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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AI 무료법률 서비스', 변협·법무부가 답 할 때다


대한변호사협회 [사진=뉴시스]
대한변호사협회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가 'AI 대륙아주' 대국민 무료 서비스를 지난 8일 전격 중단했다. 15억여원을 들여 준비작업 6년, 서비스 개시 7개월 만에 국내 처음 도입된 인공지능(AI) 법률서비스가 이렇게 좌초됐다. 'AI 대륙아주'는 리걸테크 업체가 아닌 국내 대형로펌이 직접 AI로 법률 상담서비스를 국민에 공개한 첫 사례다. 대륙아주는 "법정 변호사단체인 대한변협의 회원인 로펌으로서 대한변협과 대립각을 세우며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변협은 'AI 대륙아주'를 기획·개발에 참여한 변호사 2명과 대륙아주 대표변호사 5명 등 총 7명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AI 대륙아주' 서비스가 중단됐지만 변협은 "징계 건은 독립된 관련 위원회의 절차에 따라 진행될 예정"이라고 했다.

징계사유는 크게 3가지. 변호사광고규정 위반, 비변호사의 유상 법률업무 금지 규정 위반, 품위유지의무 위반 등이다. 변협은 "기술의 발전을 막는 것이 아니라 변호사법 위반 소지가 있는 행위에 대한 원칙적 입장을 견지한 것"이라는 설명했다. 그러나 그 저변의 진짜 이유는 'AI 무료 법률상담' 도입이 '변호사 직역'을 침해할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으로 밖에 안 보인다. 변협 스스로도 'AI 대륙아주' 중단 선언 당일 "'변호사 직역'에 대한 어떠한 검토 없이 법률 AI 대국민 서비스를 하는 경우 엄중히 대처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했다. 매우 아쉬운 접근이다.

변협이 리걸테크라는 미래와 각을 세운 건 이번만이 아니다. 2022년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법률플랫폼 '로톡'을 이용한 변호사 123명을 징계했다. 2021년엔 로톡의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에 대한 위헌심판 청구로 헌법재판소에서 송사까지 벌였다. 법무부는 지난해 9월 징계받은 변호사들이 제기한 이의신청을 대부분 받아들여 징계처분을 취소했다. 3명만 '불문경고'를 받았을 뿐이다. 헌재는 2022년 5월 로톡의 청구를 일부 인용했다. 검찰과 법무부는 이에 앞서 '로톡의 법률 서비스를 중개·알선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같은 리걸테크 이슈이긴 하나, 'AI 대륙아주' 사안은 '로톡 CASE'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국민이 당사자로 끼어 있다.

요즘 변호사들 말을 들어보면, '코로나 사태' 이후 일거리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사건과 분쟁은 늘어나는 추세지만 국민들이 돈이 없어 소송을 아예 포기한다는 것이다. 대륙아주의 'AI 대륙아주' 서비스 7개월 동안 무료 법률서비스를 이용한 일반 국민은 5만 5000명, 상담 건수는 약 10만 건이라고 한다. 사건 난이도에 따라 다르겠으나, 현재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의 평균 법률상담 비용은 30분에 5만원, 1시간에 10만원 꼴이다. 30분 기준으로, 국민들은 'AI 대륙아주'를 통해 법률서비스 비용을 대략 50억원 아낀 셈이다. 이쯤 되면 AI 무료법률서비스는 서민 법률구조 차원에서 정부가 주도해 국책사업으로 육성해야 할 판이다. 이번 사안이 국민에게 변협과 대형로펌의 힘겨루기 쯤으로만 보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다.

'AI 대륙아주 CASE'는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도 곱씹어 볼 일이다. 글로벌 시장업체 조사 결과, AI 리걸테크 시장의 규모는 2021년 10조 7000억원에서 연평균 34%로 증가해 2027년까지 61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 전망이다.

이미 언론 등을 통해 누차 지적된 바 있지만, 미국과 독일, 일본 등에서는 이미 몇년 전 부터 국가가 나서 AI 리걸테크에 대한 법적 규제를 완화하거나 육성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만 해도 지난해 8월 법무성이 'AI 등을 이용한 계약서 등 관련 업무 지원 서비스의 제공과 일본 변호사법 제72조와의 관계 가이드라인'을 세워 'AI 법률상담'에 대한 논란을 불식시켰다. 일본의 리걸테크 시장이 날개를 단 셈이다.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인 'Future Market Insights'와 'Fairfield Insights', 'KBV Research' 등의 보고에 따르면, 일본 리걸테크 시장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9.6%, 올해부터 2030년까지 10.3% 성장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2023년 시장 규모는 약 2.9억 달러(약 3000억 원)였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렇다 할 의미 있는 통계조차 아직 집계되지 않는 형편이다.

변협은 '리걸테크=변호사 직역침해'라는 미시적 시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언제까지 AI 기술을 축으로 한 '4차 산업 혁명'이라는 거대한 시대적 물결을 변호사광고규정만 들고 막을 수는 없다. AI 법률서비스와 리걸테크 도입으로 변호사 직역이 일부 불가피하게 침해된다면 그를 기화로 새롭게 창출할 수 있는 직역을 개발·확대하는 것이 변협이 지금 할 일이다. 반드시 수반되어야 할 △AI 기술 기반 법률 서비스 관리 및 감독 △AI 법률 서비스 맞춤화 및 클라이언트 관리 △법적 데이터 분석 및 컨설팅 △법률 관련 윤리 및 규제 자문 등이 모두 변호사만 할 수 있는 일이다.

변호사윤리장전 제1항은 '인간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고 향상시키며, 공공의 이익을 위해 봉사한다'고 정했다. 자유와 권리의 보호객체, 공공의 이익의 수혜 대상은 국민이다. 변협은 "AI에 대한 입장은 회원들의 총의를 수렴하고 법무부와의 협의를 거쳐 조만간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리걸테크 규제와 변호사 징계' 입장인 변협, 소극적 자세로 사실상 리걸테크 문제를 방관해 온 법무부가 국민이 당사자로 들어와 있는 'AI 대륙아주 CASE'를 두고 어떤 결론을 낼지 지켜 볼 일이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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