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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게임의 본질적 재미가 '도박'이라고?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고사양 아이템을 일정 비율 미만으로 제한하는 것은 게임의 재미를 위한 가장 본질적 부분 중 하나다."

한국게임산업협회가 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개 법제화를 반대하는 핵심 논리다. 이를 근거로 협회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상당한 비용을 투자해 연구해야 하며 사업자들이 비밀로 관리하고 있는 대표적 영업비밀"이라며 "개정안은 영업비밀이라는 재산권을 제한하므로 입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게임산업협회의 이 같은 논리를 보면서 여러 가지 물음표가 생겼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큰 의문은 왜 아이템을 일정 비율 미만으로 제한하는 것이 게임의 재미와 곧바로 연결되는지였다. 이와 함께 도대체 게임사들이 생각하는 적정 수준의 '일정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의문도 일었다.

확률형 아이템은 한국 게임의 핵심 BM(비즈니스 모델)이다. 지난 2004년 '메이플스토리'에 확률형 아이템 형태의 뽑기가 처음 등장한 것을 시작으로 여러 게임에 우후죽순으로 퍼졌고 이제는 대다수 게임에 확률형 아이템이 도입됐다. 그리고 어느덧 이제는 게임사의 중요한 '영업비밀'로까지 자리매김했다.

확률형 아이템의 비중이 커지면서 종류도 다양해졌다. 아이템이 나올 확률이 0에 수렴하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이중·삼중 뽑기 구조로 아이템을 구성하고 뽑기에서 나오는 여러 아이템을 모아 또 다른 아이템을 완성하는 이른바 '컴플리트 가챠'를 도입하기도 한다.

원하는 아이템을 얻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돈과 시간을 들이고 여기에 운까지 좋기를 바라야 한다.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또 고지된 확률보다 체감상 확률이 낮은 것 아니냐, 상황에 따라 확률이 변동하는 것 아니냐 등 여러 의혹들도 제기됐다. 그렇게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불만은 커져만 간다.

랜덤박스 안에서 나오는 아이템이 단지 게임 편의성을 개선해 주는 정도였다면 게이머들의 불만이 이 정도로 크지는 않았을 테다. 문제는 일정 수준 이상부터는 이러한 아이템들이 사실상 반강제적인 필수가 되도록 게임이 짜인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것. 랜덤박스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잡은 셈이다. 그렇게 극도로 낮은 확률에 걸려들기만 기다리며 수많은 이용자들이 돈을 쏟아부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돼 버린다. 물론 내가 원하는 아이템이 언제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러한 모습이 게임의 본질적인 재미라고 할 수 있을까.

아무리 확률형 아이템이 한국 게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고 하지만 이를 게임의 재미와 동일시하는 게임산업협회의 논리는 일반 게이머들 관점에서 보면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0에 수렴하는 확률에 변동 확률 의혹까지 있는 수많은 뽑기를 보면서 게이머들은 "게임이라기보다는 도박"이라고 목소리 높여 비판한다. 게임 본연의 재미가 도박과 가까워지는 현상에 대해 게이머들은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 습득률 공시 의무화 조항이 들어간 게임법 전부개정안을 발의한 이상헌 의원은 게임산업협회의 반발에 대해 "강원랜드 슬롯머신도 당첨 확률을 공개한다"고 답했다. 현재의 확률형 아이템 체계가 어떤 면에서는 도박보다도 심각하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확률 공개를 의무화자는 것은 그간 불확실했던 정보를 보다 투명하게 공개하자는 의미다. 수년 간의 자율규제에도 체감상 별다른 개선 사항이 없는 확률형 아이템으로 인한 폐해를 서서히 치료해 나가자는 것이다. 최고급 아이템의 확률을 비약적으로 높일 순 없더라도 최소한 고지된 확률에 대한 신뢰는 심어 줘야 한다는 얘기다.

게임업계에서는 요즘 "게임은 문화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운다. 업계에서 외치는 게임의 본질적인 재미가 '도박'이 돼 버린다면 누가 그러한 논리에 동의할 수 있을까.

/윤선훈 기자(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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