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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도 기업에 떠맡기는 文 정부…재계 "일자리 창출 압박에 부담"


김부겸, '청년희망온' 프로젝트 앞세워 일자리 마련 당부…"기업 환경 개선이 먼저"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최근 정부가 청년 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 일자리 창출을 요구하고 나서자 기업들의 속내가 복잡해졌다. 기업 규제 강화, 코로나19 장기화, 미·중 갈등 심화, 원부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박 등 여러 악재로 내년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져 일자리 마련에 대한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멀티캠퍼스에서 진행되는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 교육 현장을  찾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멀티캠퍼스에서 진행되는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 교육 현장을 찾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김 총리는 취임 이후 '청년희망온(ON)'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주요 기업 총수들에게 청년 일자리 창출을 당부하고 나섰다. 지난달 7일에는 구현모 KT 대표를 만나 오는 2024년까지 총 3천600명의 AI 인력 양성을 추진하겠다는 약속을 받았고, 일주일 후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4만 명을 직접 고용하겠다는 계획에 더해 향후 3년간 3만 개의 청년 일자리를 더 창출하겠다는 확답을 받았다. 또 이날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만나 3년간 3만 명의 직접 채용을 포함해 3만9천 개의 일자리 창출에 대한 약속을 받았다.

오는 25일에는 SK하이닉스 이천사업장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만나 청년 일자리 사업을 논의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의 만남도 추진 중이지만 아직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5대 그룹 총수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김 총리와 만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년희망온 프로젝트는 정부가 맞춤형 인재 육성에 필요한 교육비 등을 지원하고 기업은 청년에게 기업의 노하우가 담긴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국무총리실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에는 현재까지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을 포함해 5~6개 기업이 참여키로 했으며, 향후 3년간 기업들이 약속한 일자리 창출 개수는 총 8만1천 개에 이른다.

청년실업이 우리 경제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전경련]
청년실업이 우리 경제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전경련]

이처럼 김 총리가 직접 청년 일자리 확대를 위해 나선 것은 우리나라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청년실업 증가가 성장잠재력에 미치는 영향 및 시사점'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최근 11년간(2010∼2020년) 연평균 청년실업률(15~29세)은 8.7%로, 전체실업률 3.6%의 2.4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중 비청년실업률 2.6%와 비교하면 배율은 3.4배로 더 벌어진다.

또 2010년 이후 최근 11년간(2010∼2020년) 청년실업률(15~24세)의 연평균 상승속도는 0.76%로, OECD 38개국 중 10위에 해당한다. '전체실업률 대비 청년실업률' 평균배율은 2.8배로 5위로 상위권에 속한다.

한경연 관계자는 "높은 청년실업은 청년들이 업무를 통해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 즉 '업무에 의한 학습(learning-by-doing)' 기회를 감소시킨다"며 "이에 따라 인적자본의 축적을 훼손하고, 자신의 전공과 적성을 살리지 못할 가능성이 커져 노동인력의 효율적 배치가 어려워진다"고 분석했다.

이에 김 총리까지 직접 나서서 정부가 각 기업들을 향해 일자리 창출 압박에 나서자 재계에선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일단은 정부의 행보에 박자를 맞추는 분위기지만, 내년에는 경영 환경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일자리 창출 여력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판단해서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 전력난 가중, 인플레이션 압박, 각국의 초저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에 따른 부채 급증 등의 여파로 내년 글로벌 경영 환경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시계제로' 상황에 처했다"며 "특히 국내에선 기업을 옥죄는 무리한 규제 입법이 쏟아진 탓에 기업 활력이 둔화되면서 신규 일자리 창출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부겸 국무총리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멀티캠퍼스에서 진행된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 교육 현장에서 교육생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멀티캠퍼스에서 진행된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 교육 현장에서 교육생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재계에선 일자리를 만들려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우선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도 지난 6월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핵심규제 완화와 함께 노사관계 선진화,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를 통해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청년실업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경제체질 개선, 기업규제 혁파 등으로 경제전반의 생산성을 높이려는 정부의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며 "신성장동력이 육성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노동시장 유연성을 제고함으로써 기업들이 신규채용 여력을 높일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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