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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욱의 바이오 세상]독감백신-독감은 '독한 감기'가 아니다


새로운 계획과 목표를 세워야 할 신년벽두에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 침체의 여파로 몸과 마음이 위축되어선지 몰라도 유난히 감기 환자가 많은 듯 하다.

전 산업분야에서 나타나는 불황은 병원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데 감기 환자라도 늘어서 그나마 도움이 된다는 동네 약국 약사의 볼멘 소리에 경기를 짐작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요즈음 주위에 감기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단순한 감기가 아닌 독감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눈에 띄게 많음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독감을 ‘독한 감기’로만 여기거나 감기를 심하게 앓으면 독감에 걸렸다고 스스로 판단하는데 실은 ‘독감’과 ‘감기’는 면역학적으로 원인이 확연히 다른 질환이다. 우리가 흔히 ‘감기’라고 하는 질환은 영어로 보통 Cold라고도 표현하는데 원인 바이러스는 알려진 것만 200여 종이 넘는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감기를 예방, 치료할 수 있는 약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하여 ‘독감’은 인플루엔자 (Influenza) 바이러스에 의한 질환을 말하며 영어로는 바이러스 이름을 줄여 Flu라고 부른다. 독감의 원인 바이러스인 인플루엔자는 이미 그 종류와 입체구조가 밝혀져 있고 그에 대한 백신을 만들 수 있어 원천적인 예방이 가능하다.

최근 발표된 질병관리본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8년 12월 21일부터 27일까지 독감 인플루엔자 환자 유병률은 1,000명당 15.39명으로 2007년 같은 기간 중 7.3명보다 2배 이상이나 높다고 한다. 이는 독감 인플루엔자가 유행하는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기준수치인 2.6명에 비해 7배 가까운 수치로 질병관리본부가 독감 인플루엔자 환자 통계를 공식적으로 발표하기 시작한 2000년 이래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올 겨울에 유행할 독감 인플루엔자를 대비해 지난해 가을부터 1,250여만 명이 독감 인플루엔자 예방 백신을 접종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독감 인플루엔자 환자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간단하게 말하면, 세계보건기구(WHO)를 포함한 보건 전문가들은 매년 유행이 예상되는 인플루엔자의 종류를 예측하여 그에 대응하는 백신을 만들어 공급하는데 올 한해 유행할 독감 인플루엔자 종류의 예측이 빗나가 엉뚱한(?) 백신을 공급하였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까지만 해도 독감 인플루엔자 백신의 예방 효과는 90% 이상이었으나 작년 가을과 겨울 사이에 접종한 백신의 예방 효과는 잘못된 예측으로 인하여 현재 70%대에 머무르고 있다고 한다. 즉 독감 인플루엔자 예방 백신을 접종한 1,250여만 명 중에서 약 30%에 해당하는 약 380만 명은 백신 주사를 맞고도 예방 효과를 얻지 못해 올 겨울 독감 인플루엔자에 걸릴 위험에 노출되어 있거나 이미 걸려 크게 앓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겠다.

독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크게 A, B, C형으로 나뉘어 진다. 그 중 C형은 발견은 되었지만 역학적으로 광범위하게 전염되지는 않아 현재까지 큰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고 B형은 한가지의 종류만 알려져 있다.

실제로 문제가 되는 것은 A형인데, 그 이유는 다양한 종류들의 바이러스가 서브타입으로 존재하고 바이러스의 유전정보가 8개의 RNA 분절에 나뉘어져 담겨 있기 때문에 재조합 과정을 통해 비교적 쉽게 변종 바이러스로 새로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또 우리 몸을 이루는 세포에 침입하거나 빠져 나올 때에 바이러스의 외막에 존재하는 두 가지의 당단백질, 즉 HA (Hemagglutinin)와 NA (Neuraminidase)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HA가 16종류, NA가 9종류가 알려져 있어 이론적으로는 독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A형에는 16X9 즉, 144종류의 서브타입의 존재가 가능하다고 하겠다.

그렇지만 이론적으로 가능한 144종류의 A형 바이러스 중에서 지금까지 실제 사람이 사망할 정도로 문제가 된 고병원성 바이러스는 대표적으로 3가지를 들 수 있겠는데 스페인독감으로 악명을 떨친 H1N1, 아시아독감이라는 별명을 가진 H2N2, 홍콩독감으로도 유명한 H3N2 등이 있다.

이처럼 바이러스가 어디에서 처음 유행하였는지에 따라 그 지역의 명칭을 붙여 바이러스를 구분하기도 한다. 독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는 별도로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조류독감(Bird Flu)의 원인 바이러스도 HA와 NA 항원기를 모두 갖고 있음이 밝혀지면서 조류뿐만 아니라 사람도 함께 걸릴 수 있음이 시사되었다.

실제 1997년 처음으로 조류에서 발견된 H5 항원기를 가진 바이러스(H5N1)에 의하여 사망에 이르렀다는 사실이 면역학적으로 밝혀지면서 사람만이 걸리는 일반 독감 바이러스와 조류독감의 대표적인 바이러스 타입인 H5N1형이 결합해 사람끼리도 전염이 될 수 있는 전혀 새로운 종류의 치명적인 고병원성 바이러스로 바뀔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보건기구 (WHO)는 전세계 보건 선진국 94개국에 소재한 122개의 국가 연구소를 통하여 지역별로 바이러스를 수집하고 수집된 바이러스의 유전정보를 미국, 영국, 호주, 일본 등 4개국의 국가연구소에서 분석하여 올해 유행할 바이러스를 예측하는데 적도를 중심으로 남반구와 북반구로 크게 나누어 예측한다.

남반구의 계절은 북반구와 반대이다. 따라서 남반구에서 먼저 발생한 독감 인플루엔자 유형의 분석 결과는 그 해 북반구에 유행할 독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종류를 예측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정보가 된다. 그 이유는 남반구의 겨울이 북반구보다 6개월 빠르고 세계 인구의 70%는 북반구에 몰려 있기 때문에 WHO는 남반구에서 유행하는 바이러스의 종류를 근거로 기상예보 하듯이 올해 유행할 독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미리 예보하게 되는 것이다.

북반구의 입장으로 볼 때에 적어도 그 해 2월까지는 예측이 완료되어야 한다. 그 이유는 백신을 만드는 제약회사들이 제조하여 품질관리를 마치는데 적어도 6개월이 소요되고 독감 바이러스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11월 이전에 백신 접종의 준비가 마무리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으로 WHO는 바이러스 A형 중에서 두 가지, B형 중에서 한 가지를 선택하여 총 3종류의 바이러스에 대한 칵테일타입의 복합백신을 준비할 것을 각 나라에 권고하고 있다. WHO는 이번 겨울에 유행할 독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중에서 A형 바이러스로 H1N1과 H3N2, 그리고 B형 1개를 예측하였고 이들에 대한 예방 백신이 준비되어 작년 9월부터 나라별로 접종이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WHO의 예측과는 달리 일부가 빗나갔다. 예측대로 H1N1형 바이러스는 실제 올 겨울 유행을 하고 있으나, H3N2형 바이러스와 B형 바이러스에 의한 독감은 WHO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매우 미미하게 나타난 것이다. 결국 올 겨울에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독감 바이러스 전망이 빗나가면서 독감 환자가 예년보다 2배 이상 증가하는 상황이 빚어진 것이다.

일기예보가 종종 맞지 않아 기상청이 시민들로부터 질타를 받은 것처럼 최근 질병관리본부에는 독감 예방접종을 했는데도 독감에 걸린 무고한 사람들의 불만과 민원이 크게 늘어났다고 한다.

실제 독감 예측이 잘 들어 맞지 않은 경우는 올해가 처음은 아니라고 한다. 1988년부터 20년간 세계적으로 볼 때 4차례 정도 빗나갔다고 하는데 예방율이 50% 이하로 떨어진 때가 2007년~2008년 겨울이었고 이로 인해 미국에서는 엄청난 숫자의 독감 인플루엔자 환자가 발생하였다고 한다.

어쨌든 WHO는 첨단분석시스템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를 포함하여 2년 연속 예측 실패라는 불명예를 안게 되었는데 아마도 이는 지구 온난화, 대기오염, 강우량에 따른 겨울철 습도 부족, 전염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의 인구밀도 등의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고 하겠다.

독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시기는 보통 2월 중순이 최고조에 달하는데 그 3주 전후를 가장 주의하여야 하는 ‘최고주의시기’이고 다시 그 3주 전후를 유행성 독감 인플루엔자 ‘주의시기’라고 한다. 즉 1월초에서 3월말까지의 기간이 ‘주의시기’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통상 예방 백신을 접종하게 되면 접종일로부터 2주 후부터 항체가 생성되기 시작하고 4주 후면 면역력을 나타내게 된다고 한다. 또한 한번 체내에서 만들어진 항체는 6개월 정도 면역력을 나타내기 때문에 적어도 10월 말 또는 11월 중순까지는 접종을 마쳐야만이 그 해 겨울 내내 면역력이 지속된다고 하겠다.

특히 임신 3개월 이상의 임산부, 60세 이상의 노인, 면역력이 저하된 사람,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 요양시설 등에서 장기간 머무르고 있는 사람, 6개월 미만의 유아를 키우는 부모 등에게 보건당국은 매년 접종을 서둘러 권하고 있다.

독감 인플루엔자 예방 백신을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재수없이(?) 감기에 걸렸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두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의 교차 면역력이 없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지만 최근 발표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독감 인플루엔자 예방 백신의 접종만으로 일반 감기도 걸리지 않을 확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진정한 가족 사랑과 효도는 매년 10월경 독감 인플루엔자 예방 백신의 접종을 권유하거나 선물하는 데에서 시작되지 않을까 싶다.

/정성욱 인큐비아 대표 column_sungoo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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