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배달 플랫폼이 건설사를 제치고 산업재해 승인건수 최상위권을 차지하며 '가장 위험한 일터'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하지만 복수 앱을 동시에 이용하는 라이더 업무특성을 고려할 때 사고를 특정 플랫폼에 귀속하기 어렵다. 단순 산재 승인건수만으로 플랫폼별 안전수준을 비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발생 시점과 장소, 원인을 정확히 집계하는 통계조차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상황이다. 산재 승인 1위라는 숫자 뒤에 가려진 제도의 허점과 통계 공백을 짚어본다.

배달의민족 물류서비스를 담당하는 우아한청년들은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연속 산재 승인건수 1위 기업이란 오명을 썼다. 매년 2000건 안팎에 달하는 압도적 산재 승인건수를 기록한 결과다.
전통적인 산재다발 업종인 건설업·제조업과 견줘도 높은 수치다. 한 예로 지난해 상반기 대우건설은 산재 사상자 195명이 발생해 전체 사업장중 세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같은기간 우아한청년들 사상자는 814명으로 대우건설 4배를 웃돌았다.
해당기간 두번째로 산재 사상자가 많이 발생한 기업은 쿠팡이츠(419명)였다. 배민과 쿠팡이츠 월간활성이용자수(MAU) 차이를 감안하면 두 회사 실질 산재비율은 사실상 비슷한 수준이다. 국내 배달업계 1·2위 기업이 산재 승인건수에서도 나란히 상위권을 다투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현장에선 다른 목소리도 나온다. 플랫폼 노동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산재 건수로만 순위를 매길 경우 맹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산재인정 사례를 보면 업무수행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일관되지 않다. 오토바이 탑승시점, 앱 로그인 시점, 콜 수락시점 등 사례별로 적용 기준이 제각각이다. 자택 앞에서 오토바이에 올라타다 발생한 사고도 상황에 따라 산재로 인정될 때도 안 될 때도 있다는 것이다.
사고 당시 업무 흔적이 명확하게 남아 있지 않으면 판단은 더 복잡해진다. 앱에 로그인하거나 배달 콜을 수락한 기록 없이 이동하다 사고가 발생하면 단순 이동이었는지 배달업무를 위해 이동하던 중이었는지 객관적으로 가려낼 방법이 없다.
그럼에도 현행 제도는 고정된 사업장과 정시 출퇴근을 전제로 만든 법 틀을 라이더에게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83조 제10항은 노무제공자에게 근로자 규정(제27~36조)을 문구만 바꿔 준용하는 수준에 그친다. 라이더 업무 특성을 반영한 세부 판단기준은 부족한 실정이다.
근로복지공단 내부지침인 '노무제공자 업무상재해 판단요령'은 차량 탑승부터 차고지 복귀후 하차까지 전 과정을 업무수행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라이더가 동시에 여러 앱을 켜두는 '멀티호밍' 상태에서 사고가 났을 때 어느 플랫폼 재해로 볼 것인지 정한 기준은 없다.
근로복지공단이 발행한 '플랫폼 종사자 산재보험 적용실태 연구' 보고서 역시 멀티호밍 라이더 사고 귀속 문제를 현행 산재 통계 대표적 착시요인으로 지목한 바 있다.
재해 판별 기준이 라이더의 다양한 업무형태를 모두 포괄하지 못하다 보니 경계선에 놓인 사고일수록 현장조사관의 사실관계 확인과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같은 유형의 사고라도 구체적인 정황과 이를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여지가 생긴다.
업계 관계자는 "전통적 고용관계를 기준으로 만든 현행 제도가 플랫폼 노동현실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며 "산재 발생 자체는 엄중히 다뤄야 하지만 단순 승인건수로 기업 안전관리 수준을 단정하는 시선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재해 판별이 애매한 사안에서 플랫폼이 사실관계를 다투지 않으면 산재 승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이는 곧 안전부실 기업이라는 낙인으로 돌아온다"며 "라이더 커뮤니티에서는 오히려 산재처리를 잘 도와주는 플랫폼 정보를 공유하는 만큼 적극적인 라이더 보호 노력이 도리어 불명예 지표로 왜곡되는 역설이 발생한다"고 토로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