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문영의 IT생각]악플, 어떻게 볼 것인가


故 최진실 씨의 죽음은 참으로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항상 밝고 또랑또랑했던 그녀의 웃음을 기억한다. 자살이라는 충격적 소식을 들었을 때 처음에 믿어지지 않았다. 극단적 선택이 옳은 방법은 아니다. 그러나 그녀가 받았을 고통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린다. 악성 루머와 악플만이 그녀를 죽인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악플이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간 중요한 원인이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인터넷에서 댓글은 매우 특이한 표현수단이다. 인터넷의 글은 대체로 글이라기 보다는 말과 같다. 감정이 그대로 살아있고, 쓰이는 표현도 구어체다. 가볍고 쉽게 지워지며, 집단화한다. 이에 반해 갖는 글자, 활자는 논리적 이미지를 가지며 진지하다. 같은 의견도 말로 하는 것과 글로 쓴 것의 느낌이 다른 것이다. 그래서 악의적 댓글인 악플은 더 심한 상처를 받는다.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칭찬하는데 소극적인 반면, 욕설을 하는데는 나름대로 논거가 있을 뿐만 아니라 부지런하기까지 하다. 그러니 직접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만도 하다.그래서 이와 같은 인터넷의 폐해를 막기 위해 새로운 규제를 만들자는 의견이 나오는 것 같다. 이번 사건이 준 충격이 워낙 컸고, 그동안 수많은 악플들의 만행들을 보아온 사람들이 공분하면서 이 제안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러나, 실명제나 사이버 모욕죄 등이 최선의 대안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사실상 이미 실명제를 실시하고 있는 각 언론사의 뉴스사이트에는 가장 심한 악플들이 난무한다. 좌우로 나뉘는 정치적 싸움이나 연예인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더욱 심하다. 심지어는 악플도 아주 정치적이고 교묘해지고 있다. 자신이 지지하는 스타나 정당을 오히려 치졸할 정도로 극렬 비난함으로서 반대적으로 동정 여론을 만들기도 하고, 반대하는 정당을 극단적으로 맹종하는 듯 행동해서 대다수의 반감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인터넷에서 악플이라는 폭력성은 개인의 비윤리성과 익명성 때문만에 생기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본질적으로 사회적 통합과 비전을 상실한 데 따른 공동체의 퇴행적 자기분열 모습 가운데 하나이다. 가정에서도, 안되는 집은 형제간에 서로 싸우고 헐뜯기 일쑤다. 잘되는 집은 온 가족이 힘을 모아, 미래의 비전을 만들어간다. 우리가 한마음 한뜻으로 월드컵과 올림픽을 응원할 때에는 악플이 설 틈이 없었다.

요즘처럼 모든 뉴스가 부정적이고 사회적 희망이 보이지 않으면 공포와 좌절감은 악플을 더욱 만들어 낸다. 사람들을 독하게 만든다. 경제는 위기에 몰리고, 경쟁은 치열해지며, 갈등은 치유되지 않고 커지기만 한 사회에서 악플을 단지 개인의 윤리문제만으로 몰아가는데는 한계가 있다. 또한 기존 언론들에 대한 불신이 깊어질수록, 루머는 힘을 얻는다. 건강이 약해지면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듯이... 이치는 같다.

물론, 엄연히 악플을 다는 행위와 악성 루머를 만드는 행위는 개인의 윤리문제다. 그러나, 최소한 이를 해결하려는 공공적인 노력은 보다 근본적이어야 한다. 선진국이 되면 침뱉고 휴지버리는 기초질서 위반사례도 줄어든다. 침뱉는 사람을 처벌해서 선진국이 된 것은 아니다. 네티즌의 개인적 윤리 못지 않게 국가는 더 밝은 비전과 통합을 제시해야 한다. 언론은 악질적인 루머보다 강한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 그것이 진실이다.

故 최진실. 그녀의 이름이 진실이었다는 것을 새삼 생각해보자. 사회적 분노감에 밀려, 또다른 진실을 보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지…

/임문영 iMBC 미디어센터장(column_moon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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