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올해 3분기 누적 연구개발(R&D) 비용을 살펴본 결과, 셀트리온이 가장 많은 투자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그 뒤를 이었으며, 전통 제약사 중에서는 유한양행, 대웅제약, 한미약품 순으로 높은 투자 규모를 기록했다.
2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R&D 비용을 가장 많이 투자한 기업은 셀트리온으로 나타났다. 셀트리온의 3분기 기준 누적 R&D 비용은 약 31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안 업계에서 R&D 비용이 3000억원을 넘은 기업은 셀트리온이 유일했다.
셀트리온의 R&D 비용 증가는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에 집중하려는 자사의 방침에 따른 것이다. 셀트리온은 내년까지 11개 제품의 허가를 획득하고, 2030년까지 22개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보해 시장 입지를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만 해도 해외 주요 국가에서 '램시마(성분명: 우스테키누맙)', '옴리클로(성분명: 오말리주맙)', '스테키마(성분명: 오말리주맙)' 등의 품목허가를 획득하며, 현재 9개의 바이오시밀러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상태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올해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22회 모건스탠리 글로벌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석해 항체약물접합체(ADC)와 다중항체로 영역을 확장할 계획을 밝혔다. 이중 ADC 신약 파이프라인 2종은 내년부터 임상 절차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셀트리온 다음으로 R&D에 가장 많은 비용을 지출했다. 올해 3분기 기준 누적 R&D 비용은 2601억원에 달했고,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늘었난 수치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R&D 인력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포함해 1128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 가장 많은 수준을 자랑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박사급 91명과 석사급 222명 등 연구 전담 인력 총 554명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박사급 103명, 석사급 230명 등 연구 전담 인력 총 574명을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통 제약사 중 유일하게 R&D 비용이 2000억원을 넘긴 곳은 유한양행이었다. 3분기 기준 누적 비용은 지난해보다 48.5% 늘어난 2011억원으로, 조사 대상 기업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유한양행의 R&D 비용이 대폭 상승한 데에는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의 마일스톤(단계별 수수료) 재분배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렉라자는 올해 8월 글로벌 제약사 얀센의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와의 병용요법을 통해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성인 환자의 1차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유한양행은 3분기에만 라이선스 수익으로 982억원을 벌어들였으며, 이 중 렉라자와 관련된 마일스톤 수익은 6000만달러(한화 약 832억원)에 달한다. 회사는 렉라자의 성공에 힘입어 '제2의 렉라자' 발굴을 목표로 R&D 비용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전통 제약사 중 두 번째로 R&D 비용을 많이 투자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3분기까지 총 1713억원을 사용해 전년 동기 대비 12.8% 증가했다. 특히 이 회사는 매출액 대비 R&D 비용 비율이 18.26%로, 조사 대상 기업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는 대웅제약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국산 34호 신약인 '펙수클루(성분명 펙수프라잔)'와 36호 신약 '엔블로(이나보글리플로진)' 등의 매출 성장에 따라 탄력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오너일가 경영권 분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한미약품은 R&D 비용을 지난해보다 12.8% 늘렸다. 3분기 기준 누적 R&D 비용은 1537억원이며, 매출액 대비 R&D 비용 비율은 13.4%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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