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우주개발, 이대로는 안 된다


누리호 성공·실패 떠나 ‘우주 과학적 철학과 비전’ 더 중요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오는 10월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발사된다. 나로호와 달리 순수 우리나라 기술로 만든 75톤 액체 엔진 발사체다. 성공할 수 있을까. 실패할까. 아무도 모른다. 발사해봐야 안다. 실패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게 과학이다. 성공하면 우리나라는 우주 강국이 되는 것일까. 실패하면 우리는 또다시 우주 경쟁에서 밀리는 것일까.

우주청만 만들면 우리나라 우주기술은 빛의 속도로 나아가 어느 순간 ‘떡’ 허니 우주 선진국에 이름을 올릴까. 우주 관광이니, 심우주 탐사니, 소행성 탐험이니 최근 관광과 개발, 도전과 과제 등 우주에 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대통령선거 국면에 접어들었다. 여당과 야당을 중심으로 대선 후보 선출이 시작되고 있다. 어떤 사람이 대통령 후보가 되든 우주 관련 공약은 들어갈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됐다. 들어갈 공약이라면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지구 대기권과 까만 우주의 경계. 푸른 지구 대기권을 벗어나면 우주 공간이다. [사진=NASA]

‘우주 강국이 되겠습니다’ ‘인공위성 선진국으로 부상하겠습니다’ ‘21세기 우주는 우리나라가 주인공입니다’ 등의 빛 좋은 구호로는 부족하다.

과학은 철저한 관찰과 실험, 검증과 도전의 연속이다. 구체적 현실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어느 한순간 성과물이 ‘툭’하고 튀어나오는 게 아니다. 과학적 성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유이다.

우주와 관련해 여러 전문가와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 가지 공통된 인식을 공유한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구체적 해법에 들어가면 물론 다들 생각은 다르다.

가장 논란이 뜨거운 주제 몇 개는 있다. ‘우주청’ 설립 여부, 한국형발사체와 인공위성 개발 전략, 국내 특정 기업의 우주개발 독점 여부 등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가우주위원회를 두고 있다.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을 지금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서 국무총리로 승격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대선 국면에서 우주 관련 정부조직을 개편해야 하고 그 중심에 ‘우주청’ 신설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 우주개발은 연구개발(R&D) 중심이어서 하나가 끝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프로젝트별 추진’을 주로 한다. 이 같은 시스템으로는 뉴스페이스 시대의 우주개발 연속성과 전략을 확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우주청을 설립해 일관된 우주정책과 개발, 전략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 이 나오는 배경이다. 과기정통부 우주 담당국장이 정기 인사 등으로 자주 바뀌면서 연속성이 떨어지는 문제점도 없지 않다.

한 전문가는 “정부조직 구성 이슈보다 우주개발에 대한 명확한 철학과 비전이 먼저인데 우리나라는 이게 부족한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는 “전 세계는 지금 민간 중심의 뉴스페이스 시대로 가고 있는데 우리는 누리호 이후 우주 전략, 소형위성 시대에 걸맞은 전략, 국산화와 상업화에 대한 국가 정책은 무엇인지 철학과 비전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사전 정지작업 없이 단지 우주청만 만든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지적이다.

한국형발사체와 앞으로 다가올 소형인공위성 시대의 전략도 부족하다. 10월에 발사되는 한국형발사체는 75톤 액체 엔진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인공위성은 소형화, 저렴화, 다량화에 무게 중심이 놓여 있다. 값이 싸고, 작으면서, 많은 위성을 쏘아 올리는 곳으로 전략이 바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누리호가 성공하면 우리나라는 자체적으로 발사체를 가지는 국가에 이름을 올린다. 전 세계적 관심을 받을 수 있다. 단가를 낮추고 표준형 발사체로 부상할 수 있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우리 발사체를 팔 수 있다.

누리호 활용과 앞으로 전략에 대한 명확한 입장과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는 정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민간업체의 ‘PPP(Private-Public Partnership)’가 존재하지 않는다. 정부는 민간에 ‘1안, 2안, 3안’ 면피용 요구만 하고 있고 민간은 정부 예산을 따내기 위한 전략에만 매몰돼 있다. 쳇바퀴처럼 계속 맴돌고 있는 실정이다.

현실적이지 않은 규정으로 기술개발이 늦어지는 사례도 많다. 실례로 ‘국산화율’이 있다. 국산화율을 판단할 때 인공위성 시스템 부품 중에서 들어가는 부품의 모듈 전체 개수에서 몇 개가 국산인지 카운트하는 방식이다.

이건 의미 없다. 더 싸게 살 수 있고 언제든 구매할 수 있는 것은 국산화할 필요가 없다. 사기 힘들고 기존엔 없는 제품, 즉 전략 부품 등 고가의 부품을 국산화하는 게 중요하다. 국산화율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한 부분이다.

최근 국내에서는 특정 그룹이 뉴스페이스 시대에 주목받는 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그룹은 국방과 방산분야에서 앞서 있고 인맥 네트워크를 갖춘 기업이다. 여기에 최근 인공위성 개발업체까지 인수하고 국내 대학의 관련 연구소와 함께 연구개발에 나서는 등 뉴스페이스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이를 두고 뉴스페이스 시대의 도전적 과제에 대한 선제적 투자인지, 아니면 정부의 늘어나는 관련 예산을 독점하기 위한 고도의 기업 경영전략인지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실제 해당 분야를 잘 아는 이는“우리나라의 경우 위성을 쏘아 올리면 그것이 민간이든, 공공이든 무조건 정찰위성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국방 쪽 관련 위성 수요가 폭등할 것이고 특정 기업이 싹쓸이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해당 기업이 그동안의 국방과 방산 네트워크에 최근 급조한 우주 관련 네트워크가 결합하면서 독점적 지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그룹의 우주 관련 자체 비즈니스모델과 혁신 투자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의 눈초리로 대하는 이들도 많다.

정부를 대상으로 추가 예산 확보만을 주목하고 주문할 게 아니라 자체적으로 적극적 투자와 비즈니스모델을 개발해 우주개발과 관련한 철학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가 미국과 아르테미스 협정에 서명했다고 갑자기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는 것도 아니다. 자기 기술력이 없거나, 남에게 보일 수 있는 경쟁력이 약할수록 ‘상장’ ‘유명한 사람과 찍은 사진’ 등을 과시하는 ‘보여주기식 행동’이 앞선다. 우리는 그것을 사기꾼의 전형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국내의 다양한 의견, 우주 거버넌스의 현재의 한계, 민간 기업과 공존 전략, 더 많은 전문가 의견 수렴 등 기본적 대화 채널 구축 없이는 우주 과학 분야에서 어느 것 하나 극복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우리만의 경쟁력, 우리만의 철학, 우리만의 핵심가치는 무엇인지 지금부터라도 이야기하고 논의를 시작하는 게 옳다. 기본이 잘 돼 있으면 그 어떤 도전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그 어떤 실패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실패를 오히려 즐길 수도 있다. 우리는 지금 그 기본이 약하다.

다시 10월 누리호 발사를 이야기해보자. 실패하든, 성공하든 그것은 과학적으로는 중요하지 않다. 성공해야 하고, 반드시 그러해야 한다는 공포감과 경외감에 길들여 있다는 게 문제다.

실패하면 책임을 묻고, 다음 단계로 뻗어 나가지 못하는 게 우리 현실이다. 실패하더라도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되풀이하지 않는 도전 정신이 더 중요하다.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세종=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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