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철호의 CEO 다이어리] 사람이 살면서 필요한 돈의 규모는?


서울의 길 중에 으뜸을 꼽으라면 감사원 뒷길을 지나 성북동 너머로 올라가는 길과 남산도서관을 지나는 소월길을 말하게 된다. 서울 전경을 수고하지 않아도 쉬이 내려다 볼 수 있거니와 길 주변의 늘어선 나무들은 한적함을 느끼기에 제격이다. 이곳에 주차를 해 두고 서울을 내려다보며 ‘참 넓고, 집도 많고 차도 많다.’는 탄복을 했던 적이 있었다.

지난 해 워런 버핏의 37조원 사회 기부에 대한 기사를 보며 문득 ‘사람이 살면서 필요한 돈은 얼마이고, 어느 정도가 행복의 바탕이 되는 것일까’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남산에서 내려다 봤던 수없이 많은 고가의 아파트와 주택, 건물들의 주인들은 지금 필요한 돈을 모았다고 생각할까, 또는 행복하다고 여기고 있을까의 물음과 함께 우리 사회 중산층의 기준에 대한 정의는 물론, 나는 어디에 속해 있는가 하는 질문도 연달아 튀어 나왔다.

약 10년 전, 한 언론에서 발표한 중산층의 기준은 서울에 1백㎡(30평형)대의 아파트와 소나타 이상의 중형차를 소유하고, 현금 1억 5천만원을 지니고 있는 가정을 그 표본으로 제시했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주변 분들에게 ‘경제적 관점에서 얼마의 돈이 있어야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나요’라고 물으면 직장인들은 집 외에 5억~10억을 기준으로 얘기하고, 사업을 통해 자산을 축적한 분들은 ‘30억 이상 있는 사람들은 세끼 먹고 사는 것 다 똑같아’라고 답변을 하며, 재벌급에 속하는 분은 ‘글쎄, 천억원은 있어야 마음 편히 살 수 있지 않겠어’라고 답한다.

뉴욕타임스는 `부자`란 투자가능 자산을 100만 달러 이상 보유한 개인을 의미한다고 설명했고, 워싱턴포스트는 조사에서 연봉이 1만 2천달러(1,200만원)만 넘는다면 모든 사람은 행복할 수 있다는 통계와 비교분석을 보도했다.

지난 13년간 수많은 자산가를 만나며 발견한 한가지 재미있는 일은 평소 쓰임새가 크거나 유산, 부동산 또는 벤처기업을 통해 천금을 일시적으로 확보했던 분들의 재산유지 기간은 안타깝게도 채 5년~7년을 넘기지 못했다는 점이다. 아마도 ‘돈은 스스로 이동한다'는 진리를 막상 돈을 쥐게 되면 실감하지 못하거나 애써 외면하여 방심했던데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속한 사회와 시대에 따라 마음의 안정을 주는 돈의 규모는 다를 지언데, 어떤 기준을 갖고 살아야 보다 행복에 근접해 질 수 있는 것일까.

인생의 비전만이 아니라 돈이라는 것도 정확한 목표금액을 언제까지, 어떤 방법으로 벌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어야 달성이 더 쉬워지는 법인데 도대체 이를 어느 수준으로 정하는 것이 적당한 것인지, 또한 그 쓰임새를 어떻게 설정해야 옳은 것인지 방향을 잡기가 그리 쉽지는 않다.

그럼에도 부유함에 대한 기준이 상대적이고 항상 갈구하게 만들어 우리가 행복하지 못할 바에는 어떤 형태로든 수치화 하여 노력하는 것이 낫다. 목표라는 것은 참 미묘해서 일단 넘어서게 되면 성취감을 주기 때문이다. 또한 그 쓰임을 어떻게 할 것인지 까지도 분명히 목표에 포함시켜 둔다면 ‘나는 없어도 행복해’의 비현실적 자조의 얘기나 끝없는 돈 욕심에 항상 불행한 우매함만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혼돈스러운 질문들에 대한 답이 무엇인지 검색하다 보니 세계 1위의 부를 소유한 빌게이츠의 은퇴선언에 모두 들어 있었다. 그는 '약 96억 달러의 개인 재산을 남기고 나머지 460억 달러의 모든 재산을 사회환원 할 것이며, 남은 인생을 자선사업을 하며 보낼 것이다' 라고 발표하였다. 세계 1위의 갑부에게 남은 여생을 위해 필요한 돈이 96억 달러. 그와 견주어 우리가 달성할 부의 기준을 세워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 싶었다. 물론, 돈의 쓰임새까지도 말이다.

우리나라는 부자 증가율이 21%나 돼 세계 1위에 올라 섰다 한다. 이렇게 늘어난 부자가 지난해 기준으로 모두 8만 6100명이다.

돈을 어떻게 벌고, 쓸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지혜를 보여준 빌게이츠, 워런 버핏. 또 선각자가 만든 길을 따라 나선 세계 각국의 자산가들인 앤드류 로이드 위버의 574억 기부, 청룽(成龍)이 발표한 수천억원 재산의 절반의 기부 약속.

데이빗 소로, 노신, 이상재, 그리고 마쯔시다의 생각들이 너무나 선각자적 관점이어서 우리가 따르기 어렵다면 적어도 벌고 쓰는 기준을 정할 때 ‘빌게이츠 따라하기’ 만이라도 할 수 있다면 세상이 아름다워지는 시간은 훨씬 단축될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김밥 할머니의 지혜를 넘어서는 부자들이 지금보다 훨씬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

요즘 사람들은 사는 것이 아니라 단지 삶을 흉내내고 있을 뿐이야.

나는 흉내를 내는 데 한평생을 써 버리고 마는사람들을 숱하게 보아왔지.

흉내나 내면서 하루하루를 허송하다가더 이상 스스로를 속일 수 없게 되면사람들은 팔자를 원망하기 시작하지.

그런데 팔자라는 게 도대체 뭔가?그건 스스로가 만드는 것이야!

- 막심 고리키 '아침을 기다리는 사람들' 중에서 -

/신철호 포스닥 대표 Column_netcla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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