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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순] 공정위-정통부, '배경전쟁'은 끝내라


 

지난해부터 슬슬 기미를 보이던 공정거래위원회와 정보통신부의 갈등이 이제는 대놓고 서로의 존재를 부인하는 지경에까지 왔다.

지난 5월 KT의 시내전화 담합에 대해 사상 최고액의 과징금을 부과한 공정위는 최근 급기야 정통부의 약관인가제와 신고제 모두를 전면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정통부의 규제수단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에 맞서 정통부는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통신업체들의 가격담합에 대한 정통부와 공정위의 이중규제 논란을 없애기 위해 전기통신사업법이나 관련 시행령을 개정해 가격담합 문제도 통신위원회에서 담당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공정위는 통신사업자들의 담합에 대한 제재를 결정하면서 통신분야의 특수성은 인정하지 않은채 '원칙'의 잣대만을 들이댔다. 여기에 반발한 정통부는 가격담합이라는 보편적 경쟁규제 논리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맞서고 있는 것이다.

또 일반적으로 다른 나라들에서도 일반 경쟁법의 논리에 맞춘 규제기관과 통신분야의 특수성을 반영한 특수규제기관이 양립하며 상호 역할을 존중하고 이를 기반으로 협의에 의해 규제를 이끌어가는 모습과는 너무도 다른 모양새여서 과연 이 갈등의 끝이 어디인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이런 모습을 둘러싸고 업계에서는 두려움과 우려의 목소리로 "양 부처의 규제철학이 너무도 다르다"고 한다.

과연 정통부와 공정위의 규제철학이 다를 수 있는가? 또 다르다면 다른대로 두고 가야 하는가?

IT산업의 발전과 이를 통한 국민과 소비자의 이익 극대화가 정통부와 공정위가 바라보는 규제의 목표 아니겠는가? 여기에 이론이 없다면 규제철학이 다른 것이 아닐 것이다.

다른 것은 규제의 잣대를 들이대는 시각과 방식일 터. 이는 협의를 통해 정부부처가 화음을 맞춰가야 하는 일이다. 모든 정부부처가 상충하는 사안이 있을때 상호협의를 통해 결론을 찾아가지 않는가?

양측의 규제에 대한 시각이 다른 것도 문제지만 더 우려스러운 것은 양측이 서로 얼굴 맞대로 협의하지 않고 장외에서 공방만 되풀이 한다는 것이다.

공정위가 막강한 규제권한을 가지고 제재를 결정하면서 정통부의 특수규제를 비난하고 공정위원장은 외부 강연을 통해 정통부의 행정지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정통부는 국회의 소관 상임위 제출 자료를 통해 공정위의 역할을 축소해야 한다며 국회에 기대고 있다.

양 부처가 서로 자기부처 출입기자들 앞에서는 자신들의 입장은 강하게 개진하고, 국회에서 자기주장을 강조하고, 외부강의에서 자기역할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직접 문제를 풀어야 할 당사자들이 만나 진지한 대화는 시도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뒤에서, 배경에서만 싸우는 꼴이다.

공정위는 "다른 부처의 업무 가운데 경쟁법의 원칙에서 개선돼야 할 사안이 있으면 개선요구를 하는 것이 공정위의 기능 중 하나"라고 말한다. 그런데 정통부의 특수규제와 관련해서는 협의를 시도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자기 기능에 대한 유기 아닌가?

IT산업을 총괄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정통부는 산업육성을 위해 기업들에 정책의 진행방향에 대해 정확히 제시하지 못한채 행정지도의 적법성조차 의심받고 있다. 역시 산업육성의 기능을 담당하는 정부부처로서 제 할일을 팽개치고 있는 것 아닌가?

양 부처가 이렇게 제역할을 다하지 못한 채 장외에서 말싸움을 벌이고 있는 동안에도 공정위는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담합행위에 대한 제재심의를 진행하고 있다. 정통부도 나름의 행정지도를 지속하고 있다.

양 부처가 서로 싸움하고 있는 동안 국민들은 정부 개별 부처의 정책신뢰도에 대해 의혹을 키워가게 되고 누가 더 힘센 부처인지 눈치를 보고있다.

이것이 장기화되면 국민들도, 업계도 힘센 부처를 찾아 '줄'을 서게 될 것이다.

더 이상 양 부처가 장외에서 서로를 부인하며 말싸움만 벌여서는 안된다.

정통부와 공정위가 규제권한을 무기로 내세워 '과징금 따먹기' 경쟁을 하는게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당장 '협의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

정통부와 공정위가 스스로 협의를 통해 규제의 원칙과 방식에 대한 협의를 이루기 위해 얼굴 맞대고 건설적인 논리싸움을 벌여야 한다.

더 이상 두개 부처의 싸움이 확전되고 이 때문에 정부의 신뢰도가 떨어지도록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구순기자 cafe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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