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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식 배터리'는 전기 오토바이부터…국내 전기차도 가능할까


산업부, 서울·경주서 전기 이륜차 '배터리 교환' 실증사업

[아이뉴스24 강지용 기자] 환경 오염이 적은 전기자동차의 저변 확대에 걸림돌을 열거해 본다면 그중 첫째는 충전 문제일 것이다. 최근에는 중국을 필두로 간편하게 갈아서 끼우면 되는 '배터리 스와핑(Battery Swapping, 배터리 교환)'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서울시내에 위치한 전기 오토바이 배터리 교환소 앞을 오토바이가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시내에 위치한 전기 오토바이 배터리 교환소 앞을 오토바이가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기차 이용자가 교환소에 도착하면 배터리 교체 장비가 전기차 하부에 장착된 배터리를 떼어낸 뒤 미리 충전해 둔 새 배터리로 교체하는 방식이다. 배터리를 교체하는 데 5~7분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는 도입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지 않다. 대신 배터리 용량과 크기가 작은 전기 이륜차 분야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배터리 스와핑 관련 사업이 추진되면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22일 이륜차 업계와 정부 등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전기 오토바이, 국산 교환형 배터리팩, 충전 스테이션 등을 활용해 서울의 맥도날드 매장 두 곳과 경주의 관광용 전기 오토바이 대여사업자 '카빙'에서 실증 사업을 시작했다. 해당 실증 대상지에는 전기 오토바이 30대, 교환용 배터리 공유스테이션 4기, 교환형 배터리 66개가 운영된다.

산업부는 이번 사업으로 전기 이륜차 시장 확대를 위해 필요한 충전 시간과 주행거리 등을 개선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현 내연기관 오토바이를 2030년까지 전부 전기 이륜차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짧은 주행거리가 문제다. 대부분의 전기 이륜차는 최대 주행거리가 70~80km에 불과하다. 현재 널리 쓰이는 125cc 내연기관 오토바이가 1회 주유를 하면 최대 300km까지 주행할 수 있는 것과 대비된다. 그렇다고 전기 오토바이를 매번 충전하려면 시간이 발목을 잡는다.

정부가 전기 이륜차의 배터리 스와핑을 적극 추진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산업부는 이번 실증 사업을 통해 배터리 공유스테이션 기술 개발과 표준화 사업의 개선 요소를 발굴하고, 실수요자인 배달사업자와 렌트사업자 등의 서비스 수요를 반영한 플랫폼 개발을 오는 2024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향후 전기 이륜차 수요가 많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해 제정된 교환형 배터리 국가표준과 함께 공유스테이션 안전기준 마련을 통해 국내 사용자 안전과 편의성 문제를 해소해 국내 전기 이륜차 보급과 산업 생태계 활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충칭에 위치한 니오 배터리 교체식 충전소 [사진=니오]
중국 충칭에 위치한 니오 배터리 교체식 충전소 [사진=니오]

한편, 배터리 교환 시스템이 국내 전기차 분야에서도 상용화가 가능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0일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는 중국의 완성차 업체 니오의 배터리 교환소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교체하는 영상이 올라와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영상을 본 후 "놀라운 기술이고, 우리나라에도 도입됐으면 좋겠다"는 긍정적인 의견과 "이제 휴대전화에도 교체식 배터리를 쓰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댓글로 양분되어 치열한 토론이 펼쳐졌다.

우리나라도 한때 배터리 스와핑 방식의 도입을 검토하기도 했다. 지난 2021년 문재인 전 대통령은 충북 오창 LG에너지솔루션 제2공장에서 열린 'K-배터리 발전전략 보고'에 참석해 "전기차 배터리를 대여하거나 교체해서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도 도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지난해 11월 '전기차 배터리 스와핑의 우리나라 도입 검토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중국 전기차 배터리 스와핑 시장 규모가 2021년 45억 위안(8천400억원)에서 2025년 1천억 위안(18조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하며 국내 도입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하지만 최근 국내 전기차 업계에서는 중국의 방식이 한국의 여건과는 맞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인구가 압도적으로 많은 중국에서는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한국은 단일 모델 판매량이 적어 표준화가 쉽지 않은 데다 교환소 설치 어려움으로 경제성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각형·원통형·파우치형 등 배터리 종류가 천차만별이고, 이를 쓰는 전기차 모델도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선 배터리와 차량 플랫폼을 일체화하는 것이 최근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현대자동차그룹이 개발한 전기자동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 Global Modular Platform)도 마찬가지다. 플랫폼에 배터리가 고정돼 있어 배터리 스와핑 사업이 기술적으로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술이 빠르게 발전해 날이 갈수록 배터리 충전 시간이 줄어들고 있고, 전기차 주행가능 거리도 길어지고 있다"며 "교환식보다는 충전식이 국제 표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정부와 업계의 관건은 교환식이 아니라 국내 충전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에 있다"고 덧붙였다.

/강지용 기자(jyk8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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