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기의 아이씨테크] ① '5G 20배 빠르다' 어디서 왔나


[진짜·가짜 5G 논란] ITU가 정한 5G 비전…'표준·기술·적용' 병행 진화중

5G 진위 논란이 뜨겁다. 여기저기 ‘진짜 5G’가 쏟아진다. 하지만 진짜 가짜는 논하기 전에 이를 판단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들이 명확치가 않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달성하기는 했으나 최고 5G에 이르기에는 부족함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간의 노력이 가짜는 아니다. 왜 이런 5G 진위 논란이 발생하게 됐는지, 지난 4G 상황과 다른지, 향후 5G 진화 발전방향을 시작점부터 알아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이통3사는 지난 2019년 5G를 세계 최초 상용화에 성공했다

[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5세대통신(5G)은 4세대통신(4G) 대비 20배 빠르다.”

5G 통신품질 논란이 일 때마다 등장하는 문구다. 현재 서비스되는 5G는 4G 롱텀에볼루션(LTE) 대비 20배 빠르지 않으니 소위 ‘가짜 5G’라는 얘기다. 이같은 속도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초고주파(mmWave)가 상용화돼야 하고, 이것이야말로 '진짜 5G’라고 말한다.

하지만 국내서 할당한 바 있는 28GHz 주파수가 보편적으로 쓰이지 않고 있고, 지적한대로 20배 빠른 속도도 못내고 있다. 결국 현재 상황은 ‘가짜 5G’ 세상이라는 것.

그렇다면, 이러한 지적에 매번 등장하는 ‘20배 빠른 5G’는 대체 누가 정한 수치일까.

20배 빠르다고 설명했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혹은 5G 상용화 서비스를 전개 중인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가 국민을 선동하기 위해 내세운 거짓 홍보 또는 마케팅일까.

◆ ITU가 정한 5G 비전

‘5G가 4G보다 20배 빠르다’는 문구는 엄밀히 말하면 ‘확정적 사실’은 아니다.

단순한 하나의 문장이기는 하나 복잡한 의미들을 다수 내포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간다면 ‘이동통신 표준’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배 빠르다’는 문구 역시 이동통신표준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도출된 수치이기 때문이다.

‘20배 빠르다’는 5G 요구조건을 최초로 공식 등장한 사례는 지난 2015년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회의 결과 발표 때다.

ITU는 국제주파수 분배 및 기술표준화를 위한 국제연합(UN) 산하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기구다. 최초의 국제 전신망을 관리하기 위해 1865년 설립됐다. 수년에 걸친 기술진화에 따라 ITU는 음성 전화의 발명, 무선 통신의 개발, 최초의 통신 위성 발사, 최근에는 통신기반 정보 시대를 포괄할 수 있을만큼 확장됐다. UN의 전문기구 중에서 전기통신 관련 세계 최고의 국제기구이기도 하다.

지난해 기준 ITU에 가입된 국가는 193개로 약 900개 기업과 대학, 국제 및 지역 조직이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는 1952년 가입했다. 조직은 최고 의사 결정 기관인 전권위원회의와 이사회, 무선통신부문을 담당하는 ITU-R, 전기통신 표준화 부문인 ITU-T, 전기통신개발부문인 ITU-D로 구성됐다.

한마디로 ITU는 전기통신 기술과 관련된 전세계적인 약속을 공식화 하는 곳이다.

ITU, IMT-2020 기술표준 로드맵. [사진=TTA]

지난 2015년 6월 10~18일까지 ITU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개최된 ITU-R WP5D(이동통신작업반) 회의에서 5G에 대한 새로운 명칭과 핵심성능 요구사항에 대한 청사진을 담은 비전 초안과 2020년까지 이를 구현하기 위한 5G 이동통신 표준을 완료하는 일정에 합의했다.

당시 등장한 5G 핵심성능 요구사항에는 ‘20Gbps’ - LTE의 핵심성능 요구사항의 다운로드 속도가 1Gbps였기에 20Gbps는 20배 빠른 속도를 의미한다. ITU는 2008년 IMT-어드밴스드에 대한 핵심성능 요구사항을 발표한 바 있다 - 라는 명시적인 속도 수치가 등장한다.

5G 핵심성능 요구사항은 여러 내용으로 구성됐다. 이를테면 20Gbps 데이터 전송뿐만 아니라 1제곱킬로미터(Km2)에서 약 100만개 기기들에게 사물인터넷(IoT) 서비스 제공, 기지국 내 100Mbps 이상의 빠른 속도로 데이터 송수신 등이 꼽힌다.

ITU의 발표 이후 이동통신사와 네트워크장비업체, 단말칩셋업체들이 5G 최대 속도를 20Gbps로 설정하고 이에 따른 도전을 발표했다. 에릭슨과 노키아는 20Gbps가 5G 최고속도라는 점을 강조했으며, 호주 텔스트라와 아르헨티나 무비스타, 이탈리아 TIM 역시 20Gbps 달성을 위한 항해를 시작한다고 알렸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 2019년 4월 5G 세계 최초 상용화에 과기정통부와 업계는 ITU 표준 및 장비제조사 등의 발표를 근거로 '5G는 4G 대비 20배 속도'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당시에도 5G 최종진화에 따른 최대 속도를 언급한 셈이다.

ITU가 정한 미래 5G 핵심기능 요구사항. IMT-2020은 일반적으로 5G를 의미하는 ITU 정식 명칭이다. IMT-어드밴스드는 앞 세대인 4G를 일컫는 정식 명칭이다. [사진=과기정통부]

아울러 ‘5G’라는 용어는 ITU가 정의한 것은 아니다.

5세대통신(5G)은 ‘IMT-2020’과 ‘IMT-2020 커넥트’의 대립이 있었으나 업계 니즈에 맞춰 ‘IMT-2020’으로 최종 확정했다. 최근에는 5G보다 진화한 세대를 가리켜 ‘5G-어드벤스드’로 명명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ITU는 각각의 국제표준을 정립하는데 있어 새로운 표준명칭을 도입해왔다. 대표적으로 3세대통신(3G)에 해당되는 ITU의 표준명칭은 ‘IMT-2000’, 4세대통신(4G)은 ‘IMT-Advanced’다. 이같은 국제 표준 속에 흔히 말하는 CDMA2000이나 WCCDMA, EDGE, 모바일 와이맥스, LTE-어드밴스드 등의 사실 표준들이 자리하게 된다.

ITU가 정한 4G와 5G의 핵심성능 비교 [사진=과기정통부]

◆ ‘원톱’으로 떠오른 3GPP…’5G 사실표준 개발’ 현재 진행형

2015년 당시 ITU는 IMT-2020 비전 발표와 함께 같은해 10월까지 회원국 회람을 거쳐 해당 내용을 최종 승인하고 2017년부터 정식으로 5G 후보 기술을 접수하는 표준화 일정을 진행하기로 했다.

즉, 각국의 표준화 기관이나 학계, 기업 등 다양한 이해관계인들이 5G의 핵심성능 요구사항을 충족할 수 있는 규격을 2017년부터 제출해 정식 표준으로 승인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이같은 절차가 한번에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5G 핵심성능 요구사항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단계적인 기술진화가 필요하고, 여러 제반사항들이 따라줘야 한다.

예를 들어 ITU가 표준을 제안받는데 4년이 걸렸고, 이를 승인하는데 4년이 또 필요했다면, 실제 이 표준에 맞춰 서비스가 상용화되는 시기로 또 4년이 걸릴 수 있다. 결국 표준에 입각한 서비스가 도입되는데 무려 12년이 걸리는 셈이다. 그 사이 많은 업체가 흥망성쇠에 시달릴 수 있고 또 기술 진화로 인해 현재 표준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표준이 표준으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기술 진화와 서비스 상용화에 맞춰 때마다 미래 불확실성을 없애줘야 한다. 표준과 기술, 서비스가 동시다발적으로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간극을 최소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ITU가 글로벌 이동통신의 약속을 공식화하는 기구라면, 실제로 사실표준은 각국의 표준화기관이나 글로벌 협의체들이 개발하고 있다. 이들은 업계 이해관계자들과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서 차기 기술에 대한 로드맵을 공유해 제안할 수 있는 규격을 고안한다. 표준이 일종의 약속이기에 전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다면 ‘사전조치 사후승인’이 가능하다.

대표적인 표준화기구가 3GPP다. 1998년 12월 개설된 이 협의체는 각국의 표준화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뿐만 아니라 유럽전기통신표준협회(ETSI), 일본전파산업협회(ARIB), 중국통신표준협회(CCSA), 미국통신사업자연합(ATIS) 등이 포함됐다. 당초 유럽식 3G 규격인 GSM의 표준뿐만 아니라 주도권 확보를 위해 결성됐으나 릴리즈(Release) 단위로 점차 진화를 이뤄 ITU IMT-2020 표준 제안에 핵심적 구실을 하는데까지 나아갔다.

다국적 기업뿐만 아니라 각국 표준화기관까지 협력에 나섬에 따라 3GPP가 개발한 규격은 전세계 두루 쓰일 수 있는 자격 요건을 갖추게 된다. 다른 이해관계자가 직접 ITU에 표준을 제안할 수 있지만, 3GPP가 제안한 표준이 ITU 승인에 보다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3G 때 유럽식 GSM 기반의 규격을 개발한 3GPP는 CDMA2000 진영에서 승기를 잡고, 4G 때는 모바일 와이맥스(Wibro) 등과의 경합에서 우위를 점하는 등 탄탄대로를 걸음에 따라 5G 시대에는 사실상 표준 대부분을 개발한다고 이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3GPP가 개발한 기술규격은 각국의 표준화기관의 공정 표준으로 채택된 후, ITU에 제출되는 과정을 밟는다. 국제표준으로 제정되는 절차를 밟아 최종 승인은 3GPP가 아닌 ITU가 내린다.

3GPP가 5G 1차 표준을 포함시킨 '릴리즈15' 로드맵 [사진=TTA]

3GPP는 ITU가 정한 비전을 실현시키기 위해 지속적인 규격 개발에 나서고 있다. 릴리즈15를 통해 5G 비독립모드(NSA)를 제안한 3GPP는 릴리즈16을 통해 독립모드(SA)뿐만 아니라 다양한 데이터 전송기술들에 대한 규격을 고안했다. 현재 릴리즈17 개발이 진행 중으로 2022년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3분기에는 릴리즈18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

즉, 현재도 5G는 계속해서 목표 달성을 향해 뛰고 있다. 아직까지는 5G 초기단계인 셈이다.

ITU, IMT-2020 후보 기술 제출 일정 [사진=TTA]

ITU는 내년부터 6세대통신(6G) 국제 표준화 작업에 착수한다. 업계에서는 잠정적으로 2028년 6G가 상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까지 20배 빠른 20Gbps 달성 시기를 정확하게 꼽을 수는 없으나 표준 절차와 기술 로드맵 상 2028년께 달성이 예상된다.

6G는 이보다 더 빠른 1Tbps가 거론된다. 그 때 역시 1Tbps는 2028년에 당장 낼 수 있는 속도가 아니라 6G가 성숙해 최종 진화됐을 때 달성할 수 있는 비전 목표로 발표될 것이다.

/김문기 기자(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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