 넣어 보라고 했는데 전화도 안 받으시고......” 언더 글라스의 독한 위스키를 한 번에 털어 넣고는 “뭘 걱정을 해요~올 때 되면 오지.......”눈에 물기가 고이기 시작했다.

헐,,,,,,, 술 집 사장의 안부가 눈물이 날 만큼 가슴 저린 일이 있었나보다.

“,,,,,,,,,,,,,,,,,,,,,,” “어머니가 깨어나시지 않아요....” 눈 가는 벌써 핏 발이 섰는데 너무나 담담한 어조로 얘기하고 있다.

“또,,,,,,,,,,,” 이럴 땐 말도 사치다. “뇌졸증으로 벌써 네 번째 수술을 받았는데 중환자실에 있어요. 수술은 잘 됐다는데......... 엄마! 눈 떠봐! 나 왔어! 하는데.. 날 못 알아봐요......벌써 2주나 됐어요...” “,,,,,,,,,,,,,,,,,,,,,”

그 전에 와서 ‘관두자’ 라는 말로 귀찮다는 듯이 다녀 갈 때도 자꾸 엄마가 전화해서 새삼스레 장가 안 갈 거냐, 어지간만 하면 데려 오너라, 그러시더란다. 포기 했나 싶었는데 새로 시작 하는 거 같아 심하게 역정을 내고 전화도 안 받았는데 그러고 얼마 안 있어 형수로부터 모친 쓰러지셨다는 연락을 받았단다. 다리에 힘이 풀려 한 참을 주저앉아 일어나질 못했단다.

“나는 집 사 놓고 직장 든든하고 자식 공부 시킬 정도의 돈만 모아 놓으면 여자는 언제든 오는 줄 알았어요. 그것만 믿고 열심히 돈 버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는데 이젠 여자가 없어요..........엄마가 내가 장가가는 것도 못보고 이대로 깨어나지 못할까봐 가슴이.....가슴이 정말 아파요!”

어느새 곁에 와 듣고 있던 예진이 훌쩍 거리고 울고 있다. 이 사람 이제 이런 얘기 할 정도로 우리에게 정을 줬었나 부다. 나도 눈물이 난다.

“보호자가 잘 먹고 힘내야 어머니 일어나실 수 있어요! 수술 잘 됐다니까 분명히 일어나실 거예요. 힘내세요!!”

글 쓴답시고 껍쩍거려도 될런지 모르겠다. 고작해야 셀 수도 없는 우리 말 중에 힘내라는 말 밖에 한 게 없으니..... 건들씨 위로 해 준 답시고 그 날 곤드레 돼서 집도 못 찾아 갈 뻔 했다.

다음 날 미령에게 들으니 건들씨! 돈 안내고 갔단다. 내가 먹은 게 반 이상 이라나? 참 나 어이가 없어서!

예진아! 건들씨 어머니 회복 하시는 날 다시 전투 준비해야 할 거 같다. 내 보기엔 니가 천적도 아닐뿐더러 잠시 모친 때문에 잠복기를 가진 것 뿐 인거 같으니...........

다시 칼 갈자!! 슥삭! 슥삭!!!.............

쩝! 슬픈 사람한테 욕도 할 수 없고! “낫거든 봅시다!”

/박선영(피플475(http://wwww.people4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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