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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금융인] 임구락 데이터혁신센터장 "데이터 거래시장, 올해가 변곡점"


금융데이터거래소 출범 1년… 데이터거래의 유통 시장 물꼬 틔어

금융보안원 데이터혁신센터의 임구락 센터장이 인터뷰 중 답변하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금융보안원 데이터혁신센터의 임구락 센터장이 인터뷰 중 답변하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서울 강남에서 점심시간에 장사가 안되는 식당을 찾아 공유주방으로 활용하면 어떨까? 부산 지역에 오는 관광객들은 얼마나 머물고, 어디서 먹고 쉬는 걸까? 개인사업자인 트럭 운전자들의 신용평가를 어떻게 할까?

이런 문제들은 단순히 설문조사나 통계만으로는 정답을 얻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방대한 양의 다양한 정보,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답이 나온다.

부산에 방문한 관광객들이 카드 카드 결제와 통신사 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유추할 수 있고 서울 강남에서 점심시간에 카드 결제가 이뤄지는 식당을 비교해보면 된다. 또 운전자들의 하이패스 이력으로 주행한 거리 등을 추산해 근무량이나 소득 등을 평가하는 식이다.

이런 데이터를 구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금융데이터거래소'다. 금융데이터거래소는 말그대로 빅데이터를 거래하는 중개 플랫폼, 일종의 '장터'다. 유통, 통신, 금융 등 다양한 기업들이 갖고 있는 대량의 정보를 사고 팔되, 필요하면 재가공도 해주는 곳이다. 데이터의 상품 등록부터검색, 구매 계약과 비용·결제외에도 데이터 분석 등도 가능하다.

다른 데이터거래소도 있지만 금융데이터거래소의 차별점은 은행·카드증권 등 금융사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양질의 데이터가 모여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 금융데이터거래소가 11일 공식 출범 1주년을 맞았다. 금융데이터거래소 총괄 업무를 맡고 있는 임구락 금융보안원 데이터혁신센터장을 만나 금융데이터거래소를 들여다봤다.

금융보안원 데이터혁신센터의 임구락 센터장이 인터뷰 중 답변하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금융보안원 데이터혁신센터의 임구락 센터장이 인터뷰 중 답변하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 아직은 첫 돌, 금융데이터거래소 매달 한걸음씩 성장중…거래건 중 '억대' 거래도 있어

임 센터장의 사무실에는 작은 탁상 달력이 있다. 빼곡히 메모가 돼 있는 달력에는 매일 거래되는 주요 데이터 거래현황이 기록돼 있다.

거래량을 보면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점진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게 임 센터장의 설명이다.

임 센터장은 "최근 데이터거래의 확산세가 빨라서 이용자들이 많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당근마켓이 수요자에게 가까운 공급장을 빨리 매칭해주는 것처럼 데이터거래의 유통, 또 거래소를 지금보다 더 성공시킬 요소를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출범부터 지금까지 누적 데이더 거래건수는 2천172건으로 유료거래는 93건, 약 12억원 규모의 거래가 이뤄졌다. 개중에는 금융사와 연구기관 사이에 데이터 거래에서 1건당 1억7천만원짜리가 넘는 사례도 있었다.

특히 최근 들어 성장세가 가파르다. 지난 3월 한달에만 400건 가까이 데이터가 거래된 데 이어 4월에도 거래건수가 300건을 넘었다. 이달 들어서도 현재까지 열흘 동안 238건이나 거래됐다.

현재 기준으로는 은행·카드·보험 등 금융사 52개를 포함한 총104개사가 참여한 상태다. 지난해 5월 출범 당시에는 17개 금융사 등을 포함한 30개 기업이 참여해 출발한 것을 감안하면 참여가 늘고 있다.

상품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현재 참여기업 104개 기업 중 48곳이 내놓은 데이터 상품수는 총 708개로 대다수가 금융 데이터다.

임 센터장은 "지금은 금융업계 중에서도 일찍부터 데이터 유통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카드사 데이터를 중심으로 거래와 고객 관심이 집중되고 있고 최근에는 은행, 증권, 보험 등 다른 금융분야의 데이터도 본격적으로 소개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신용평가를 하기 어려웠던 영역의 금융사의 신용평가 모델 개발 의뢰를 위한 데이터 요청이 가장 많이 들어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데이터 활용을 위해 서울 강남 지역의 지급결제 데이터를 통해 점심시간에 영업이 별로 없는 가게를 찾아 공유주방을 발굴하기 위한 사례도 있었다.

데이터혁신센터의 가장 핵심 업무인 금융데이터거래소는 2018년 3월부터 설립·구축을 준비해 약 1여년이 시간이 걸려 지난해 5월 공식 출범했다. 지난해 출범 당시 데이터 거래에 필요한 기본적인 기능만 담았다면, 올해 초에는 시장의 의견을 반영해 원격분석환경 구축 등으로 서비스를 고도화했다.

거래소에서 데이터를 구할때는 통신, 금융, 유통 등 2가지 이상의 데이터를 결합한 결합형 데이터를 구할수도 있고, 상품화되지 않았어도 정보를 갖고 있는 기업을 찾아 데이터를 만들어주는 맞춤형 데이터도 가능하다.

아울러 그가 몸담고 있는 금융보안원의 데이터혁신센터에서는 금융업의 마이데이터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의 적용과 함께,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제대로 데이터가 취급되고 있는지 개인신용정보관리실태에 대한 상시평가 업무도 맡고 있다.

금융보안원 데이터혁신센터 임구락 센터장 [사진=아이뉴스24]
금융보안원 데이터혁신센터 임구락 센터장 [사진=아이뉴스24]

◆ 협의까지 다 해놓고 거래는 금융데이터거래소 밖에서?…데이터거래 유통·활성화 박차

아쉬운 점도 있다. 거래소 고객은 모두 기업들인데 금융데이터를 '거래한다'는 개념을 아직 생소해하는 곳들이 많아서다.

또 데이터거래소를 통해 판매자와 구매자가 데이터거래 협의까지 해놓고 막상 거래는 거래소 밖에서 따로 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데이터거래소의 거래로 잡히지 않는데다, 거래소 입장에서는 데이터를 뽑아내고 중개하는 데 인력과 비용도 들어 부담이다.

임 센터장은 "거래소 입장에서는 비용이 계속 들어가도 데이터의 유통,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점진적으로 대안을 마련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데이터 거래 활성화를 위해서도 계속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올해 초부터 금융보안원은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배되지 않도록 데이터를 가명·익명정보로 처리해주고 처리결과가 관련법에 따라 적정한지 평가해주는 '데이터전문기관'의 역할을 맡게 됐다. 이에 거래소를 찾는 기업 고객들의 데이터의 활용도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으로 마케팅도 나섰다. 그는 "올해가 변곡점이 될 것 같다"며 "인공지능(AI)으로 추천 데이터상품을 추천해주고 거래소에 참여하는 기업에 한해 사전에 원하는 데이터의 결합이 가능한지 무상으로 해주는 서비스도 시작해 올해 말이 되면 거래 플랫폼으로 성장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향후 데이터 거래시장의 전망도 밝다.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에서 매년 발표하는 데이터산업 시장 현황을 보면 최근 3년간 데이터서비스 시장 연평균 성장율은 10.6%인데, 데이터거래 시장만 보면 21.6%로 성장폭이 가장 두드러졌다.

금융보안원 데이터혁신센터 임구락 센터장이 인터뷰를 진행 중이다. [사진=아이뉴스24]
금융보안원 데이터혁신센터 임구락 센터장이 인터뷰를 진행 중이다. [사진=아이뉴스24]

◆ '문과생' 임구락 센터장의 인생 전환점은 카드사 정보 유출 사건?

임 센터장은 어떻게 금융데이터거래소까지 오게 된 것일까. 그의 이력을 따라가다보면 금융보안원과 금융데이터거래소의 탄생과정을 엿볼 수 있다.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전에 금융결제원에 입사해 인사직무를 맡다가 금융권의 전산업무를 직무를 바꿨다.

그러다 변화를 맞게 된 계기가 2014년 카드사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다.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터지자 금융당국은 금융사들이 갖고 있는 데이터 유출에 대비해 고객 동의 없이는 계열사간 정보 공유를 제한하는 등 규제를 강화했다.

이듬해에는 금융업계의 보안 컨트롤타워이자 전문기관인 금융보안원도 출범했다. 이때 금융결제원, 코스콤, 금융보안연구원의 인력이 차출됐고, 임 센터장도 금융보안원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빅데이터의 중요성이 커지고 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신사업이 미래의 먹거리로 여겨지는 4차 산업혁명이 대두됐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해 1월 국회에서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데이터3법으로 기업들은 고객 동의 없이도 가명처리라는 조건 하에 ▲마케팅 ▲산업·상업적 연구목적 ▲공익적 기록(통계)의 목적으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 기업, 연구소, 각종 기관들이 이를 활용한 사업 연구는 물론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도 시작하고 있다.

따라서 데이터를 사고 파는 플랫폼이 필요해지면서 몇 곳의 데이터거래소가 생겼고, 그 중 하나가 금융보안원에서 만든 금융데이터거래소다.

전산업무가 적성에 잘 맞아 과거에 직무를 바꾸길 잘했다는 임 센터장은 지난 1년 간 성장하는 금융데이터거래소를 보면서 보람이 크다고 전했다.

임 센터장은 "금융부문은 카드사 정보 유출 사건 이후로 데이터 활용의 불모지처럼 여겨졌고 일부 카드사들만 부수업무를 신고해 데이터 유통에 관심을 가졌다"면서 "금융데이터거래소 출범 이후 지난 1년을 거치면서 은행, 보험, 증권사 등이 모두 빅데이터 부수업무를 신고해 데이터 유통을 하겠다고 할 만큼 생각이 바뀌고 있어 보람이 크다"고 밝혔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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