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에 연루된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11일 야당의 집중 추궁에 고개를 숙였다. 다만 비상계엄의 위법성에 대해선 "수사 과정을 거쳐 밝혀질 것"이라고 책임을 회피했다. 야당에선 "구속되는 것이 두렵나"는 비판이 쏟아졌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윤석열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행위 관련 긴급현안질문'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12·3 비상계엄 당시 국무회의에 참여했던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 등 국무위원이 참석했다.
여야의 추궁은 한 총리에게 집중됐다. 비상계엄을 사전에 막지 못한 이유와 국무회의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 등 해소되지 않은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질의가 이어졌다. 하지만 한 총리는 비상계엄에 대해선 사과했지만, 구체적인 사안은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말을 아꼈다.
野 "비상계엄은 위헌인가"…한 총리 "수사 중이라"
우선 야당은 한 총리가 지난 3일 발생한 비상계엄을 막지 못한 것에 책임론을 제기했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 대통령의 쿠데타를 왜 막지 못했나"며 "당시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국무총리로서도 잘못됐다고 국민 앞에 보고드리는 것이 맞지 않은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가 한 총리에게 누누이 윤 대통령의 위험성을 얘기했지만, 한 총리는 '총리'라는 이름으로 윤 대통령을 감쌌다"며 "근데 쿠데타를 막지 못했고, 이제 와서 그런(죄책감을 느낀다)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참으로 비겁하다"고 말했다.
이에 한 총리는 "(지난 3일 윤 대통령에게) 반대하는 의사를 분명히 했고, 국무위원을 소집한 것도 이 명분으로 윤 대통령의 의지를 설득하려고 했다"며 "궁극적으로 막지 못해 정말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많은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당 윤건영 의원은 비상계엄에 대한 위헌성 여부를 추궁했다. 그는 "저는 이번 비상계엄이 위헌이라고 생각하는데, 동의하는가"라고 물었다. 그러나 한 총리가 "그러한(위법성) 문제는 (말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피의자로서 구속되는 것이 두려운가"
윤 의원은 "법적으로 넘어가려고 하지 말라, 지금 국무총리 한덕수 이름으로 묻고 답하라는 것"이라며 "한 총리는 지금 피의자로서 구속되는 것이 두려운 것인가, 아니면 피의자로서 구속되고 징역살이하는 것이 두려운 것인가"라고 쏘아붙였다.
윤 의원 재차 "국회를 봉쇄해서 비상계엄 해제할 수 있는 국회 권능에 도전하고 내란을 획책한 것은 위헌·불법이 맞는가"라고 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총리는 "이 부분에 대해선 분명히 수사 과정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자 윤 의원은 "정말 실망이다. 후배 공무원들이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 총리는 '윤 대통령이 사퇴 또는 탄핵 중 어떤 것을 선택하길 원하는가'라는 김병주 민주당 의원 질의에도 "정무적인 판단이라 말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자 야당 의원석에는 "판단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한덕수'라는 사람이 도대체 어디로 갔는가' 등 성토가 쏟아졌다.
김 의원도 "한 총리와 국무위원들은 현안질의가 끝나자마자 한남동으로 달려가 윤 대통령에게 사퇴를 요구하라"며 "국가를 살리는 길이자 여러분들이 사죄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여당을 향해서도 "1분 1초가 위험한 만큼, 당장 (사퇴 요구를) 하길 바란다"며 "오는 14일 꼭 표결해서 국가를 지켜야 하는 것 아닌가, 참석해서 탄핵에 동의해 달라"고 호소했다.
같은 당 노종면 의원은 윤 대통령과 내란 공범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한 총리는 "계엄을 막는 것은 이미 공포가 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며 "그래서 관련 부처들하고 어떻게 이 문제를 앞으로 계속 해 나갈 것인지 그런(국무총리실로 복귀해) 얘기를 하고 있었다.
'비상계엄' 수습 급급…"당사가 더 위험", "대통령제 바꿔야"
국민의힘에선 12·3 비상계엄이 문제점이 있다는 점은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탄핵에 대해선 입장을 달리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본 질의에 앞서 비상계엄 당시 일부 의원들이 본회의장이 아닌 당사에 간 것에 대해 해명했다. 최 의원은 "당시 당사나 국회 중 어디로 가야 하는지 망설였지만, 택시를 타고 오니 국회 앞이 봉쇄돼 있었다"며 "사실 당사가 국회보다도 더 빨리 제압당했을 수 있는 만큼, 당사냐 국회냐를 가지고 동료 의원을 의심하지 말라"고 했다.
향후 국정 정상화 방안에 대해선 "이제 정치의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대한민국 복원력에 대해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는 만큼, 근대 국가의 든든한 기둥 중 하나인 관료제를 통해 국가의 위기를 (국무위원들이) 소신과 지혜로 대응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같은 당 윤상현 의원도 비상계엄을 막지 못한 한 총리를 질타했다. 그는 "비상계엄을 그렇게 반대하면서도 왜 막지 못했는가"라면서 "비상계엄은 소위 말해 국가 비상사태에 해당해야 하는데, 이것이 해당한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비상계엄이 헌법에 적합하다고 말하면서 왜 그걸 막지 못했는지 의문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윤 의원은 윤 대통령에 대한 비상계엄 책임론을 축소하는 한편, 대통령 탄핵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이 조기에 하야하면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꿀 '개헌' 기회를 잃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입법·탄핵·예산 폭주를 통해 (비상계엄을) 정당화시킬 수 없다"면서도 "윤 대통령 담화를 자세히 보면 민주당의 입법 폭주 내용이 있고, 더욱이 민주당이 22대 국회 들어서 얼마나 많은 입법 폭주를 벌였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헌정사에 중대한 기로에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탄핵해야 할 절호의 찬스를 맞았다"며 "지금 대통령의 조기 하야를 하고 바로 대통령 선거가 있으면 헌법 개정은 물 건너간다"고 호소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해서도 "윤 대통령이 임기 단축 헌법 개정을 통해서 제왕적 대통령제를 끝낼 수 있는 결단을 만들 수 있도록 해달라"며 "대통령제를 뜯어고치지 않으면 다음 대통령도 똑같은 비극을 회피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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