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4·7재보선] 자영업자에 무이자대출?…박영선·오세훈, '퍼주기식' 금융 공약 난무


코로나19로 힘든 자영업자·청년층에 무이자 대출에 '소득없는' 1주택자 재산세 감면까지

 [그래픽=조은수 기자]
[그래픽=조은수 기자]

[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임기 1년3개월짜리 서울시장을 뽑는 보궐선거에 마치 대선 공약을 방불케 하는 거창한 공약들이 난무하고 있다.

직·간접적으로 금융과 관련된 공약을 보면 여·야 후보 할 것 없이 소상공인(자영업자)·중소기업에게 무이자·무담보 대출을 해주고, 청년들에게는 전·월세 지원을 위해 역시 무이자대출이나 지원금을 대주겠다는 약속을 내놨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소득이 없는 1가구 1주택자에게는 재산세도 전면 감면해주겠다는 파격적인 세제 혜택도 약속했다.

전문가들은 혜택을 받는 시민들에게는 이득이겠지만, 그렇지 못한 시민들과의 형평성 문제와 또 다른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구체적인 대안없는 '퍼주기식' 포퓰리즘 공약은 현실 가능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부작용도 우려스럽다고 입을 모은다.

◆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무이자 대출·전세 보증금 지원에 '서울시표 디지털화폐' 발행 약속

3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박영선 후보는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1인당무이자대출을 5천만원까지 해주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서울신용보증재단을 이용해 서울시가 보증을 해주는 대신 시중에 있는 유동자금을 활용해 소상공인들이 무이자로 대출원금만 갚으면 되도록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을 위한 긴급경영안정특별보증으로 2조원을 투입해 금융지원의 문턱을 낮추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박 후보는 지난 10일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해 "소상공인 금융지원에 대한 문턱이 높다"면서 "서울시장이 되면 대출문턱을 확실하게 낮추고 긴급경영안정특별보증을 2조원까지 확대해 자금난 물꼬를 트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청년들을 위해서는 사회의 출발을 위해 필요한 종자돈으로 활용하라며 5천만원 무이자대출과 함께 청년 등 전월세 보증금 무이자 지원 등을 내걸었다.

경제를 살리겠다고 내놓은 공약들도 신사업 육성과 기업 살리기에 방점을 뒀다. 블록체인 기반의 서울시표 디지털화폐인 'KS 코인'을 만드는 한편, 서울을 인공지능(AI)·블록체인·빅데이터가 융합된 첨단 경제도시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또 시민 1인당 10만원의 재난위로금을 'KS코인'으로 지급해 소비를 촉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대전환펀드 1조원을 조성해 혁신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나아가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중심지인 여의도를 홍콩을 대체할 '국제금융 중심지'로 육성하겠다는 약속도 내놨다.

◆ 국민의 힘 오세훈 후보 공약, 박영선 후보와 다르지 않아…무이자대출 1억원에 1주택자 재산세 감면 약속

오 후보도 박 후보와 비슷하게 거창한 공약들을 내놨다.

자영업자에게는 1억원까지 무보증·부담보·무이자·무서류 '4무(無) 대출보증'을 지원하겠다는 공약으로 박 후보보다 파격적인 약속을 했다. 가구별 중위소득 미달 금액의 50%를 지원해주는 '안심소득제도'를 시범적으로 실시해 순차적으로 확대해나가겠다는 계획도 있다.

주거 공급 대책의 일환으로 최근 급격히 높아진 재산세 부담을 낮춰주는 방안을 마련했다. 소득이 없는 1세대 1주택자 재산세에 대해 '전면' 감면을 약속했다. 높아진 집값을 반영해 재산세 과세특례기준도 종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확대 조정, 세금 부담을 줄여준다.

청년들을 위한 공약도 빼놓지 않았다. 만19세~39세 이하 중위소득 120%이하 청년 중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최대 10개월까지 매월 20만원씩 지원하는 청년 월세지원을 약속했다. 현재 5천명이 이런 혜택을 받고 있는데 향후 5만명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청년들의 자산을 불려주기 위한 온·오프라인 통합 플랫폼인 '서울 영테크'를 설립해 체계적인 자산형성을 컨설팅해준다.

아울러 서울 경제에 활력을 넣겠다며 마곡 연구·개발(R&D)에서 여의도금융특구, 구로G밸리를 잇는 고급 일자리 창출에도 힘을 쏟겠다는 계획이다.

◆ 공약 좋지만 현실가능성 생각해야…"무이자대출, 금융사든 시민이든 부작용 생긴다"

두 후보 모두 그럴듯한 공약을 내세웠지만 벌써부터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특히 무이자대출에 회의적인 시각이다. 무이자대출은 개인의 부담을 아예 없애는 것이기 때문에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도 대출을 받을 수 있어 지원의 취지가 무색하게 자금이 오·남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면 대출 지원이 필요하다고 해도 대출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과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어려운 자영업자들이 살길을 도모하기보다는 어려운 상황을 연명하는 데만 도와주는 역할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홍우형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출은 우대금리를 줘서 연 2%의 저리를 해주는 등 최소한의 부담을 줘야 필요한 사람들이 선별적으로 대출을 받을 것"이라며 "무이자대출을 해주면 이자지원으로 돈을 그냥 준다는 얘기나 다름없어 또다른 형평성 문제가 있고, 무이자 대출로 선별없이 자금을 지원하면 나중에 더 큰 부실로 돌아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무이자대출은 어떤 방식으로든 금융공기업과 금융사들 등에게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더욱이 후보들이 대출로 발생하는 이자 부담에 대한 명확한 대안도 없이 선심성 공약만 남발하는, 대책없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무이자대출을 받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최근 대출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정치 공약으로 내세우는 것은 금융시장에는 부담이 된다"며 "무이자대출을 해주는 데 따라 발생하는 이자를 은행이 부담하라는 것인지, 서울시가 대신 내주겠다는 것인지 대출 프로세스에 대한 명확한 대안이 없다"고 밝혔다.

늘어나는 가계대출에 금융당국이 부담스러워하고 있는데, 대책 없이 대출을 해주겠다는 것은 책임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그는 "재원 조달이나 금융시장의 영향 등을 면밀히 따져보고 지원을 해줘야 하고, 향후 당선 후 무리하게 공약을 실행하면 은행 등 금융사들에 부담을 지울 수 가능성도 있어 우려스럽다"고 강조했다.

◆ '소득없는' 1세대 1주택자 재산세 전면 감면 형평성 문제 우려

오 후보가 내세운 '소득없는'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재산세 전면 감면도 똑같이 형평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홍 교수는 "서울의 집값이 올랐기 때문에 지방세인 재산세의 과세특례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높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라면서도 "소득이 없는 1세대 1주택자에게 재산세를 전면적으로 감면해주겠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박 후보가 내세운 여의도를 국제금융 중심지로 내세운다는 공약도 1년3개월이라는 짧은 임기에는 불가능할뿐만 아니라 만에 하나 추후에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금융규제가 강한 우리나라의 금융산업 환경상 실현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진단이 나온다.

홍 교수는 "예전부터 여의도를 국제금융 중심지로 키우기 위한 로드맵이 있었지만 잘되지 않았다. 홍콩처럼 외국인 자본을 국내로 유인하기에는 우리나라의 금융 규제는 많은 편이기 때문"이라며 "공매도처럼 국내 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규제 환경이 상충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박 후보와 오 후보의 전체 공약에 대해 평가하며 서울시장 잔여 임기 1년 3월동안 실현할 수 있는 정책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전체 공약에 필요한 재원에 대해서 박 후보는 재원 조달방안으로 세출예산 절감, 기금 활용, 세입증가, 국비확보, 체납징수 강화, 펀드 조성, 기부채납 등을 제시했으나 항목별로 얼마의 재원을 조달할 것인지 추계하지 못했다.

오 후보는 전체 공약 중 신규 사업에 한해 재정이 필요한 사업만 재원을 제시했을 뿐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총 공약수와 관련 비용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주요뉴스



alert

댓글 쓰기 제목 [4·7재보선] 자영업자에 무이자대출?…박영선·오세훈, '퍼주기식' 금융 공약 난무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뉴스톡톡 인기 댓글을 확인해보세요.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