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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표류하는 삼성, 이재용 없는 '18개월' 어떻게 버틸까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상고 포기로 실형 확정…대규모 투자 등 경영차질 우려 ↑

'국정농단' 사건 뇌물공여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한 모습. [사진=조성우 기자]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려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형을 최종 확정 짓게 됐다. 이 부회장 측과 특검 측이 모두 재상고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인 이인재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25일 오전 "이 부회장이 이번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재상고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특검 역시 이날 오후 입장문을 통해 "'승마·영재센터 지원 뇌물 사건' 판결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 취지에 따른 것이라고 판단해 재상고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징역 5~9년이 구형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이 선고된 것은 인정된 범죄사실과 양형기준에 비춰 가볍다고 주장했다. 다만 상고 이유로 삼을 수 있는 위법 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다른 적법한 상고 이유도 없다고 판단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특검 측은 "이로써 특검이 기소한 사건 중 '승마·영재센터 지원 뇌물 사건'과 '정유라 이대 입시 비리 및 비선진료 사건'은 마무리됐다"며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블랙리스트 사건'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돼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의 진상 규명이라는 특검법의 목적은 사실상 달성됐다"고 말했다.

이날은 상고가 가능한 법정 시한 마지막 날로, 양측의 이번 결정으로 이 부회장의 형은 2년 6개월로 그대로 확정됐다. 이에 이 부회장은 지난 2017년 2월 구속돼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고 복역한 353일을 뺀 나머지 기간인 약 1년 6개월간 더 복역해야 한다.

일각에선 이 부회장 측이 재상고를 포기하며 형을 확정 받은 만큼 향후 특별사면을 노릴 수 있다고 관측했다. 다만 현 정부가 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 등 5대 중대범죄 사범에 대해서는 사면하지 않겠다고 공언해 현실성이 낮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이 부회장 측이 가석방을 노릴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통상 형기의 3분의 2 이상이 지나면 가석방 대상에 포함되는 만큼, 353일의 수감기간을 채운 이 부회장은 6~8개월 정도의 형기를 마치면 가석방 심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사면이나 가석방 등을 통해 중간에 풀려나지 않는다면 삼성 측은 내년 7월까지 총수 부재 상황을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이 수감 중에도 주요 현안을 직접 보고 받으며 '옥중 경영'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경영 참여는 사실상 어려운 만큼 삼성은 당분간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중심으로 한 비상경영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2017년 2월부터 1년간 구속됐을 때도 직접 중요한 현안을 보고 받고, 일부 의사결정에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속 직후 그룹 사령탑 역할을 해 온 '미래전략실(미전실)' 해체를 비롯해 같은 해 7월 경기 평택 반도체 생산라인 준공식 때 2021년까지 30조 원 투자를 결정한 것들이 대표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2017년 그룹 해체 이후 삼성은 계열사별로 자율 경영을 해왔던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일상적인 업무는 사장이 결정하고 총수의 결단이 필요한 부분만 이 부회장에게 보고되는 형식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아이뉴스24 DB]

그러나 일각에선 또 다시 리더십 공백이 생긴 삼성이 대규모 투자 등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이 저하될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삼성은 이 부회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 영향으로 지난 2016년 하만 인수 이후 대형 인수합병(M&A)에도 적극 움직이지 못했다. 이에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을 포함한 국내외 경쟁사들에 비해 미래 먹거리 확보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 속에 미·중 무역분쟁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바이든 신정부 출범에 따른 주요 사업 계획까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지만 삼성은 이 부회장의 부재로 제대로 된 전략을 내놓기 어려워졌다"며 "이번 일로 대형 M&A는 물론, 180조 원 규모의 투자·고용 계획, 133조 원 규모의 시스템반도체 사업 육성 방안 등 오너의 리더십과 결단이 필요한 사업 구상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30조 원 이상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평택 P3 라인에 대한 투자를 결정해야 하지만 이 부회장의 사법리스크로 미뤄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현지 반도체 공장 투자 확대에 대해서도 결단을 내려야 하지만 "검토 중"이라는 답변만 내놓고 있다. 삼성은 미국에 14nm 설비 위주인 오스틴 공장을 가동 중으로, 최근 11조 원을 투자해 인근에 공장을 추가 증설할 것이란 계획이 공개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일부 반도체에 대한 위탁생산을 검토 중인 가운데 바이든 정부도 미국 진출 기업에 대한 투자 압박에 나설 것으로 보여 삼성도 조만간 미국 내 대규모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파운드리 경쟁사인 대만 TSMC가 올해 최대 30조 원이 넘는 투자를 예고한 상황에서 오너 공백이 생긴 삼성이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듯 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구속된 상태에서 제한된 보고만 받고 수십조 원에 달하는 투자 결정을 적기에 내릴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며 "국정농단 외에 경영권 승계 관련 재판도 남아 있어 몇 년간 사법 리스크가 더 지속될 것이란 점에서도 이 부회장과 삼성 측의 부담은 더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상황 속에 이 부회장은 회사 업무 외에 상속 재산 정리와 상속세 재원 마련도 옥중에서 해결해야 하는 부담까지 안고 있다. 이 부회장의 상속세 납부 기한은 오는 4월까지로, 상속세는 12조 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 일가가 현재 상속세 신고 납부를 위해 고(故)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미술품과 부동산 등에 대한 외부 감정평가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며 "일부 주식 매각과 같은 중요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상황인 만큼 옥중에 있는 이 부회장의 부담감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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