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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 맛집] [5] 통영에 가거든 멍게비빔밥을 드셔보시라


경남 통영시 중앙동 원조밀물식당

[편집자주] 넘쳐나는 맛집 정보 홍수의 시대입니다. 광고인지 홍보인지 알듯 모를듯한 글들이 독자들을 헷갈리게 합니다. 책 '식당의 발견 : 통영, 남해, 진주, 사천'(2015)을 집필한 기자가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맛집을 소개합니다.

[아이뉴스24 원성윤 기자] "고맙습니다. 다시 와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책을 내고 8년 만의 방문이었다. 가게는 강구안 가게에서 200m 근방인 중앙시장 내로 이전했다. 통영의 맛집들은 많다. 어딜가도 평균 이상은 한다. 레시피보다 음식의 기본이 되는 재료 자체가 신선하고 좋기 때문이다. 평안도 출신인 시인 백석은 시 '통영2'에서 이렇게 묘사한다.

'집집이 아이만한 피도 안 간 대구를 말리는 곳/ 황화장사 영감이 일본말을 잘도 하는 곳/처녀들은 모두 어장주(漁場主)한테 시집을 가고 싶어한다는 곳'

'원조밀물식당'의 멍게전골. 잘 뒤져보면 밑에 소고기가 있다. [사진=원성윤 기자]
'원조밀물식당'의 멍게전골. 잘 뒤져보면 밑에 소고기가 있다. [사진=원성윤 기자]

'원조밀물식당'은 멍게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멍게는 워낙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음식 중 하나다. 그래서 선뜻 권하지는 않는다. 다만, 멍게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집 멍게가 다른 집과는 다르다는 점은 알 수 있다. 일단 멍게 비빔밥에 멍게, 김, 참기름, 밥 4가지가 구성이 전부다. 통상 다른 집들이 멍게의 비릿한 맛을 죽이기 위해 초장이나 다른 재료들을 섞는 것과 달리 멍게 본연의 향이 잘 드러나도록 비빔밥을 구성했다. 그래서 씹으면 씹을 수록 멍게 본연의 맛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저온숙성 과정을 거친 멍게가 들어가는 것이 이집 맛을 결정짓는 1%다.

멍게비빔밥
멍게비빔밥

비법은 이렇다. 양식장에서 씨알이 굵은 멍게 위주로 1.5톤을 산다. 멍게 80%, 정수된 바닷물 10%, 멍게의 자연 발생물 10% 비율로 20kg씩 나눠 스티로폼에 담아 냉동고에 보관한다. 이후 6~7kg씩 나뉜 멍게는 식당이 그날 쓸 분량만큼 나뉘어 식당으로 오게 된다. 이렇게 저온 숙성을 거치게 되면 멍게의 비린 맛은 사라지고, 단맛이 더욱 살아나게 된다.

'멍게 전골'은 강력추천 메뉴다. 무, 양파로 육수를 낸 다음 배추, 미나리, 호박, 당근, 양파, 버섯, 소고기, 감초 등을 넣고 막간장과 된장을 넣어 국물을 끓인다. 소고기는 밑에 적당히 깔고 멍게를 샤부샤부 식으로 위에 올린다. 소고기 특유의 고소한 맛과 멍게의 향긋한 내음이 합쳐진다.

멍게 전골과 멍게 비빔밥이 나온 한상 [사진=원성윤 기자]
멍게 전골과 멍게 비빔밥이 나온 한상 [사진=원성윤 기자]

통영에서 나는 싱싱한 재료들로 식탁은 풍성하게 채워진다. 백조기, 볼락, 돔 등 서울에서 맛보기 힘든 비싼 생선들이 식탁에 오른다. 하다못해 시금치까지 단맛이 돈다. 해풍(海風)을 맞은 덕택이다. 반찬도 밥도 언제나 무한리필이다. "우리 집에 찾아주시는 것도 고마워요. 그래서 늘 돈 생각 안 하고 손님들이 달라는 건 얼마든지 계속 갖다 드립니다."

[주말엔 맛집]

(1)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쉐즈롤 :푹신푹신한 식감의 롤케이크가 먹고 싶다면?

(2)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츠키젠(TSUKIZEN) : 432시간 숙성된 돼지고기 돈카츠의 맛

(3) 경남 진주시 이현동 하연옥 : 영하의 칼바람이 부는 날, 우리는 진주냉면을 먹었다

(4) 경기 하남시 망월동 오봉집 : 잘 익은 수육과 오동통한 낙지의 조합이라면

/통영=원성윤 기자(better2017@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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