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 왜 기업은 '가격 인상' 공개를 어려워하나


[아이뉴스24 김승권 기자] 유통기업 담당으로 '가격 인상' 관련 기사를 더러 쓰는 편이다.

가격 인상 징후를 포착하고 기업에 문의하면 보통 반응은 '수세적'인데 그러면 취재 경로를 우회해야 한다.

대리점 체제로 운영되는 경우 대리점 담당자를 통해 가격 인상률을 알아내거나 실제로 매장에 찾아가서 가격 인상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대리점이나 지점은 가격이 올랐어도 이를 잘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실제 최근 '크리스찬 디올' 가격 인상을 취재했을 때는 매장에 찾아가 구체적으로 이 제품의 가격이 최근 올랐는지 물어도 '가격이 올랐는지 공개할 수 없다'고 일관하기도 했다. 이 경우 인상 전 가격을 알아내서 직접 비교해봐야 인상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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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과정을 거치며 의문이 생겼다. 왜 기업들의 '가격 인상'은 감춰야 하는 비밀인가. 소비자로써 가격이 올랐는지 알아야 할 법적 근거가 있지 않을까.

소비자보호법이나 공정거래법을 찾아보니 기업의 가격 인상 공개는 권고사항이지 의무사항은 아니었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 지침을 보면 '정당한 이유 없이 상품(용역)의 가격을 수급 변동이나 공급에 필요한 비용(통상적인 수준의 비용)의 변동에 비하여 현저하게 상승시키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적정 수준의 가격이 인상되는 것을 '불법'으로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것을 바꿔 말하면 정당하게 가격을 올렸다면 그것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합법적 기업 행위라고 해석할 수 있다. 즉, 정당한 인상이라면 가격 인상 공개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다.

물론 사회적으로 소비자들의 반응이 부정적으로 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후폭풍은 '꼼수 가격인상'을 한 후 그것이 뒤늦게 기사화되는 경우에 나타난다.

그러므로 가격 인상의 정당한 이유를 미리 정확히 공개하는 것이 장기적인 기업 이미지 차원에서 좋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격 인상을 하는 이유도 '원자재 상승'이라고 단순화하지 말고 '00이 3% 올라서 어쩔 수 없이 인상해야 한다'고 투명하게 밝히면 소비자들이 더욱 신뢰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명품 가격 인상을 알아내기 위해 매장에서 실랑이하는 기자나 마트에 가격 인상 여부를 알아내기 위해 가격을 적는 기자는 보지 않아도 될 터.

/김승권 기자(peac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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