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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法] 범죄의 민낯, 범죄자의 민낯


[아이뉴스24 이숙종 기자] 최근 노원구 세 모녀 살인사건으로 전국이 떠들썩하다. 한 여성을 스토킹하던 남성이 배달원으로 가장하여 해당 여성의 집에 들어가 시간 간격을 두고 동생과 모친을 차례로 살해한 후 스토킹 대상이 된 여성마저 참혹하게 살해하고는 그 집에서 이틀을 더 머무르며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이런 엽기적인 범행에 대다수 국민들이 큰 충격에 휩싸여 공분을 표하거나 비통에 젖어 피해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공개된 범인의 사진 속 얼굴을 보면 의외로 말쑥한 인상이라 막연히 그 행위의 극악성에 비추어 범인이 몹시 더럽거나 광폭한 인상을 지녔을 것이라 상상했던 고정관념에 괜스레 머쓱해진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악역을 도맡아 연기하는 배우들을 보면 그러한 캐스팅의 이유를 너무나 쉽게 알 수 있을 정도로 거친 피부와 윤곽선, 야비한 눈매, 사나운 표정 등 절대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얼굴을 가진 분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연기를 하지 않을 때 그들이 보여주는 의외의 순박한 행동이나 온순한 성격을 확인하고 나면 이상하게 그 때부터는 같은 얼굴이 달라 보인다. 연기를 떠나 실제로도 한없이 ‘나쁜 놈’일 것만 같던 얼굴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자꾸만 보고 싶고 눈길이 가는 귀여운 호감형 얼굴이 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최근 위에서 소개한 사건 외에도 여러 강력범죄가 빈발하며 당해 범인들의 얼굴을 비롯한 신상정보를 ‘당연히’ 공개해야 한다는 대중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과거 몇몇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개에 찬성하는 의견이 통상 80% 정도, 피의자의 인권을 고려하는 차원에서 공개에 반대하는 의견이 대략 8% 정도로 각 나타났다).

피의자의 신상공개를 제한한 것은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의 피의자 호송방식 개선 권고에 따라 경찰과 검찰이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과 ‘인권보호수사준칙’이라는 각 훈령을 제정한 데에 따른 것인데, 정작 미국을 비롯한 서구는 물론 가까운 일본마저도 언론을 통해 범죄자의 얼굴과 이름을 시원스레 공개하는 터라 상대적으로 이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불만이 더욱 가중되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도 2010년경 성폭력범죄 및 특정강력범죄에 한해 피의자의 얼굴 등을 제한적으로 공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이제는 신상공개가 불가능하지 않은 상황이다(앞서 본 살인사건 피의자 얼굴이 알려진 것도 이 덕분이다).

즉 수사기관은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사건이거나 성폭력범죄인 경우, 피의자가 그 죄를 범하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고 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한 때에 피의자의 얼굴, 성명, 나이 등 피의자의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단, 위 여러 요건을 모두 구비하였다 하더라도 피의자가 청소년 보호법상 청소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신상공개가 허용되지 않는다. 그리고 현행법상 신상공개의 주체가 행정기관(수사기관)으로 규정되어 있는 탓에 자의적인 공권력 행사에 의한 인권 침해의 소지가 크다는 우려가 있어 실무적으로 최종적인 신상공개 여부는 각 지방청별 설치된 심의위원회를 거쳐 결정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럼에도 명확한 기준이 없는 탓에 개별 위원의 가치관이나 사건에 대한 여론의 추이 등에 크게 좌우되어 일관성 없는 공개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비판도 상당하다.

위 신상공개제도를 통해 우리는 이영학, 김성수, 김다운, 안인득, 고유정, 최신종 등 언론을 떠들썩하게 한 대형사건의 범인들이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당연히 그럴 법한 얼굴을 가진 사람도 일부 있었지만 그런 흉포한 행동을 저질렀다는 것을 믿기 어려울 만큼 평범하고 앳돼 보이는 얼굴도 상당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도 다른 정보가 전혀 제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런 사람들의 얼굴을 처음 접했다면 ‘인상이 좋다’거나 ‘호감형’이라고도 표현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의 얼굴이 노출된 뉴스기사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대부분 비슷하다. '관상은 과학'. 하지만 냉정하게 판단해 얼굴만 보면 저들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이는 순수하게 관상이나 인상만에 대한 결론이 아니라 그 사람의 행동, 성격, 인품 등에 대한 총체적 판단이자 감정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관상을 잘 보는 것, 사람을 잘 보는 것은 결국 얼굴의 미추를 보는 것이 아니라 표정과 태도에서 드러나는 그 사람의 성격이나 인품을 섬세하게 살필 줄 아는 심안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 문득 거울을 보고 있자니 나의 얼굴은 다른 이들에게 어떻게 비춰지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남현식 변호사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남현식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 형사전문 변호사로 현재 법률사무소 삼흥 대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천안=이숙종 기자(dltnrwh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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