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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바이든, 이재용 부재 삼성전자에 내민 청구서…반도체 셈법 복잡


조 바이든 美 대통령, 반도체 투자 촉구…美·中 패권 다툼 속 전략 마련 쉽지 않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백악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백악관]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미국이 기다려야 할 이유가 없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반도체 화상 회의에서 투자를 촉구하면서 '오너 리스크'를 겪고 있는 삼성전자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차량용 반도체 부족에 따른 자동차 생산 차질로 이어진 현재 상황을 극복함과 동시에 중국과의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상태다.

이 과정에서 각 반도체 업체들에게 대규모 대미 투자와 함께 중국에서 운영 중인 공장 운영에 대한 압박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에 중국 시안에 반도체 공장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는 향후 전략 마련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삼성전자, TSMC, GM 등 19개 반도체·자동차 기업의 임원 등과 함께 반도체 공급망 점검과 대책 마련을 논의했다.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수급 현황 파악이 이번 회의 소집의 표면적인 이유였으나, 결국 미국의 반도체 재건을 위해 각 업체들에게 공격적인 투자를 요청하는 자리였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일단 미국 대표 반도체 업체 인텔은 바이든의 이같은 움직임에 환영의 뜻을 표했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 신규 공장을 건설하고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을 본격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던 만큼 미국 정부의 움직임이 인텔의 사업 확장에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또 차량용 반도체 품귀현상 해소에 대한 미국 정부의 요청에도 곧바로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으며 협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래픽=아이뉴스24 DB]
[그래픽=아이뉴스24 DB]

반면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이번 회의에 참석한 삼성전자는 아직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은 채 신중하게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다.

업계에선 인텔, TSMC가 이미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공식화 한 상태에서 이번 일을 기점으로 삼성전자의 투자 결정이 앞당겨질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지만, 삼성전자가 텍사스·뉴욕·애리조나 주정부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빠른 시일 내 확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도 투자 결정에 어려움을 겪는 주된 이유로 꼽히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에 170억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해 추가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하고 텍사스주 오스틴을 유력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겨울 한파로 전력 공급이 중단돼 오스틴 팹(공장)이 셧다운 되며 약 3천억원가량의 피해를 입게 되자 텍사스주 정부와 새로운 인센티브 규모를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또 반도체 생태계가 탄탄하게 갖춰진 뉴욕주와 인텔·TSMC가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힌 애리조나주도 후보지로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백악관 회의가 머뭇거리던 삼성의 투자 결정을 앞당기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으로 대규모 투자 결정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던 삼성이 바이든이 내민 청구서를 외면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반도체 대란의 원인으로 지목된 차량용 반도체 공급 확대에 대한 미국 정부의 요구도 삼성전자 입장에선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오스틴 팹을 운영 중이지만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기엔 쉽지 않은 상태다. 차량용 반도체의 수익률이 적어 그동안 거의 생산하지 않고 있었던 데다 지난 2월 미국 한파로 오스틴 팹 가동이 한 달여가량 중단돼 정상화 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서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선 26위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오스틴 팹에서 주문제작 방식으로 차량용 반도체가 일부 생산 중으로, 인포테인먼트·자율주행용으로 수급난이 발생하고 있는 품목과는 다르다"며 "차량용 반도체는 스마트폰용에 비해 제조·품질관리가 훨씬 까다로운 반면 수익률이 적어 삼성전자가 거의 생산하지 않고 있던 품목"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스틴 팹이 지난달 중순 정상 가동을 시작했지만 완성된 반도체를 고객사에 인도하는 시점은 빨라도 6월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를 포함한 전체 반도체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공장 가동률을 높인다고 해도 당장 크게 도움될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조성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조성우 기자]

일각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회의를 기점으로 미국 주도의 반도체 생태계를 만들어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예상하며 삼성전자가 '샌드위치' 신세에 놓여 입장이 더 난처해질 것이란 분석도 내놨다. 특히 미국이 최근 차세대 최첨단 공정용 장비뿐만 아니라 현재 사용되고 있는 주력 장비들까지도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한다거나 중국에서 생산하지 못하도록 규제를 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삼성전자의 향후 대중 투자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앞으로 반도체를 앞세워 중국 견제에 적극 나선다면 삼성전자에 중국 시안 공장이나 메모리 반도체 공장 투자를 중국에 더 하지 말라는 압박에 나설 수도 있다"며 "반도체 매출 중 거의 40%를 차지하는 중국을 무시할 수 없는 삼성전자 입장에선 위험한 줄타기를 하다 큰 타격을 맞을 가능성도 있어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사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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