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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가계부채 대책에 대출 한도 축소…금융당국만 부정하는 현실


차주단위 DSR 단계적 적용…신용대출 만기 산정 기준 달라져 개인 대출 한도 축소 불가피

 [사진=아이뉴스24 DB]
[사진=아이뉴스24 DB]

[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차주 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차주의 상환능력 범위내에서 대출을 취급하는 소비자보호 측면의 규제로, 소득 범위내에서 대출을 이용하던 실수요자의 경우 대출 한도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

소득을 초과하는 과도한 금융차입을 통해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투기수요(갭투자 등)의 경우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내놓으면서 이렇게 언급했다. 무주택자와 같은 실수요자의 경우 대출 한도가 축소되지 않다는 얘기다.

이번 가계부채 관리방안의 핵심은 현재 특정 차주에게만 적용되던 '차주 단위 DSR'을 3단계에 걸쳐 전면 시행하는 것이 골자다. 1단계로 당장 오는 7월부터 전체 규제지역 6억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하는 주택담보대출과 1억원 초과의 신용대출에 대해서 '차주 단위 DSR'이 적용된다.

 [표=금융위원회]
[표=금융위원회]

여기서부터 의문이다. 1단계를 적용하면 지난 2월 기준으로만 봤을때 벌써 서울 아파트의 약 83.5%와 경기도 아파트의 약 33.4%가 해당된다.

금융당국은 분명히 실수요자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 했는데 서울 아파트의 80% 이상이 해당된다니. 실수요자들은 괜찮다는 당국의 말은, 서울 아파트를 담보로 주담대를 받는 사람은 실수요자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대출 한도 문제도 이해하기 힘들다. 금융당국은 연소득 8천만원인 무주택자가 9억원짜리 주택을 구입해 만기 30년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6억7천5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는 예시를 들었다. 원래대로라면 투기지역에서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때문에 3억6천만원까지밖에 대출이 안되는데, 차주 단위 DSR에 따른 한도는 6억7천500만원까지 대출이 되니 DSR로 계산한 대출한도가 LTV 대출한도보다 크다는 설명이다.

DSR은 모든 가계대출의 원리금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벌어들이는 소득만큼 돈을 빌려준다는 의미다. 이에 똑같은 가격의 주택을 사더라도 소득이 적을수록 대출 한도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DSR 40% 적용시 연소득 8천만원인 사람의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최대 한도는 6억7천500만원까지 가능한 것은 맞지만 연소득 5천만원인 사람은 4억2천200만원, 2천만원인 사람은 1억6천900만원까지내려간다.

이마저도 기존의 다른 대출이 없는 경우에 한해서다.

금융권에서는 소득이 어느 정도 유지돼도 DSR 특성상 기존에 대출을 갖고 있다면 역시 대출 한도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하면서 현재 10년으로 적용되는 신용대출 DSR 산정 만기를 오는 7월 7년으로 줄이고 내년 7월에는 5년으로 줄이는 내용도 담았다.

일례로 지금까지는 1년 만기로 5천만원의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포함)을 빌려도 10년동안 분할상환으로 갚을 것을 가정해 개인의 연간 대출 상환 규모를 10분의 1인 500만원 정도로 계산해 DSR을 산정했다면, 올해 7월부터는 7년 분할상환으로 생각해 7분의1인 714만원을 연간 대출 상환액으로 여긴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매년 신용대출 상환 규모액이 커져 DSR 적용시 일부 개인의 대출 한도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이 현실을 모르고 실수요자의 대출 한도에 영향이 없다는 얘기를 한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DSR 산정시 영향을 가장 많이 미치는 요인이 신용대출인데 만기가 짧아지면 원금상환에 대한 부담이 커져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신용대출이 1천~2천만원이면 금융당국의 말대로 대출한도에 영향이 없겠지만 마이너스 통장으로 5천만원 이상 받은 사람은 큰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금리가 저렴하기도 하지만 집값이 높아졌기 때문에 신용대출을 많이 받기도 한다"라며 "대출 한도에 대한 금융위의 얘기는 현실과 맞지 않은 생각"이라고도 했다.

금융당국이 이미 높아질대로 높아진 집값에, 조일대로 조여진 대출 규제까지 겹쳐 주택담보대출을 받고도 부족한 자금을 신용대출을 한도 끝까지 받아 모으고 모아서 계약금을 내고 중도금을 내는 현실을 모른다는 것이다.

따라서 당국의 주장보다는 차주 단위 DSR 적용이 저소득층에게 더 불리하고, 기존에 대출이 있던 사람들은 대출 한도가 줄어들게 된다는 금융권의 지적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나아가 대출 한도가 줄어들면 현금으로 집을 살 수 있는 부자들은 주택 구입이 상대적으로 쉬우니 자연히 부동산 등 자산 격차는 더 벌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실수요자들의 대출 한도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모두가 대출 한도 걱정을 하며 1단계 시행 전인 7월까지 신용대출을 미리 받고 보자는 가수요 확대를 걱정하는 상황에서 금융당국만 대출한도가 줄지 않는다며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나 다름 없다.

당국은 조만간 무주택 실수요자에 대해서는 LTV 90%로 대출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를 적용해도 소득을 감안하는 DSR 규제 때문에 대출 한도가 얼마나 늘어날지는 알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차라리 금융당국이 솔직해졌으면 좋겠다. 이번 가계부채 관리방안으로 일부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차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이다. 낮아진 금리에, 높아진 집값에 가계부채가 늘어난만큼 대출 한도 축소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이번 대책으로 실수요자의 대출 한도의 영향이 적다고 믿고 있으니 큰 기대를 하기 어려울 것 같다. 높아진 집값에, 대출 한도 축소에, 들끓는 민심을 생각하면 더욱 그럴 수 밖에 없어 보인다.

당장 약 2개월 앞으로 다가온 차주 단위 DSR 적용. 이번 방안으로 인한 후폭풍은 고스란히 대출자들의 몫으로 남게 됐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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