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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씨티은행 '소비자금융' 철수 난항…7월 부분매각·단계적폐지 밟나


노조측 "윤곽 제시라 했지만 결국 7월께 확정한단 것…통매각 기다려야"

한국씨티은행 로고. [사진=아이뉴스24 DB]
한국씨티은행 로고. [사진=아이뉴스24 DB]

[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한국씨티은행이 소비자금융 부문 매각과 관련해 부문매각 또는 단계적폐지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매각 초기부터 선뜻 인수하겠다고 나선 후보자가 없던 데다 그 마저도 고용승계엔 부정적 입장을 보여 전체매각이 난항에 빠졌기 때문이다. 노동조합 측에선 은행 측이 내달 이 같은 방안을 확정할 것으로 보고 강도 높은 투쟁을 예고했다.

4일 한국씨티은행은 전날 소비자금융 사업무문 출구전략에 관한 논의를 통해 단계적폐지 실행을 위한 준비절차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4월 15일 소비자금융 부문을 철수하기로 결정하고 씨티그룹 내부에 인수합병(M&A)팀과 국내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CGMK) 2곳을 통해 인수 의향서(LOI)를 받아왔다.

씨티은행 소비자금융 사업은 자산관리(WM)·신용카드·대출 등의 파트로 구성됐으며 부문 매각이 아닌 '전체매각'을 최우선으로 추진해왔으나 시장에선 인수의향을 보이는 금융회사가 없어 싸늘한 반응이 이어져왔다.

전날까지 복수의 금융회사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했지만 이 마저도 고용승계엔 부정적 입장을 보여 안갯속이다.

은행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한 소비자금융 사업무문 임직원 3천500여명의 고용을 외면한 채 매각을 진행하기란 난처한 데다 노사갈등이라는 리스크도 커지기 때문이다. 한국씨티은행 경영진과 이사진 또한 직원의 이익 보호를 최우선에 둔다는 데에 뜻을 모았다.

한국씨티은행 측은 "경영진은 매각 진행 경과와 관련해 복수의 금융회사가 인수의향서를 접수하였으나, 전체 소비자금융 직원들의 고용 승계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사회와 경영진은 일련의 출구전략 진행 과정에서 무엇보다 고객 보호 및 은행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해 온 직원의 이익 보호를 최우선에 두어야 한다는 점과 더불어 최선의 매각 방안에 도달하기 위해 세부 조건과 다양한 가능성들에 대해서는 열린 자세로 논의하되 '단계적 폐지' 방안을 실행하기 위한 준비 절차도 함께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건비·도전적 영업환경에 여전히 싸늘한 시선…단계적폐지 검토 불가피

단계적폐지는 소비자에게 다른 금융사로 이전을 권유하고 직원들을 줄이면서 점진적으로 사업을 축소하는 방식을 말한다.

전체매각을 최우선으로 추진했던 한국씨티은행이 단계적폐지 카드를 꺼낸 결정적 이유는 인건비다.

한국씨티은행 임직원의 지난해말 평균 연봉은 1억1천200만원으로 시중은행 평균 연봉인 9천800만원보다 1천400만원 가량 높다.

근속년수도 평균 18.4년이며 유일하게 퇴직금누진제를 시행하고 있단 점도 한 몫 한다. 퇴직금누진제는 근속년수에 따라 퇴직금이 누적되는 제도다. 예컨대 5년 근무하면 6년치, 10년 근무하면 12년치 퇴직금이 적립되는 방식으로 인수시 퇴직금지급 부담도 커지게 된다.

인건비와 더불어 저하된 생산성과 순이익 저하도 인수매력을 떨어트리는 요인이다.

지난해 한국씨티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천877억원으로 2019년 2천794억원 대비 32.82% 줄었다. 지난 2018년 3074억원의 순익을 거둔 이후 2년째 내리막길이다. 순이자마진(NIM)은 2019년 2.35%에서 지난해 2.05%로 0.3%포인트 하락했다.

직원들의 생산성도 악화되고 있다. 지난 2019년 한국씨티은행의 직원 1인당 이익(충당금적립전)은 1억7천800만원이었으나 지난해 1억4천600만원으로 감소했다.

때문에 인수의향을 밝히는 금융사들마저도 고심하는 모양새다.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은 이사회 후 직원들에 보낸 메시지에서 "일부 잠재적 매수자들은 전통적인 소비자금융 사업의 도전적 영업 환경과 우리 은행의 인력구조, 과도한 인건비 부담 등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며 "이런 매각 제약 사항들은 구조적 문제이기에 긴 시일을 두고 검토하더라도 개선될 여지가 거의 없는 것으로 논의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씨티은행 매각과 관련해 예정된 수순이라는 평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장기간 신규채용도 없고 콜센터 발령 등 사실상 매각은 예정된 일이었다"면서 "비대면화로 은행들이 지점을 축소시키는 상황에서 선뜻 소매금융을 인수하려하는 후보자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은행이 말하는 단계적폐지는 결국 부문매각과 한 세트…시일 두고 기다려야"

노조 측은 시일을 두고 중장기적으로 접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인건비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업황이 악화돼 고용과 소비자금융 사업부문 전체를 인수할 후보를 찾기 힘든 만큼 안정적 인수의향자가 나올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창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씨티은행지부 위원장은 "은행측이 말하는 단계적폐지는 매각할 수 있는 부문은 매각하고 대출과 같이 청산할 수 있는 부문은 정리를 한다는 방식의 단계적폐지를 검토한단 것인데 결국 부분매각과 단계적폐지는 한 세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분매각이던 단계적폐지던 직원들의 고용승계는 불안정해지기에 통매각 후보자가 나올 때까지 콜롬비아 사례와 같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씨티그룹은 남미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매각·철수 과정에 있어 콜롬비아에 대한 매각에 최종 실패하자 2016년 철수 계획을 전면 철회하고, 환경이 개선된 2년 후 매각을 재진행해 성공한 사례가 있다. 한국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단 주장이다.

또 노조 측은 씨티은행이 7월께 매각에 관한 윤곽을 제시하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확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위원장은 "윤곽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이미 내부적으로 최종입찰대상자를 검토한다고 밝힌 만큼 사실상 그때 출구전략을 확정한다고 봐야한다"면서 강도 높은 투쟁을 예고했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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