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카뱅이 던진 돌직구


[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이익 규모보다는 고객의 트래픽, 그리고 고객이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는 뜻인 트랜잭션을 당분간 주요 지표로 볼 것입니다. 이것들을 위해 뛰다보면 이익은 저절로 따라온다고 생각합니다"

신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올해 목표 수익을 묻는 질문에 대한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의 답변이다.

카카오뱅크 로고 [이미지=카카오뱅크]

순간 '멍'했다. 보통 기업이라면 수익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상장 계획을 밝힌 회사라 더욱 실적에 민감할 법하다.

그의 말을 이해하는 데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금융업권엔 언택트(비대면) 유전자(DNA)가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굳이 은행에 가지 않아도 손가락 몇 번만 까딱하면 예금 상품에 가입할 수 있으며, 대출을 받는 것도 가능해졌다.

뱅크보다 '뱅킹'이 강조되는 세상이다. 이제 금융회사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점포를 갖고 있느냐가 아니라, 플랫폼에 얼마나 다양한 그리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담고 있는 지로 평가받게 됐다.

평가의 주체는 단연 고객이다. 당장의 실적보다 고객의 트래픽을 신경쓰겠다는 윤 대표의 말엔 결국 카카오뱅크를 최고의 금융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뜻이 담겨 있을 테다.

주가엔 그 회사의 미래 가치가 반영된다. 당장 비용을 줄이고, 공격적인 영업을 강화하면 실적은 개선되긴 한다. 그렇다고 그 작업들이 금융회사의 미래 가치를 담보하지 않는다. 상장을 앞두고 트래픽에 신경을 쓰겠다는 발언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간 카카오뱅크는 '26주적금' '카카오뱅크 미니' '연계대출' 등으로 꾸준히 고객을 끌어 모았다.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지만 자동입출금기(ATM) 수수료 무료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지난 해 카카오뱅크의 월간 순 방문자수는 1천250만명, 주 단위로도 915만명이 앱을 이용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2020년 전년 대비 약 8배가량 늘어난 1천136억원의 당기순익을 올렸다. ATM 무료 수수료 정책에도 불구하고 수수료 부문에서 약 60억원의 흑자를 냈다. 카카오뱅크로 유입되는 트래픽이 금융상품과 금융서비스 수익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트래픽에 신경을 쓰면 이익도 따라온다는 윤 대표의 말이 허언으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카카오뱅크의 방향성은 기존 금융업권에 돌직구를 던진 것과 다름없다. 금융권에선 '수익성'이 첫 번째 가치다. 최근 금융권 인사 키워드가 '변화보단 안정'인 배경도 이토록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기존의 경영자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냈기 때문일 것이다. 언론들도 수익성을 기준으로 합격과 불합격을 점친다.

수익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다. 수익은 과정이 아닌 결과물이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능 방법이 여러 가지이듯, 수익을 내는 방법도 매우 다양하다.

그럼에도 기존 금융권은 비용 감축이나 공격적인 영업에 방법이 집중돼있는 모습이다. '고객 경험'을 새로운 수익 모델로 제시한 카카오뱅크가 더욱 돋보이는 이유다.

카카오뱅크가 금융권에 던진 메시지가 단순히 '금융의 디지털화'로만 읽히진 않는다. 디지털 전환으로만 해석하면 금융권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금융권은 영업점을 유지해야하는 등 사회적 역할도 수행해야하는 다소 이율배반적인 과제를 갖고 있다.

다만 '수익성 혁신'으로 해석하면 금융권은 할 수 있는 게 많다. 수익을 올릴 주요한 방법으로 '고객 경험'을 장착하는 것이다. 디지털 전환을 과제로 삼으면 영업점은 '계륵'이 되겠지만, 목표가 '고객 경험'이라면 영업점은 기존 금융업권이 가진 특별한 무기가 된다.

금융회사들의 실적 발표가 한창이다. 지난 해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대체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낸 것으로 보인다. 뼈를 깎는 비용 감축 등이 배경에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일 테다.

금융권도 분명 한계가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대마불사'라는 금융권의 신화가 얼마 남지 않았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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